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와 위로의 언어로 사람과 공감하는 의사·작가·강연자
네이버 블로그 '두두의 마음카페' ...진료실 밖 공감·소통의 장
"한 사람의 마음은 우주처럼 넓습니다."
한 꼭지의 글을 통해 진료실 밖에서도 사람들을 치유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이자 작가, 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의 말이다.
우주에 존재하는 별들이 어떤 규칙으로 움직이는지 전부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 당연히 이 별들을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는 없다. 당신이라는 우주에서 제멋대로, 혹은 알 수 없는 규칙대로 유영하고 있는 생각들과 감정들을 모두 파악하고 원하는 대로 조절하는 것은 따라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때때로 그 어려운 일을 시도하다가 실패하고, 스스로 좌절하기를 반복한다. 이런 경험이 있는 모든 분에게 이두형 원장(대구시 수성구 범어동·이두형정신건강의학과)을 소개하고자 한다.
필자는 브런치라는 글쓰기 플랫폼에서 접한 '아는 정신과 의사의 브런치'에서 흥미와 배움을 넘어 깊이 공감했다. 블로그에서 사람들의 고민을 받아서 하나하나 답해 주는 정신과 의사의 '마음카페'는 '진료실 밖에서도 많은 인생을 치유하는' 정신의학자의 모습이다. 그의 저서인 <그냥 좀 괜찮아지고 싶을 때(2020)>를 읽으며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스스로 믿었던 필자도 어느새 위로를 받고 있었고, 그래서 인터뷰 섭외를 하기로 했다.
"사실 제가 작가나 강연자라고 불리는 것은 지금도 굉장히 어색하고 쑥스럽기도 해요. 제가 환자분들, 마음이 힘드신 분들을 잘 도와 드리기 위한 과정의 일부분이거든요 ."
"인생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정상인 인생이라는 것은 정해져 있지 않고, 의사도 인간이므로 당연히 불완전하죠. 환자의 인생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자세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또 그 과정에서 의사 스스로도 동반자로서 보람을 느낄 수 있고, 더 나아가 환자의 인생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에서 나의 인생에 대한 통찰을 얻기도 해요."
자기 소개를 부탁하자 "인제의대를 졸업해 인제대학교 해운대백병원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수련을 마친 후 대구 범어역에서 정신건강의학과를 개원하고 있다"는 짧은 답변이 돌아왔다. 2020년 출판도서 가운데 'Yes 24 e-book' 인문 1위, 전체 7위를 기록한 작가로서는 겸손한 소개라고 느껴진다.
그는 2020년 6월 <그냥 좀 괜찮아지고 싶을 때(심심)>을, 이듬해인 2021년 10월 <내가 나인 게 싫을 때 읽는 책(아몬드)>을 연속 출간했으며, 책과 관련된 다양한 강연도 진행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작가'이자 '강연자'이다. 그래서 책과 블로그의 글을 통해 그를 처음 알게 된 사람은 그를 의사이기 이전에 작가로 기억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본 이두형 원장은 작가이기 이전에 누구보다 정신건강의학을 사랑하며 더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의사의 모습이다.
그의 첫 책인 <그냥 좀 괜찮아지고 싶을 때> 서문에서, 학창시절부터 문과 성향이었던 그가 의대에 입학한 후 정신과를 선택한 계기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검사 수치와 진단명으로 표현되지 않는 사람, 삶의 이야기에 목말랐다. 그러던 내게 정신의학은 의학이나 사람 냄새 나는 의학이었다. 비로소 숨통이 트였다."
그는 정신건강의학과라는 전공을 마음먹은 뒤 흔들린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많은 의과대학생에게 전공 선택은 일생일대의 고민이다. 심지어 특정 분과를 목표로 공부하고 수련을 받던 의학도조차 전공을 선택한 것에 대해 흔들리는 경우가 존재한다. 그래서 실습을 하고 수련을 받는 과정에서 정신건강의학과를 확신하게 된, "그가 느낀 정신과의 최대 매력"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사실 처음 실습을 시작할 때는 당연히 두려움이 있었죠. 보통 다른 과 실습을 돌 때는 환자에 대한 설명이 상대적으로 간략하게 질병과 관련된 중요한 정보들만 기술돼 있어요. 그런데 정신과에서 진료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자연분만으로 태어났는지, 가족의 사랑과 돌봄은 충분히 받았는지, 또 인생을 살면서 어떤 기쁨과 시련이 있었는지 모두 알아야 했어요. 다시 말해 한 사람의 인생을 굉장히 깊게 이해해야만 했고, 그 점이 굉장히 매력적이었죠. 당시에 과장님도 흥미를 느끼는 저에게 보람차고 좋은 일이라고 추천해 주셔서 흔들림 없이 선택할 수 있었어요."
한 사람의 인생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는 것은 굉장한 매력인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정신건강의학과를 더 어렵게 느낄 수 있다. 정신건강의학과를 지망하지만, 자신이 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환자의 문제, 즉 비정상인 부분을 찾아서 고쳐주면 정상이 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인생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정상인 인생이라는 것은 정해져 있지 않고, 의사도 인간이므로 당연히 불완전하죠. 환자의 인생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자세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또 그 과정에서 의사 스스로도 동반자로서 보람을 느낄 수 있고, 더 나아가 환자의 인생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에서 나의 인생에 대한 통찰을 얻기도 해요.
하지만 당연히 힘들어요. 사람의 마음은 우주처럼 넓어서, 때로는 치료자와 환자가 잘 안 맞기도 하며, 다른 전공도 마찬가지이지만 아무리 뛰어난 의사도 모든 환자를 완벽하게 치료할 수 없습니다. 저도 환자들이 생각했던 만큼 치료가 진행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충분히 성과를 보지 못한 상태에서 치료가 종결된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임의의 목표를 설정하기보다는, 현재 상태에서 시도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순간순간에 몰입했고 그것이 모이면 실제로 개선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어요. 거기서 큰 보람을 느꼈고, 일을 계속 이어갈 수 있었어요."
어떤 거창한 목표를 정하는 거 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전념해 그냥 하는게 좋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활동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위로와 행복을 주고, 나도 그 속에서 행복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글을 쓰고 책까지 내게 된 계기에 대한 질문의 답변에서도 정신건강의학에 대한 사랑과 이두형 원장의 삶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정신과를 하다 보면 감명 깊은 장면이 많아요. 그래서 처음에는 블로그에 '혼자 알기 아쉬운 것들, 환자를 돕기 위해 공부한 것들과 느낀 것들'에 대하여 쓰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제 글에서 의미를 느끼신 몇 분들이 봐 주시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동료 정신과 의사들이 만든 정신의학신문에 글을 투고하는 기회가 생겼죠. 또 그 기사를 읽고 블로그가 알려져서 출판사로부터 연락을 받았어요. 책 출간 후 감사하게도 블로그 방문자 수로만 보았던 독자분들을 직접 만나 뵐 기회가 있었어요. 결국 환자를 위해 공부하는 과정에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위로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이두형 원장처럼 글을 쓰려는 사람들에게 선배로서 조언을 부탁했다.
"저는 처음에 일주일에 한 꼭지 블로그에 기록하는 것으로 시작했어요. 그렇게 쌓인 글로 책을 두 권이나 내며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많이 했죠. 그래서 처음에는 꼭 목표가 없어도 괜찮다는 말을 해 주고 싶어요. 저도 어떤 지향점이 없었기에 블로그 방문자가 40명 남짓일 때 그만두지 않고 계속 글을 쓸 수 있었어요. 글을 하나의 도구로 사용하여, 표현하고 싶은 마음을 얘기하면 돼요. 그리고, 자신이 쓰는 글의 성격에 잘 맞는 매체를 찾으면 좋을 거 같아요. 저는 블로그와 브런치라는 플랫폼의 덕을 많이 봤고, 요즘은 다양한 플랫폼이 있어서 적절한 곳을 찾으면 큰 도움이 되죠."
그는 인터뷰를 통해 어떤 거창한 목표를 정하는 것보다 '그냥 하는 것'이 좋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의 좌우명으로 소개한 12단계 알코올 치료의 첫 기도문처럼', 또 그의 두 번째 책 <내가 나인 게 싫을 때 읽는 책> 속 하나의 주제처럼,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전념해 그냥 하는 것"을 통해 작가로서 진료실 밖의 많은 사람을 위로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기에 그의 미래에 대해 질문했을 때, 이두형 원장은 출간할 책이나 의원 운영과 같은 목표가 아닌 "다양한 활동을 통해 힘들어하는 많은 사람에게 위로와 행복을 주고, 나도 그 속에서 행복할 수 있는 것" 이라는 명확한 지향점을 이야기했다. 그 지향점을 위해 그는 진료, 글쓰기, 강연 등이 맘처럼 되지 않는다고 좌절하지 않으며 그저 할 수 있는 것들을 계속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