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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8 17:57 (목)
백인백색 수술실의 바이올리니스트 홍현준 교수
백인백색 수술실의 바이올리니스트 홍현준 교수
  • 백진우 의협신문 명예기자(가톨릭관동의대 본과3학년) gad41@naver.com
  • 승인 2021.12.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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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 연주할 때면 종종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홍현준 가톨릭관동의대 교수(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학과)의 연구실에 들어서자 차이콥스키 6번 교향곡의 웅장한 선율이 흘러나오고 있다. 홍현준 교수는 1999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에서 전공의 생활을 마쳤다. 현재 국제성모병원에서 이비인후-두경부외과장을 맡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최근 대한기관식도과학회 증례발표대회에서 수상하며 학술적인 부분에서도 두각을 보이고 있으며, 동시에 국제성모병원에서 크리스마스 기념 공연을 주최할 만큼 음악에도 관심이 깊다. "흔치 않은 바이올린 연주는 어떻게 그의 취미가 됐을까? 음악은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궁금증을 안고 만난 그와의 인터뷰는 다양한 활동을 하는 그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의협신문
국제성모병원 원내에서 진행됐던 크리스마스 연주회. 사진 왼쪽 첫번째 홍현준교수.ⓒ의협신문

Q. 코로나19로 모든 사람이 힘든 일상을 보내고 있다. 교수님은 어떠신지? 
코로나19로 인해 학회나 다른 활동들에 제약이 많이 생겼다. 특히 이비인후-두경부외과라는 과 특성 상 환자들이 많이 불안해 하기 때문에 안정을 드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Q. 피아노, 기타를 취미로 하는 사람은 많지만, 바이올린 연주는 흔치 않다. 바이올린에 관심을 두게 된 특별한 계기 있을 것 같다. 
바이올린을 시작한 건 5살 무렵이었지만, 음악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때이다. 당시 뮤직캠프에서 연습하고, 밤에 다 같이 모여 캠프 선생님이 LP판으로 틀어 주신 차이콥스키 6번 교향곡을 처음 들었다. 그때가 여름이었는데 무더위도 잊을 만큼 깊은 감명을 받았다. 이후 학업에 매진하였다가 대학교에 들어간 후 취미를 가지고 싶어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보았다. 그때 어릴 적 활동했던 오케스트라가 생각이 나더라. 그 후 지금까지 꾸준히 바이올린과의 인연을 이어가는 중이다.

 

만 50세 땐 친구들과 함께 독주 연주회 계획 꿈...연주 버킷 리스트는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Q. 가장 좋아하는 곡이나 작곡가가 있는지?
사실 시간과 계절에 따라 좋아하는 작곡가가 자주 바뀐다. 하지만 베토벤과 바흐를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악보를 분석하면서 곡을 감상하기를 좋아하는데 베토벤의 작곡 감각을 볼 때면 '이 음들을 어떻게 이 자리에 넣게 됐을까?' 하는 감탄이 나오게 된다. 가장 완벽에 가깝게 악보를 쓴 작곡가라고 생각한다. 바흐는 내 버킷 리스트 중 하나인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를 좋아하게 되면서 관심을 갖게 됐다. 좋아하는 곡으로는 말러 교향곡을 말하고 싶다. 반복해서 들을수록 현대적인 세련미와 깊이를 새롭게 느낄 수 있어 좋아한다.

Q. 교수님에게 음악이라는 취미는 어떤 의미인지?
삶의 일부에서 찾을 수 있는 행복인 것 같다. 출퇴근하면서 나만의 루틴이 있다. 약 50분 정도 되는 거리를 운전하면서 한 곡을 정해 온전히 감상하는 것이다. 이런 루틴이 반복되다 보니 자연스레 조예도 깊어지고 관심도 커지게 되더라.

ⓒ의협신문
홍현준 가톨릭관동의대 교수. ⓒ의협신문

Q. 다년간 병원 안팎에서 공연을 한 걸로 알고 있다.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병원 밖에서 하는 연주는 서로 시간 맞추기가 정말 어렵더라. 그리고 작년에는 비록 코로나 때문에 무산되기는 했지만 'Korean Doctors Orchestra'를 기획해서 연주하려고 했다. 세계적으로 구성된 'World Doctors Orchestra'를 전신으로 한 오케스트라였고, 이 공연을 위해 훌륭한 지휘자 선생님과 열정 있는 의사 선생님들이 많이 지원했던 프로젝트여서 기대를 많이 했지만 무산되어 너무 아쉬웠다.

Q. 병원에서의 공연을 매년 기획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국제성모병원에 처음 왔을 때는 담당 교수로서 오케스트라 동아리에 속한 의대 학생들이 공연을 개최할 수 있도록 많은 격려를 했지만, 학생들에게 부담이 되면서 자주 열리지 못했다. 그래서 병원에 오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바쁘고 힘든 시간 중에서도 잠깐이나마 위안과 행복을 주고자 나를 포함한 다른 교수들이나 참여하고자 하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기획하게 되었던 것 같다. 초반에는 상황이 여의치 않아 점심시간도 반납한 채 공연을 하게 되어 힘든 점이 있었지만, 공연을 좋게 봐주시는 환자분들이 많아서 즐겁게 진행할 수 있었다. 덕분에 나도 매달 시간을 내서 레슨을 받게 되더라. (웃음)

Q. 코로나19 상황이라 공연을 기획하고 실행하는데 많은 제약이 따를 것 같다. 공연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있다면? 
좋아하니까 할 수 있는 것 같다. 선후배, 학생들 등 많은 주변 사람들과 함께 공연을 준비하면서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되고, 이를 통해 만들어지는 결과물을 일종의 선한 영향력이라고 생각한다. 밥만으로는 살 수 없듯,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에게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많은 선한 사람들이 같은 목표를 위해 각자의 사정에 맞는 방법을 택하게 되는데 내가 도울 방법으로는 이런 연주회를 개최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사람 복이 좋아서 주변에 나와 뜻이 맞는 고마운 사람들이 많은 것도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내용을 입력하세요.

Q. 음악을 하면서 힘들었던 순간들도 많았을 거 같다.
악기를 하다 보니 항상 힘든 것 같다. 내가 전문적으로 악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고 의사라는 주업이 있어서 시간을 내는 것이 가장 힘들고, 시간이 많이 없어서 원하는 실력으로 향상하지 못하는 것도 힘들다. 하지만 그럴수록 천천히 시간을 두어 연습하다 보면 결국 이룰 수 있는 것 같더라. 그래서 요즘에는 꾸준히 연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좋은 의사가 되려면 물론 공부도 중요하지만, 가장 좋은 치료를 위해 환자를 환자가 아닌 사람으로 이해하고, 그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삶을 이해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가 취미 생활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좋은 취미를 가진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취미를 통해 인문학적 소양을 쌓고, 많은 사람과 소통하다 보면 사람들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Q. 교수님만의 취미 활동에 대한 팁이 있는지?

첫 번째는 관심 있는 분야를 찾아서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영상이나 공연 등을 보고, 듣다 보면 나중에는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후에는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만나서 같이 활동하다 보면 취미로 잘 자리 잡게 될 것이다. 먼저 보고 듣는 단계에서 많이 노출되고 접하다 보면 내가 정말 좋아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내 일화를 하나 말하자면 인턴 생활할 때 생활이 너무 힘들었는데도 주빈 메타가 지휘하는 뉴욕 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한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표를 구해서 갔던 기억이 있다. 그 공연을 통해서 내가 정말 음악을 좋아한다고 느꼈다.

Q. 연주 관련 계획하고 있는 일이 있는지 궁금하다. 

ⓒ의협신문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는 홍현준 교수(사진 오른쪽).ⓒ의협신문

내가 참여하는 '앙상블 O'라는 연주모임이 있다. 여기서도 연습하고 있는데, 내년에는 연주회를 열 수 있기를 바라면서 준비하고 있는 단계다. 그리고 내가 만 50세가 될 때 친구들과 연주회를 열어서 독주하는 것도 목표다. 독주에서는 앞서 말한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를 완주하고 싶다. 병원 로비 연주회도 가능하면 꼭 열고 싶다.

Q. 끝으로 마땅한 취미를 갖지 못한 의대생들과 다른 의사 선생님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부탁한다.
개인적으로 의대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좋은 의사가 되려면 물론 공부도 중요하지만, 가장 좋은 치료를 위해 환자를 환자가 아닌 사람으로 이해하고, 그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삶을 이해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가 취미 생활이 되는 경우가 많더라. 그래서 좋은 취미를 가진다는 것이 중요하다. 취미를 통해 인문학적 소양을 쌓고, 많은 사람과 소통하다 보면 사람들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취미를 갖기 위해 많은 노력을 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책 읽기, 산책하기 등 간단하면서 좋은 취미도 많다. 취미를 갖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무엇이 내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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