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패러다임 '환자·가치' 중심으로 바꿔야"
"의료 패러다임 '환자·가치' 중심으로 바꿔야"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2.02.16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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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한림원·NECA 15일 '보건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 모색' 공동심포지엄
국민 건강 개선·안전성 담보 과학적 근거 마련…환자 위한 최선 선택해야 
재정·거버넌스체계 개편 없는 돌봄 서비스 확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지적
대한민국의학한림원(NAMOK)·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2월 15일 함께 주최한 '보건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 모색: 기술중심에서 환자·가치 중심으로' 심포지엄에서는 환자 입장에서 제한된 의료자원의 효율적 활용 논의와 함께 안전성과 건강개선 효과를 담보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 마련이 절실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심포지엄 좌장을 맡은 왕규창 의학한림원장(왼쪽)과 배상철 대한의학회 부회장.
대한민국의학한림원(NAMOK)·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2월 15일 함께 주최한 '보건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 모색: 기술중심에서 환자·가치 중심으로' 심포지엄에서는 환자 입장에서 제한된 의료자원의 효율적 활용 논의와 함께 안전성과 건강개선 효과를 담보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 마련이 절실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심포지엄 좌장을 맡은 왕규창 의학한림원장(왼쪽)과 배상철 대한의학회 부회장.

"이제 보건의료의 패러다임은 환자·가치 중심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NAMOK)·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2월 15일 함께 주최한 '보건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 모색: 기술중심에서 환자·가치 중심으로' 심포지엄에서는 환자 입장에서 제한된 의료자원의 효율적 활용 논의와 함께 안전성과 건강개선 효과를 담보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 마련이 절실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날 심포지엄을 주관한 왕규창 의학한림원장은 비정상적인 한국 의료 현실을 되짚었다. 

왕규창 원장은 "급증하는 의료비와 제한된 의료 자원에서 비롯된 불투명한 미래, 정부와 의료계가 보이는 도를 넘는 불신과 갈등, 눈앞의 선거를 의식해 사회, 의료계와 공감대 형성 없이 행해지는 새로운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라며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의료전달체계, 전문화된 진료에 대한 지나친 선호 현상 등으로 인해 3차 의료기관 위주의 분절화된 진료에 맞닥뜨리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복합 질환을 갖고 있거나 70세를 넘은 고령 환자들은 흔히 여러 진료과에서 많은 투약과 시술을 시행받게 되는데, 고령 환자들을 진료하는 의사들은 많지만 각 환자들의 입장에서 주치의 역할을 하는 의사들은 거의 없다. 의사 입장에서는 그렇게 시간을 들일 동기도 여유도 없다"고 토로했다. 

왕규창 원장은 "이제는 잠시 멈춰서 돌아보아야 한다. 누군가 환자의 입장에서 그들이 처한 사정과 희망 사항을 고려해 신뢰할 수 있는 근거와 의견을 제시해 줄 필요가 있다"라며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환자중심의료기술최적화연구사업단(PACEN)'이 의료계와 함께 이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뤄야 한다. 이런 움직임이 지속되고 확대되도록 사회적 지지를 호소한다. 국민이 내는 세금이나 보험금의 일부는 그들이 의료에 대해 진정으로 만족할 수 있는 사업에 투자돼야 한다"강조했다.

한광협 보건의료연구원장은 환자 가치 중심 의료기술의 중요성을 각인시켰다. 

"보건의료 체계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환자 입장에서 제한된 의료자원을 어떻게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제안한 한광협 원장은 "보건의료 영역에서도 변화와 혁신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고 코로나 감염병 위기는 새로운 의료기술의 진전을 더욱 촉진시켰지만, 이런 의료기술들이 실제 우리 의료 현장에서 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국민 건강 개선 효과가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과학적 근거가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광협 원장은 "환자 가치 중심 의료 기술은 임상 현장에서 이를 활용하는 의료인들뿐만 아니라 건강보험과 보건의료 정책 결정 과정에서도 필요한 근거를 마련하고 실제 정책으로 적용하면서 발전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첫 발제에 나선 김윤 서울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가치기반 의료체계 구축 방안' 발표에서 건강수준 뿐만 아니라 건강 격차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해결방법으로는 지역 완결형 의료체계를 통해 지역에서 돌봄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거시적 차원에서 재정 체계와 거버넌스 체계의 개편이 없는 돌봄서비스에 대한 재정 투자 확대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가 추진하고 있는 커뮤니티 케어 사업이 요양병원과 장기요양보험의 바깥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의료서비스와 돌봄서비스를 지역단위에서 어떻게 통합해야 하는 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김윤 교수는 "의료와 돌봄의 통합 핵심은 재정 체계와 거버넌스를 어떻게 만들어 낼 지에 있는데, 우리나라는 복지 중심 서비스로 커뮤니티 케어를 시행하고 있다"라며 "거시적 차원의 재정 체계와 거버넌스 체계 개편이 없는 돌봄 서비스에 대한 재정 투자 확대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단언했다. 이어 "돌봄 서비스를 장기요양보험에서 커버하는 형태로 전환하고 이것을 건강보험과 노인돌봄사업의 생활지원 서비스와 체계적으로 연계해서 제공하는 체계로 개편해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윤건호 가톨릭의대 교수(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의학한림원 원격의료특별위원장)는 '환자·가치 중심 의료서비스 미충족 요구-지역의료 및 비대면 의료' 발제를 통해 가치기반 의료 실현을 위한 디지털 헬스 활용 등 비대면의료 도입에 대해 직역간 충분한 합의 가능성이 있다고 긍정적 전망을 내놨다. 

윤건호 교수는 "지난 주 공청회에서 확인한 대한의사협회의 입장, 정부의 여러 가지 시범사업 리뷰, 전문기관·산업체 의견 등을 수렴한 결과 충분히 합의 여지가 있다는 생각"이라며 "수가를 어떻게 보장을 할 것인지, 정책 변경에 대한 예측 불가능성 등 불안 요소들이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해답을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 전체 거버넌스가 바뀌는 게 아닌지, 대형병원 쏠림 심화, 대기업 진출에 따른 의료 왜곡 등에 대한 염려가 크다"라며 "제시된 우려들은 차근차근 정리해서 조율해 나간다면 충분히 합의를 이룰 수 있는 장이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커넥티드 케어의 발전 가능성도 짚었다. 

윤건호 교수는 "향후 의료의 욕구는 계속 증가할 것이고 그에 따라 증가되는 의료 비용을 감당키 어렵다. 충분히 욕구를 채워주면서도 의료 비용 내에서 효과적인 새로운 시스템을 정립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라며 "그 중심에 커넥티드 케어가 있다. 모든 게 연결돼 있는, 단절적인 케어가 아니라 늘 환자와 의료기관과 주치의가 연결돼 있는 시스템 내에서의 진료가 앞으로 우리가 지향할 가치다. 그것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사회적인 합의를 이끌어내고 단초가 되는 많은 근거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허대석 NECA 환자중심의료기술최적화연구사업단(PACEN) 단장은 '환자중심 의료를 위한 공익적 임상연구의 현황과 미래' 발제에서 가치 기반 의료를 지향하는 공익적 임상연구의 중요성을 되새겼다. 기술 간 비교평가 평가가 아니라 환자에게 무엇이 최선인가를 평가하는 틀을 더 마련하고 그 비중을 계속 높여가겠다는 의지다. 

PACEN의 방향성을 소개했다.

허대석 교수는 "지난 3년간 지원 과제 중 상당 부분은 기술 간 비교 평가를 다루고 있다. 그렇지만 단순히 그게 기술 간 비교평가 평가가 아니라 환자 입장에서 무엇이 최선인가를 평가하는 입장을 더 담아내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그 비중을 계속 높여가고 있다"라며 "다양한 가치 가운데 결국은 환자나 국민 입장에서의 최선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가치는 비용만의 문제가 아니라 또 다른 가치를 품고 있다는 판단이다. 

허대석 교수는 "의학은 근거에 기반하지만 가치는 주관적이다. 근거중심의학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처음 출발에서는 '밸류 포 머니'를 통한 경제성 평가를 시도했다"라며 "그러나 밸류는 비용 문제만이 아니고 다양한 또다른 가치를 부과한다. EU에서는 개인적 가치, 의료자원 분배, 사회적 가치 등을 포괄하는 넓은 의미의 헬스케어를 제창하고 있으며, WHO에서도 권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PACEN의 지향점도 밝혔다. 리얼 월드 데이터, 환자 중심, 정보 연계다.

허대석 교수는 "PACEN의 에비던스는 리얼 월드 데이터이고, 가치는 환자 입장에서 이런 자원들을 연계하는 데 있다"라며 "정보를 연계해서 현장에 있는 문제를 연구하고 정책에 반영하며, 재평가를 통해 드러난 문제는 후속 연구로 선순환하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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