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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8 17:57 (목)
법률칼럼 부작용, 수술 전날 설명해도 될까
법률칼럼 부작용, 수술 전날 설명해도 될까
  • 고한경 변호사(유앤아이파트너스 법률사무소)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2.03.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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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 대상 아닌 경우도 있지만 진료시 어떤 질환 의심했다면 알려줘야
환자 자기결정권 보장 중요...수술시 위험성 설명 및 진료기록 기재 필요
ⓒ의협신문
고한경 변호사(유앤아이파트너스 법률사무소)

최근 대법원에서는 수술 40분전에 경동맥 협착으로 인한 뇌졸중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설명한 후 수술이 이뤄진 뒤에 안타깝게 환자에게 뇌경색에 따른 좌측 편마비의 장해가 남게 된 사건에서, 의료진이 설명의무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다만 그 외에 수술 결정이나 시행, 경과관찰에 대한 의료과실은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에서는 수술 당일 40분전에 뇌졸중 위험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면, 환자나 보호자가 충분히 숙고하고 주변 사람과 상의할 시간적 여유를 가졌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원심에 이 점을 다시 심리하도록 한 취지이다.

우리 법원은 의사가 적절하고 신중하게 의료행위를 할 때 전문가로서 상당히 광범위한 재량을 존중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의료행위가 환자의 신체나 그 기능에 대한 침해행위의 측면도 갖고 있는 이상, 담당의사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환자에게 의료행위의 내용과 수반되는 위험성 등에 대해 설명을 할 의무가 있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1997. 7. 22. 선고 95다49608판결 등)

의사가 신이 아닌 이상 모든 가능성에 대해서 설명하고 통제할 것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설명의무는 면제되거나 제한된다. 예를 들면, 의료수준에서 예견할 수 없는 위험에 대해서까지 의사에게 설명의무를 부담하게 할 수는 없다.

우안 안검부위 안과 수술 후 수술 부위와 무관한 안검 부위에서 시신경염이 발생해 시력상실이 온 사례에서, 의사도 사전에 예측할 수 없는 후유증이었다고 봤다.

응급환자의 경우에도 설명의무가 면제될 수 있다. 환자가 뇌막염이나 뇌염일 가능성이 커서 요추천자 뇌척수액검사가 반드시 필요했던 응급상황에서, 뇌탈출에 의한 사망이라는 위험성을 설명하지 않았더라도 설명의무 위반이 아니라고 봤다.

환자가 이미 알고 있거나 상식적인 내용의 경우는 설명 대상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호흡부전으로 인한 심정지가 발생해 태아가 사망했던 사건에서, 당시 의료진이 수회 흉부 방사선 촬영, 심음 모니터링, 입원을 권유했지만 환자가 이를 거부해 실행하지 못했다.

환자가 경력 10년의 간호사로서 호흡곤란 등의 원인진단을 위한 흉부 방사선촬영부터 거절했는데, 환자는 호흡곤란에 적절하게 대처를 하지 못할 경우 산모나 태아의 상태가 나빠질 수 있음을 상당한 정도로 이해하면서도 방사선촬영이 태아의 미칠 위험성을 고려해 스스로의 결정에 따라 거부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진료과정에서 어떠한 질환을 의심했다면 이 점을 환자에게 알려줘야 한다.

실제로 어떠한 질환을 의심할만한 상황이 있었고, 그러한 소견이 진료기록부에도 기재됐던 사례에 대한 법원 판단이 있었다.

맘모그램 및 초음파 영상에 대해 향후 맘모톰을 계획은 진료기록부에 기재돼 있었으나 시기는 명확하게 기재되어 있지 않았던 사례에서, 당시 의사는 종괴가 악성종양 가능을 배제할 수 없어 확진을 위해 맘모톰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 판단에 의료과실이 있지는 않지만 환자에게 악성종양의 가능성과 추가검사를 권유하지 않아 유방암 진단 및 치료 적기를 놓치게 한 설명의무 위반이 있다고 봤다.

법적으로 설명의무는 기본적으로 신체의 침습에 대한, 환자의 자기결정권, 환자의 승낙의 전제로서 논의된다.

따라서 환자의 informed consent, 즉 '실질적이고 충분한' 동의인지가 문제될 수 있다.

과거 하급심 판결에서도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수술의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비교해보고, 후유증 등의 나쁜 결과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하기에 충분한 시간, 즉, 원칙적으로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과 의논하고 충분히 숙고한 후 결정할 시간이 주어져야 할 것이라고 판단한 사례가 있었다.

뇌하수체 선종에 의한 쿠싱증후군 환자의 뇌하수체선종 제거술을 시행했으나 환자가 사망한 사례에서, 당시 환자의 뇌하수체 선종이 거대선종으로 수술 위험성이 높았고, 환자의 의사소통이나 행동에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으며, 수술 결정 자체는 며칠 전에 통보됐는데, 수술준비를 모두 마친 수술 전날 저녁에서야 환자에게 수술 내용이나 위험성 등에 대한 설명이 이뤄져서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봤다.

물론 위 판결에서도, 원칙적으로 충분한 시간을 두고 설명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지만, 그 시간은 절대적이 아니라는 점을 언급했다. 응급상황이거나 질병 자체가 중대할수록, 즉 치료가 시급을 요할수록 짧아진다고 했다.

이번 사건(수술 40분전 설명)에서 대법원에서도 의료행위의 내용, 방법, 위험성, 긴급성, 환자 상태에 따라 구체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파기 환송심에서 당시 수술로 인한 후유증의 위험, 수술 시행의 시급성, 환자가 충분한 의사결정을 스스로 한 것인지 등의 사정이 좀 더 심리될 것으로 보인다.

수술의 내용이나 위험성을 언제까지 설명하고 환자로부터 동의서를 받아야 하는지 시기가 법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번 대법원 판결, 그리고 그 동안 학술적 논의를 고려해보면, 긴급한 수술이 아닌 경우에는 수술 전날 저녁, 또는 수술 당일 아침에 동의서를 받으면서 비로소 구체적인 설명이 이뤄진 경우에는 분쟁 가능성이 있다.

실무에서는, 수술을 상의하면서 환자에게 충분하게 설명을 했음에도 뒤늦은 동의서만 있을 뿐, 막상 진료기록지에는 이러한 내용이 누락돼 설명의무 위반이 문제되는 사례도 많다.

환자와 수술결정을 할 때 내용과 위험성에 대해 설명을 하고 진료기록지에도 이러한 내용을 기재해 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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