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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20 06:00 (토)
속내 드러낸 약사회

속내 드러낸 약사회

  • 조명덕 기자 mdcho@kma.org
  • 승인 2000.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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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 시행을 1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예정된 수순대로 7월1일 강행을 주장해 온 대한약사회가 의료계의 `올바른 분업 쟁취를 위한 투쟁'이 가열되자 이를 특정집단의 독선적 이기주의라고 매도, 그동안 의사를 분업의 파트너로 존중하며 상호협력을 강조해 온 태도를 돌변해 저의를 의심스럽게 하고 있다.

22일 의쟁투가 의약분업과 관련한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를 성토하는 성명과 함께 10개항의 요구사항을 발표하자 대한약사회는 곧 바로 23일 김희중(金熙中)회장이 보건복지부에서 직접 일간지 기자들과 회견을 갖고 역시 정부를 질책하는 성명을 냈다.

의쟁투의 성명과 약사회의 성명은 모두, 정부의 무책임을 비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일견 분업의 당사자인 양단체가 공조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으나 각각의 성명에서 상대방을 보는 시각은 완전히 다르다.

의쟁투는 성명을 통해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를 비난하는 한편 정부가 심지어 의사-약사가 이전투구를 하는 것처럼 의도적으로 방치해오지 않았는가 하는 의구심을 나타낸 반면 약사회는 의료계의 대정부 활동을 `특정집단의 독선적 이기주의', `법을 초월하는 파행' 등의 원색적 표현을 동원하며 핵심을 피해가고 있다.

또 의약분업 시행에 있어 최소한의 기본원칙이라고 할 수 있는 `임의조제 금지'를 요구하는 의료계의 주장에 대해서도 약사회는 `임의조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있을 수 없는 일을 의료계가 과장하고 침소봉대하고 있다'며 의도적이든 아니든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

의약품분류와 관련, 국민건강을 기준으로 전면재분류를 주장하는 의료계에 반해 약사회는 국민의 입장에서 객관적 판단을 요하는 것이며 일방적 주장에 좌우될 수 없는 사항이라고 강조하고 있으나 의약품분류라는 업무가 과연 `국민의 입장'에서 `객관적 판단'은 고사하고 `판단'자체가 가능한 것인지 궁금하다. 이는 틈만나면 국민을 빙자하는 일부 정치인의 태도와 다름 아닐 것이다. 그리고 국민건강을 기준으로 재분류해야 한다는 견해와 국민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중 어느 것이 `일방적 주장'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분업과 관련해 보건복지부가 일관적으로 견지해 온 무책임한 태도는 물론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약사회는 관련부처인 보건복지부의 능력으로 도저히 불가능하다면 범정부차원에서 법률의 존엄성과 정책의지를 확실히 선언해 달라고 요구, 관련부처에 대한 비난을 넘어 존재자체를 무시하며 엉뚱한 곳에서 원군을 구하고 있다.

약사회는 이 성명에서 의약분업 정책이 훼손될 경우 막대한 투자를 해 온 2만여 약국과 관련업계의 힘을 모아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할 것이라고 매듭을 지었다. 이는 분업안(案)의 합리성에 상관없이 예정된 순서에 따른 7월1일 강행을 위해 투자해 온 경제적 손실에 대한 보상을, 관련업계까지 끌어들이며 요구하는 것으로 그 순수성을 의심받고 있다.

분업이 본격적으로 논의된 후 약사회는 기회 있을 때마다 분업의 파트너로서 의사의 영역을 존중하며 의사-약사간 상호협력과 공조만이 성공적인 분업의 열쇠라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사안에 따라 이같은 태도를 돌변해 과연 분업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있는지 상호협력과 공조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지, 아니면 자신들의 테두리안에서 밖을 보지 못한 채 자신들의 이익에만 관심을 갖고 이를 벗어나면 파트너도 적이 될 수 있다는 편협된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인지 혼란스럽다.

약사회는 `4·6합의'에 대해서도 `밀실야합'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것을 비롯 분업 시행으로 약국의 손해가 더 크지만 이를 감내하고 수용키로 했으며 준비안된 분업은 의료계의 책임이라는 주장을 펴는 등 의사-약사간 불신과 괴리를 조장하는 발언으로 국민을 호도해 왔다.

`의사-약사간 이전투구를 하는 것처럼 정부가 의도적으로 방치해 오지 않았는지 의심마저 든다'는 22일 의쟁투 성명의 지적처럼 약사회가 혹시 정부의 의도에 말려든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은 지나친 확대해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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