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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공약으로 본 의료공약이 생명력 얻기 위한 필요한 질문

탈모공약으로 본 의료공약이 생명력 얻기 위한 필요한 질문

  • 윤인모 의협 기획이사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2.03.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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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건강보험료도 같이 올려도 좋을까요?"

지난 3∼4년간 독자도 모르는 사이에 건강보험 혜택 증가율보다 3∼5배 더 부담하고 있다(연간 3.25%를 추가 부담, 실질 보장률은 0.6∼1% 상승). 이는 지난 몇 년간 GDP 성장률보다 높은 건강보험료를 내었음을 상기하자. 그럼에도 국민이 보험료를 올려서라도 탈모공약 실행을 원한다면 국가는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 

요즘 대선주자들의 의료 관련 공약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맞춤형 공약부터 개혁을 표방한 정책까지 다양하다. 그중에 예를 들어보면 대표적인 것이 탈모공약이다. 

의료 포퓰리즘을 의식한 듯 관련 학자를 내세워 "유방암 절제술에 의한 재건술도 보험적용을 받으니 탈모치료도 건보 적용이 가능하다"라거나 "기존의 병적 탈모도 적용되고 있으니, 새로운 것을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항변한다. 재원 부담도 의식한 듯 비용 문제도 같이 제안하는 친절함도 발휘한다. 몇백억 정도라서 얼마 들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그나마 소액(?)도 남은 잉여금으로 할 예정이니 걱정 말라고 한다.

이러한 공약들은 주로 한국의 필수의료 실행이 모호한 허점을 파고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필수의료의 기준은 대륙법·영미법 등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국가라는 테두리에 들어가면 자국의 기준은 비교적 명확하다. 그리고 대부분 한국보다는 엄격하다. 

이렇듯 명확하지 않은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의료에서의 낭비는 한국 의료를 더욱 버겁게 할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

이러한 필수의료 실행의 허점은 의료에서의 낭비와 포퓰리즘을 일으킬 수 있다. 

크게 보면 4개의 영역에서 각각 두 가지 형태로 나눠서 관찰할 수 있다. 

4가지 영역은 소비자·공급자·보험자·정부 & 정치이다. 크게 두 가지 형태는 하나는 과잉, 다른 하나는 부패 및 관리의 해이이다(소비 과잉은 어떤 의미에서는 미덕이기도 하다. 소비 진작을 위한 정책이 수립되는 것을 상기하라. 여기서는 의료제도의 본질을 훼손하는 과잉과  부패에 한정한다).

제20대 대선에 출마한 4당 후보. ⓒ의협신문
제20대 대선에 출마한 4당 후보. ⓒ의협신문

소비자 측면
증상을 부풀려서 의료비를 사용하는 경우이다. 의료 과소비는 두 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하나는 의료과소비 조장이다. 아픈 사람은 효과적인 비싼 약도 빚을 내서 쓰고 싶다. 그러나 가계파산으로 갈 수 있기에 국가가 엄격히 제재한다. 
다른 하나는 전체의료비 증가로 이어진다. 한국은 의료이용이 OECD 평균 2배이다(외래이용기준. 연간 약 16회,OECD 평균 7∼8회). 그 외 응급이 아닌 경우에 응급실 이용은 이미 알려진 바이고, 최근에는 환자 자체적으로 Big5 대형병원 두 군데에서 동일검사를 하는 중복검사도 알려져 있다. 이 경우에  불필요한 이용의 건보 부담은 건강보험료 증가로 이어진다. 

공급자 측면
의료제도 시행 중에 공급자의 이익을 필요 이상으로 추구하는 경우이다. 공공의료와 민간의료로 나눠서 살펴보자. 공공의료는 비용억제로 인해 주로 정액제를 사용한다(대표적으로 포괄수가제·인두제 등이 있다). 주로  유럽의 복지국가의 주축 제도이다. 이런 제도하에서는 공급자는 일을 덜하는 것이 이익이 된다. 이로 인해  의료 질 저하와 대기환자 누적은 이미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반면 민간의료는 진료를 많이 제공하는 것이 이익이 된다. 이는 과잉진료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의료의 질 저하보다는 과다지출이 문제이다. 제도가 불완전한 경우 의료수요의 비탄력성으로 인해 파산자가 나올 수 있다. 

가난한 사람도 빚을 내서라도 진료를 받는 것을 이야기한다. 특히 한국은 얇고 넓은 보장으로 인해 낭비 가능성이 높다. 이는 국가 전체의 문제가 될 수 있으니 비용효율성이 검증되지 않은 진료는 엄격히 통제되어야 한다. 건보 기금은 단지 불편하다고 쓸 수 있는 공돈이 아니다.

보험자 측면
보험자는 보험 또는 관련 공공재정을 국민으로부터 거두어들이고, 의료공급자에 지불하는 주체이다. 이때 공급자와 소비자가 아닌 보험자가 이익을 취하는 운영은 낭비를 발생시킨다. 주로 역선택의 문제, 대리인의 문제 등이다(이는 정보경제학에서 다루는 이슈이다. 지면관계상 설명은 생략한다). 이러한 문제를 견제하기 위해 대부분 국가에서는 보험료 수급권한과 진료비 인상 권한을 분리하고 있다(한국은 하나의 기관에서 이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직접 고객인 환자가 의료서비스를 평가하게 하여 낭비를 줄이려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의료제도의 판관비가 증가 된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가 없으면 당신이 모르는 사이에 건강보험료는 오르게 된다. 동시에 다음에 나올 정치인 득표전략에 의해  휘둘리는 나약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정부 및 정치 측면
의료제도는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쉽다. 정책을 만들어 실행 후 성과가 나오기까지 정치인으로서는 견디기 어려운 시간이다. 이에 모아놓은 기금을 먼저 쓰고, 후대에 그 부담을 전가하기 쉬운 의료제도를 주로 활용하려 한다. 

첫째, 피보험자(국민)의 징수보험료 증가에 동의가 예상되지 않는 상태에서 보험의 보장성을 늘리는 경우이다.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필수질환(이는 대부분 생명과 관련된 진료가 많을 수밖에 없다. 이에 비용이 많이 든다)의 보장성을 늘리기보다는 간단하고 비필수적인 진료(이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고, 수혜자가 많아진다. 따라서 체감효과가 크다 )를 늘림으로써 정책의 변화를 체감시켜 정치적 치적으로 삼으려는 경우이다. 
암 환자 한 명을 제대로 치료하기보다는 경증환자 1000명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 정치적으로 훨씬 유리하다.

둘째, 본인부담금을 줄임으로써 피보험자의 비용에 대한 감각을 저하하는 것이다. 당연히 의료이용은 폭증하고, 의료전달체계는 부실화된다. 시간이 지난 후 비용을 올릴 때는 심한 저항에 부딪힌다. 결과적으로 징수액을 증가시키던지, 또는 보장성이 줄어든다. 이러한  문제로 본인부담금을 낮추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보통 이러한 수준에서 낭비가 이뤄지고 있다. 유권자가 공약을 판단할 때 낭비인지 여부를 보려면 이 정도를 적용하면 어느 정도 걸러진다.

그럼에도 판단하기 어려운 때도 있다. 한국에서 필수의료의 개념이 모호해 야기된 어려움이다. 약 하나에 비용효과를 따지면서 급여 등재에 인색한 정부가 최근에는 비효율적인 진료도 급여대상으로 해 주는 것이 관찰된다. 절차적 정당성이 위협받으며 공공기금이 쌈짓돈화 되고 있다. 결국 곳간은 빌 것이고, 다시 의료의 위기라는 상황논리 속에 국민의 돈을 다시 짜내게 될 것이다.

포퓰리즘을 막을 한 가지 가장 신빙성이 있는 질문이 그래도 남아있다. 

'당신이 보험료가 올라가도  찬성하시는지요?' 

국민이 여기에 동의한다면 실행하는 것을 고려해 봐야 한다. 

그러나 "돈이 거의 안 든다"라거나 "남은 돈으로 한다"는 말에 속지 마라. 돈이 안 든다면 이슈가 아니다. 남는 돈은 없다. 다 국민의 혈세, 피 같은 보험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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