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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설치법' 하위법령…기본권 침해 꼼꼼히 따져야
'CCTV 설치법' 하위법령…기본권 침해 꼼꼼히 따져야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1.12.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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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인 인권·개인정보자기결정권·직업수행 자유 침해
안전조치 유지 비용 지원·의료기관장 입증 책임 부담 완화
보건의료인 촬영거부권도 '정당화 사유'로 규정 바람직
[그래픽=윤세호 기자]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의협신문

'수술실 CCTV 설치법'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지난 8월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수술실 내 CCTV 설치법'은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3년 9월 25일부터 발효된다. 

이 법은 보건의료인의 인권·인격권,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직업수행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는 중론이다. 게다가 기본권 침해 최소화를 위한 입법 장치를 법률에 규정하지 않고 하위법령에 위임하고 있다. 

의료계는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하위법령이 마련돼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임지연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원은 <의료정책포럼>에 실린 '수술실 내 CCTV 설치 규제의 부작용 최소 방안' 기고를 통해 설치 위치, 촬영 범위, 촬영 대상, 영상정보 보안, 안전조치 유지비용, 영상정보 보관기간 등에 대해 촘촘히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CCTV 설치 위치, 화질, 수술실당 설치 대수, 촬영방법 등에 대한 상세 기준은 침해 최소화 원칙에 따라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임지연 연구원은 "입법 목적과 설치 비용을 고려해 수술실 외곽에 1대만 설치하고 수술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근접촬영을 허용하면 안 된다"라며 "환자의 민감부위 유출, 의료진 진료 위축 등을 방지하기 위해 화질은 SD급으로 제한하거나, HD급을 허용하더라도 화소를 제한해야 하고, 녹음기능 허용규정은 불필요한 조항으로 향후 개정해야 한다"고 짚었다.

영상정보 안전성 확보조치 의무사항과 기준은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수술실 내 CCTV 설치법'에 따르면 의료기관장은 CCTV 영상정보가 분실·도난·유출·변조 또는 훼손되지 않도록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기술적·관리적·물리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의 대상이 된다. 

영상정보 유출이 발생하면 의료기관장 및 관리자는 형사처벌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환자가 손해배상청구소송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당한 심리적·경제적 부담이 된다. 

임지연 연구원은 "의료기관장 및 관리자가 규정에 따라 안전성 확보 조치 의무를 이행한 경우 입증 책임 부담이 완화돼야 한다"라며 "안전조치 의무를 이행한 의료기관에 법적 책임을 지우는 일이 발생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영상정보 안전조치 유지비용 지원도 필요하다.

의료기관은 안전성 확보 조치로 저장장치와 네트워크를 분리해야 하고 개인정보 유출 오남용을 예방·관리하기 위해 관련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등도 설치해야 한다. 또 내부 관리계획 수립, 접속기록 보관 및 관련 시설 출입자 관리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관리 인력과 이들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 시간과 돈이 너무 많이 든다.

임지연 연구원은 "관리 인력 수는 병원 규모, CCTV 설치 대수, 촬영건수에 따라 달라지고, 촬영 요청이 많은 의료기관일수록 인건비 부담이 가중된다"라며 "설치비용뿐만 아니라 안전조치 유지비용 지원에 관한 논의도 동반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수술 장면 촬영은 환자 등의 명시적 요청이 있는 경우에만 허용돼야 하며, 환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보호 차원에서 촬영요청 권한은 환자만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견해다. 

또 영상정보 제공에 필요한 비식별화 장비 구입과 이에 대한 인력 운용 비용은 수익자 부담 원칙을 적용해 열람을 요청한 자가 부담토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영상정보 보관 기준과 보관 기간에 대한 요건도 제시했다. 

임지연 연구원은 "촬영된 영상은 30일이 경과하면 자동 삭제되도록 해야 하며, 보관기간 만료 시 복원이 불가능한 방법으로 영구 삭제돼야 한다"라며 "의료기관에 영상을 요청할 수 있는 자는 개인이 아닌 기관으로 한정해야 하므로 보관기간 연장도 개인이 아닌 기관이 요청한 경우로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당한 사유 규정에 '촬영거부권' 인정도 요구했다. '수술실 내 CCTV 설치법'은 촬영을 거부할 수 있는 정당화 사유를 규정했으며, 규정에 준하는 정당화 사유를 보건복지부령으로 마련토록 하고 있다. 

영상 촬영에 상당한 부담감과 거부감을 갖는 의사에게 촬영거부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심리적 위축과 긴장으로 수술과정에서 과실 발생 가능성을 증가시킬 수 있고, 수술 이외의 비침습적·대체적 방식으로 치료방법을 전환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지연 연구원은 "이렇게 되면 환자에게 더 나은 치료 효과의 의료 제공 기회를 박탈하게 돼 사회가 얻는 공익보다 위해가 클 수 있다"라며 "향후 시행령 논의단계에서는 의료계가 우려한 의학발전 저해, 소극적 진료 초래, 외과 중심 필수과 기피 현상 등의 문제가 최소화 될 수 있도록 의료인의 촬영거부권도 정당화 사유로 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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