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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경계선이 만들어낸 지속 가능 의료- 싱가포르 사례
두 가지 경계선이 만들어낸 지속 가능 의료- 싱가포르 사례
  • 윤인모 의협 기획이사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1.12.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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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중후반 샴쌍둥이 수술로 유명세를 탄 래플즈병원을 필두로 국내에 소개되기 시작한 싱가포르는 의료관광뿐만 아니라 의료비 증가율 관리에서도 우등생이다. 

높은 의료비 증가율로 향후 고전이 예상되는 한국으로서는 싱가포르를 다시 한번 재조명해 봐야 하는 시기이다. 

싱가포르도 다양한 문제점은 가지고 있지만 평균수명등의 지표는 한국과 비슷하다(싱가포르2016년 82.9세→2020년 83.2세 / 한국 2017년 82.4세→2020년 83.3세). 그러나 싱가포르의 GDP 대비 의료비 증가율(2017년 4.4%, 출처 : 의료 해외 진출을 위한 주요 권역·지역별 시장 분석 보고서, 한국보건산업진흥원 2020)을 한국(2017년 7.1%, 출처 : OECD)과 비교하면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우월하다.

무엇이 싱가포르를 의료정책의 우등생으로 만들었을까? 싱가포르는 이를 가능하게 하는 두 가지 경계를 보건부(MOH) 미션에 명기해 이를 충실히 잘 실행했다.

첫째, 국가와 개인 간의 경계를 명확히 했다. 영국 지배하의 제도적 관성 속에 사용하던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미션을 1983년 폐기하고, 건강은 개인의 책임임을 명확히 했다. 현재 싱가포르 미션은 'Better Health, Better Care, Better Life'로 더 나은 건강과 생활을 표방하고 있지만 방법론에서는 '의료 서비스 비용에 대한 개인 책임의 촉진'을 명시했다. 

공공병원에서는 돈 때문에 진료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망을 구축하면서 미션에 따라 1984년 MSA(의료저축계정)을 대표로 하는 3Ms(Medical saving account, Medi shield, Medi fund) 제도를 시행해 개인의료비를 강제로 저축하게 하였다. 필요한 고가 의료에만 의료비를 쓸 수 있도록 했으며(Medical saving account), 이렇게 하지 못할 경우에는 Medishield와 Medifund를 통해 추가 진료 시스템을 구축했다.

싱가포르가 시스템을 바꾼 것은 의료비 증가의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함이다. 즉 공공의료는 필수의료에 한정함으로써 모든 의료제도는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 아닌, 본래의 목적인 질병으로부터 개인파산을 막는 것임을 명확히 했다.

다른 하나는 제도 운용의 경계이다. 공공과 민간의 경계는 물론 공공의료에서도 경계를 명확히 했다.

우선 공공과 민간의 경계는 다음과 같다. 1차 진료의 80% 정도는 개인이 지불하도록 했다. 이에 불편한 부분도 있지만 개인의 책임하에 두며 제도를 통해 서비스를 받는 사람과 의료비를 납부하는 사람을 가능한 일치하도록 했다.

개인에게 과중한 의료비가 부담되는 질환은 2, 3차기관에서 3Ms를 통해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공공의료 수행 시에도 경계를 만들었다. 이러한 경계는 수직·통합 네트워크의 선순환 경쟁을 가능하게 했다. 

이러한 공공기관 간의 수직적(vertical) 경계는 첫째 경쟁력 있는 공공의료를 유지하는 관리가 가능하게 했다. 2018년에 20여 개가 넘는 병원을 3개 거점병원으로 수직 통합했다. 정부 소유지만 민간기업처럼 운영하도록 했다. 모든 급여는 실적에 따라 달라지고 이에 대한 평가는 제3자를 통해 객관성을 확보했다. 급여의 20∼50%가 성과급이며, 병원은 직원들의 자기 계발과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병원 네트워크의 운영의 주체인 MOH 홀딩스와 보험사( 제3지불자)에 해당하는 중앙 정립 기금(Central Provident Fund:CPF)은 각각 보건부와 노동부 산하의 독립 기관이지만 긴밀한 관계다.

4개의 조직(서비스그룹·정책 및 사업 계획 그룹·인포컴 기술 서비스 그룹·기업 개발 그룹)으로 이뤄져 있는 CPF는 공공의료의 건강성을 유지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한다. 

싱가포르는 지불자와 의료 서비스 공급자가 Well connected된 How to connect에 성공한 좋은 모델이다. 

둘째, 공공의료 내의 경계는 의료 생태계 활성화의 기폭제다. 공공의료의 생태계 유지를 위해 부가적으로 의료관광 활성화와 영리병원 운영이 가능하다. 동시에 민간 의료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게 싱가포르는 미션을 통해 두 가지 경계를 확실히 하면서 1984년 이래 우수한 의료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대한민국 보건복지부의 보건분야 미션은 1984년 이전 싱가포르의 미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개인과 국가 간의 경계선도 보이지 않는다. 공공과 민간의 혼재 속에 악순환 하고 있지만 해결책도 보이지 않는다. 이도 저도 아닌 상황에서 효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 의료는 국가와 개인 간의 경계가 없다. 공공과 민간의 경계도 없다. 좋은 담장이 좋은 이웃을 만들듯 싱가포르의 경쟁력은 경계를 설정하면서 시작했음을 상기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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