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환자 수용 거부 못하는 규정 마련...현실적으로 불가능"
"응급환자 수용 거부 못하는 규정 마련...현실적으로 불가능"
  • 박승민 기자 smpark0602@gmail.com
  • 승인 2021.12.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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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민 응급의학의사회장 "이송 시간 지연 근본 원인부터 해결해야"
기동훈 자문위원 "응급실 떠나는 의사 많을 것…피해는 환자 몫" 우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응급클리닉 등 구체적 대안 제시하기도
3일 개최된 대한응급의학의사회 기자회견 (사진=김선경기자)ⓒ의협신문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3일 기자회견을 열고,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응급의료에관한법률 일부개정안'은 응급의료현장의 상황을 무시하고 무조건적인 책임과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응급환자 수용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의결된 것과 관련 대한응급의학의사회가 응급의료 현장의 상황을 무시한 법안이라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응급실 내 의료현장은 다양하고 유동적이어서 현실적으로 적용되기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3일 대한의사협회 용산임시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응급의료법)에 대해 "응급실 이송 지연의 근본적인 원인은 간과하고, 단순히 응급의료기관을 압박해 수치상의 개선을 꾀하는 전형적인 관치형 지침"이라고 비판했다. 

본회의를 통과한 응급의료법 개정안은 응급의료기관의 장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환자 수용요청을 거부 또는 기피할 수 없도록 수용 능력 통보에 관한 규정을 정비하고 응급의료기관의 응급환자 수용 능력 확인 등의 구체적인 기준과 방법, 절차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중증 응급환자를 중심으로 진료할 수 있도록 중증도 분류 결과 경증에 해당하는 응급환자를 다른 응급의료기관에 이송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해당 법안이 본회의에서 의결되자 응급의학의사회는 "응급의료법에 '이송 시 사전에 수용 능력의 확인'은 응급환자에 필요한 의학적 처치를 골든타임 내에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며 "어떤 종류의 환자가 언제 어디서든 어떤 병원을 가더라도 필요한 응급의료를 받으며 최종 치료까지 모두 받을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의료자원은 한계가 있으므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 (사진=김선경기자)ⓒ의협신문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이형민 응급의학의사회장은 "해당 법안은 환자를 이송할 때 이송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니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서 이송 시간을 줄이겠다는 취지"라며 "다만, 이송 시간이 왜 길어지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 응급의료기관에 책임을 강제함으로 이송 시간을 줄이겠다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응급실에서 환자를 수용하지 못하는 문제는 응급실의 문제가 아니고 상황 때문"이라며 "응급실에서 이뤄지는 치료 이후 이어지는 배후 진료와 최종 치료, 중환자실 입원이 불가능한 경우에도 수용 불가가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급성심근경색 환자를 심장 조영술이 안되는 병원에서 수용한다면 이송 지연은 발생하지 않겠지만 환자의 예후는 책임질 수 없다. 현장에서 환자를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은 매우 다양하고 유동적이어서 현장의 응급의학 전문의만이 판단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만약 "수용 곤란의 고지 기준, 절차 등을 규정해 수용 곤란 통보의 타당성 여부를 감시하고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서류 검사와 진술을 위해 의료기관을 출입하게 되면 '어떤 상황이든 환자를 받아라'라는 압박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동훈 응급의학의사회 자문위원은 "응급실에서 의료진은 응급환자뿐만 아니라 기존 응급실에 있는 다른 환자와 의료진을 보호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하게 된다"라며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최선의 선택을 했는데 응급환자를 거부했다고 형사 처벌을 받게 되면 현장을 지키는 의료진의 자부심에 큰 상처가 될 것이고, 응급실을 떠나는 의사가 많아질 수도 있다. 결국 피해는 환자가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응급실 의료진과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119 대원들과의 마찰이 더욱 자주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이형민 회장은 "현재에도 응급환자를 병원에 내려놓으려는 119와 내려놓으면 안 된다는 의료진 사이에서 갈등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라며 "법안이 실행되면 갈등은 10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응급의료법 개정안에 포함된 권역응급의료센터의 비응급 환자를 다른 응급의료기관으로 보내는 것 또한 현실적으로 전혀 가능하지 않다고 봤다. 

이 회장은 "응급실을 찾은 환자 중에서 본인이 경증이라고 생각하는 환자는 거의 없다. 병원 선택권이 무한히 보장되는 우리나라 시스템에서 자의적으로 응급실에 내원하는 환자를 중증이 아니니 다른 병원에 가라고 설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어떻게 설득한다고 해도 야간이나 주말에는 경증 환자가 실제로 갈 수 있는 다른 의료기관도 마땅치 않다"라고 현실적인 문제를 짚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이미 해당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만큼 법안의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할 때 최대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의견을 개진한다는 방침이다. 

이 회장은 "법안의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할 때 대한응급의학회와 함께 의견을 개진할 것"이라며 "응급실 이송 지연 등의 응급실 문제는 응급실만을 위한 정책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와 26개 의료 전문 과목 모두와 함께 논의하고 방안을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현재 응급실 과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개인 병원과 응급실의 중간에서 경증 응급 환자가 방문할 수 있는 '응급클리닉(Urgent care Clinic)'을 고민하고 있다"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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