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공약, 국민건강보험의 존재 이유를 묻다
탈모 공약, 국민건강보험의 존재 이유를 묻다
  • 신동욱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암치유센터)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2.02.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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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노령화로 보험료 내는 인구 줄어…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의문
암·희귀질환 조차 급여 주저…정치적 급여 시 사회보험 정당성 무너져

새해 벽두부터 난데없이 탈모가 화제가 되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당의 유력후보가 탈모치료제를 건강보험으로 적용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실제 병적 탈모는 이미 오래전부터 보험 급여가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이번 공약의 실제적인 내용은 '남성형 탈모 또는 노화에 관련한 탈모'(이하 탈모)에 대한 것이다. 

이를 두고 찬반 논란이 많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탈모도 질병이고, 탈모인들은 불안·대인기피·관계 단절 때문에 고통을 겪으며, 장기적인 치료비 부담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반대하는 쪽에서는 건강보험 재정 고갈 및 건강보험료 상승·과잉진료 유발·비용효과성 급여기준의 근거 약화 등의 악영향을 걱정한다.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은 급여화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본다. 

단지 질병코드가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해서 스트레스를 받고, 치료비 부담이 있기 때문에 급여화해야 한다고 하면, 점이나 기미·주근깨·여드름도 마찬가지이다. 키가 작은 편이거나, 조금 통통한 편이라고 하더라도 사람에 따라서는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같은 논리라면, 피부·비만치료나 성장호르몬 치료도 보험적용을 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필자가 보기에는 단지 탈모를 건강보험을 적용할지 여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만일 탈모로 대표되는 비필수적인 의료 부분이 정치적으로 급여화 된다면, 더 큰 문제는 사회보험으로서의 국민건강보험의 정당성이 무너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사회보장기본법에서는 사회보험을 '국민에게 발생하는 사회적 위험을 보험 방식에 의하여 대처함으로써 국민건강과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로 정의한다. 사회적 위험이란 질병·장애·노령·실업·사망 등을 의미하며, 사회보험은 이러한 사회적 위험을 국가가 보험원리를 바탕으로 보장한다는 의미이다. 또한 소득의 재분배와 국민 통합을 위한 정책 목표로 인해, 국가에 의한 강제적인 보험가입과 보험료 징수가 정당화되고 있다. 

국민 건강보험 홈페이지에는 '건강보험제도는 질병이나 부상으로 인해 발생한 고액의 진료비로 가계에 과도한 부담이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국민이 평소에 보험료를 내고 보험자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를 관리·운영하다가 필요 시 보험급여를 제공함으로써 국민 상호 간 위험을 분담하고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사회보장제도'라고 기술되어 있다. 이 문장에서 사회 보험의 원리상 가장 중요한 단어는 '국민 상호간 위험 분담'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월 건보료 상한액은 약 730만원으로, 최소금액은 약 1만 9000원이라서 상한과 하한 간의 격차가 368배에 이르고 있다. 이는 유사한 제도를 갖추는 일본과 대만이 각각 24배와 12배인 것에 비해서도 매우 과도하다. 건강보험 재원의 대부분은 중상위 소득층이 내고 있지만, 보험료를 아무리 많이 낸다고 해도 혜택에는 전혀 차이가 없다. 

이런 제도가 유지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많은 국민이 사회보험의 정책 목표에 암묵적으로 동의하기 때문일 것이다. 즉, 당장 나와 내 가족이 아닌 누군가라 하더라도, 사회의 다른 구성원이 질병 등으로 인한 과도한 의료비 부담으로 가계가 파탄 나고, 그 결과 사회가 불안해지는 것이 우리 사회 전체에, 그리고 나에게도 해가 되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제한된 자원에서 어떤 질병에 대한 치료를 커버해 줄 것인지에 대한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단지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질병보다는,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고 적시에 치료되지 않으면 장애가 남는 중증의 질병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원칙에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면역 항암제·세포치료제·유전자치료제 등 갈수록 혁신적인 약제들이 속속 나오고 있지만, 암이나 희귀질환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치료조차도 건강보험에서는 선뜻 급여를 해주지 않는다. 이러한 질병으로 인한 가계 파탄에 대해서 사회가 연대하여 부담해주자는 취지에 반대할 만한 사람들은 많지 않겠지만, 현실적으로는 건강보험의 재정적인 지속가능성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료는 장기요양보험료까지 합치면 세전 소득의 8% 정도에 해당한다. 2017년 현 정부 들어와서 보험료율만도 약 15% 정도 인상되었다. 

그 와중에 건강보험은 수년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인구는 노령화되고 보험료를 부담할 수 있는 젊은 층은 줄어들고 있는데, 과연 우리는 같이 모아 놓은 '공금(公金)'인 건강보험 재정을 탈모 같은 수준의 질병에도 쓸 수 있을까? 

혹여라도 그렇게 된다면, 과연 실제 돈을 내는 사람들이 사회적 연대를 위하여 강제로 건강보험료를 내는 것에 지속해서 동의할 수 있을까? 

■ 칼럼이나 기고 내용은 <의협신문>의 편집 방침과 같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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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철수 2022-02-04 13:11:02
건보재정은 2019회계연도의 경우 법정적립금이 +2조8243억원인 것을
공문서를 위조하여 -2조8243억원으로 허위 표기하며 국민을 속여 5조6486억원의 비리를 저지른다.
(노인장기요양보험도 +6861억원을 -6861억원으로 속여 1조3722억원의 비리다.)
이월금에서도 공문서위조로 8,888 억원의 비리다.
합해서 2019년도 한 해에 5조6486억원+8,888억원=6조5374억원의 비리를 저질렀다.

비리가 난무해도 탈모 급여 등은 말하면서
건보재정 돈비리에 대해서는 일체 함구한다.
급여여부 전에 건보재정에 대한 대대적 감사, 즉, 비리 척결이 최우선이다.

4대보험 돈비리가 어마어마하다.
국민연금 95조원 비리, 고용보험 20조1008억원 비리, 그외 건보-노인장기요양보험 돈비리도 어마어마하다.

푸르니 2022-02-02 07:28:49
의료에 대한 국민들의 만족을 높일 수 있다면 의료에 대한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당위로 이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보장성을 높여야 하는 질병의 수준에 대해서도 심도 깊은 논의와 합의 과정이 필요하겠지만, 의사들의 관점과 사회구성원들의 이해와 요구가 조금 다를 수도 있어 서로의 이해와 논의가 필요할 것입니다. 이를테면 저출생 시대에 출산/보육 관련 보장성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또한 현재의 시대상을 반영한 결과이지요. 고도의 고령화 사회에서 초고가 항암제에 대한 전면적인 급여 확대와 같은 이슈들도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명제만으로 우리가 결정짓기 어려울 것입니다. 시시비비를 떠나서 이러한 공약의 제시도 하나의 과정이라는 관점에서 보다 넓은 관점에서 그 요구를 이해하고 논의에 참여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푸르니 2022-02-02 07:14:01
탈모 같은 수준의 질병으로 표현하셨는데, 어떤 수준의 질병에 대해 건보재정이 지원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합의는 그간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듯 합니다. 모두들 알듯이 자연치유 가능한 경증질환에 대한 지출도 작지 않죠. 이에 대한 건보지원 축소가 어려운 이유는 의학적 혹은 보건학적인 중요성 외에도 이용자들이 의료보건서비스에 대한 효용을 인식하고 만족하도록 하는 것이 공공보험을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에도 중요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