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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칼럼 간호계의 과욕
논설위원 칼럼 간호계의 과욕
  • 김영숙 기자 kimys@doctorsnews.co.kr
  • 승인 2021.11.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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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신문
간협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 하루전인 23일 전국간호사결의대회를 열어 간호법 제정을 압박했다. 코로나로 간호사에 대한 국민적 정서가 우호적인 가운데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벗어난 많은 권한을 일거에 획득하려 하면서 타 직역과 갈등을 빚고 있다.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올해 들어 지난 한주만큼 긴박했던 적이 있었나 싶다. 굳이 비교하자면 지난 여름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 입법예고 기간동안 의료계와 간호계가 의견을 달리 하며 긴장감을 형성했지만 지난주 정점을 찍은 간호법을 둘러싼  대결은 그 강도와 파급력이 달랐다.

전문간호사 자격 인정법이 주로 의과계 의료계와  간호사의 갈등양상이 중심이었고, 여기에 응급구조사협회가 가세했다면 이번엔 병원계는 물론이고  의사, 치과의사, 간호조무사, 응급구조사, 요양보호사 등 10개의 보건의료단체가 연대해 직역간 갈등은 최고점을 찍었다. 

간호계가 70년 숙원이라고 할 만큼 간호법 추진의 역사는 깊다.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것만도 2005년과 2019년 두번이지만 의료법에서 '간호'만을 분법하는 사안은 신중해야 했기에  오랜 추진 역사와는 달리 국회의 문턱 조차 밟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11월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돼 심의대상에 오른 것인데 법안심사 소식이 알려지면서 대한의사협회는 사안의 엄중함을 인식해 21일 긴급 대표자회의를 소집한데 이어 22일엔 10개 단체가 의협과 연대한 기자회견, 국회 앞 1인 릴레이 시위 등을 벌이며 법안심사 저지 총력전을 펼쳤다.

대한간호협회 역시 이에 질세라 22일  맞불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호소문을 발표하고, 23일에는 국회의사당 앞에서 499명이 참여한 전국간호사결의대회를 열어 세를 과시하며 국회를 압박했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국민의당 등 여야 3당이 발의했고 공동발의자만 93명에 이르면서 간호계의 기대는 한껏 고조됐지만 간호계의 지나친 욕심은 간호사를 제외한 모든 직종의 반대를 불러오면서 법안소위는 직역 간 대립 조정, 해외사례 등에 대해 정부 자료를 받아 본 후 검토하겠다며 계속심사 대상으로 넘겼다 .

쟁점사항이 정리돼 간호계의 바람대로 정기국회에서 간호법이 의결될 지 아직은 예단할 수 없다. 하지만 70년만에 첫 기회를 얻은 간호법이 법안 심사 시작과 함께 일시 정지상태를 맞은 것은 간호계의 과욕이 자초한 일이라고 본다. 간호사의 근무환경 개선 등 본질적인 취지보다 간호법을 통해 너무 많은 권한을 한번에 거머쥐려한 결과로 현재 첨예하게 맞서는 직역간 쟁점사항은 시간을 둔다고 정리될 사안이 아니다. 

현행 간호법 제정안은 의료법의 간호사 업무범위를 '진료보조'에서 '환자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규정함으로써 간호사가 독자적인 진료행위를 할 것이란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는데 이는 간호계가 가짜뉴스라고 폄훼하는 것처럼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 여기에 간호조무사는 물론 요양보호사까지 법안 적용대상을 확대해 간호사의 지도를 받도록 규정했다.

이는 의사의 진료보조는 벗어나려 하면서 다른 직역은 그들의 지도하에 두겠다는 것으로, 타 직역이 '간호사 이기주의', '간호사의 이익추구를 위한 독선적 입법'이라고 한 것은 결코 지나친 표현이 아니다. 이처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간호사에 대해 형성된 우호적인 국민적 정서를 등에 업고, 일거에 권한을 확보하려는 것은 누가 봐도 지나친 욕심이다.  

간협은 "간호법안은 특정 직역만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간호인력들의 직업만족도와 삶의 질을 함께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강변하지만 간호사를 뺀 모든 의료인과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등 어느 누구도 동의하기 힘든 '직역 갈등법'이 돼 버렸다.

그럼에도 신경림 간호협회장의 말대로 "간호인력은 소모품이 아닌 소중한 의료자원"이며, 국민건강을 위해 애쓰는 간호사의 근무환경 개선 등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한다. 하지만 간호사의 지원·육성·처우 등을 위하는 방법이 의료법에서 간호와 조산을 '분법'해 '그들만의 법'을 만드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더욱이 의료서비스가 점점 전문화되면서 협업이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이란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통합 체계인 의료법에서 간호·조산을 따로 떼어내는 것은 시대 흐름에도 맞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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