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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9 15:21 (금)
"의학적 근거 없는 의·한 협진사업 연장 도대체 왜?"
"의학적 근거 없는 의·한 협진사업 연장 도대체 왜?"
  • 이영재 기자 | 송성철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1.11.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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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과학적 검증·통계적 유의성 확보 안한 채 시범사업 연장 반대"
뇌경색증, 비협진 병원 치료기간 63일 vs 협진 상급종합병원 치료기간 1일?
강석하 원장 "환자에 도움된다는 근거 없어"...건정심 협진 시범사업 연장 결정
의협은
의협은 "의학과 한의학의 협진에 앞서 안전성과 세밀한 과학적 검증이 필요하다"며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않은 상황에서 시범사업을 연장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사진=pixbay]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오류가 있는 연구 보고서를 근거로 의·한 협진 시범사업을 연장키로 결정한데 대해 의료계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5일 제25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연 자리에서 내년 1분기에 의·한 협진 4단계 시범사업을 실시키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의·한 협진 3단계 시범사업 평가 연구 보고서에서 제시한 긍정적인 효과를 토대로 이같이 결론을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보건복지부는 약 70곳의 참여기관을 모집해 내년 4월부터 2년 동안 의·한 협진 4단계 시범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총 사업 예산은 34억 9000만원에 달한다. 

의료계는 시범사업 평가 연구 보고서에서 치료기간이 짧으면 효과가 있다는 통계 해석의 오류와 환자만족도로 의학적 효용성을 인정한 점 등을 들어 시범사업 연장에 반대했다.

건정심에 참석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한 협진은 안전성과 세밀한 과학적 검증이 필요하다.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않은 상황에서 시범사업을 연장하는 것에 대해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다.

특히 협진기간을 기준으로 의학적 효과를 판단한 연구의 오류를 짚었다. 

강석하 과학중심의학연구원장은 "보고서는 협진을 받은 환자들이 협진을 받지 않은 환자들보다 진료 받은 기간이 짧으면 협진 효과가 있다는 이상한 가정을 전제로 한다. 치료기간은 첫 번째부터 마지막 진료일까지일뿐 의학적 평가로 정의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강 원장은 "진료기간이 짧다는 것은 협진이 귀찮거나, 진료비 이중 부담 등 이유로 내원을 중단하거나 다른 병원으로 옮겼을 수도 있으며, 협진-비협진 환자를 통계기법으로 1:1 매칭 비교과정에서 발생한 오류일 수도 있다"고 오류를 짚었다.

보고서가 제시한 뇌경색증 분석자료에는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강 원장은 "상급종합병원 협진환자 30명은 모두 협진기간이 1일이다. 하루 진료만에 더이상 치료가 필요없는 기적이 벌어졌다. 병원 환자 1명 역시 1일 진료받았다. 통계적 매칭을 통해 선정된 비협진자 1명의 치료기간은 63일이었다"며 "치료기간 차이가 발생한 원인을 찾지 않고 무조건 효과라고 믿는다면 협진은 기적이 아니고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고 통박했다.

연구보고서가 제시한 뇌경색증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상급종합병원과 병원의 협진기간은 각각 1일에 불과하다. 반면 비협진 기간은 상급종합병원 9.3일, 병원 63.0일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의료계는 병원에서 63일 동안 치료를 받을 정도의 뇌경색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에서 1일 진료를 받고 치료 효과를 보일 수 있냐며 연구 설계와 해석에 의문을 제기했다.
연구보고서가 제시한 뇌경색증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상급종합병원과 병원의 협진기간은 각각 1일에 불과하다. 반면 비협진 기간은 상급종합병원 9.3일, 병원 63.0일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의료계는 병원에서 63일 동안 치료를 받을 정도의 뇌경색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에서 1일 진료를 받고 치료 효과를 보일 수 있냐며 연구 설계와 해석에 의문을 제기했다.

환자만족도로 협진의 효용성을 평가한 문제도 꼬집었다.

강 원장은 "만족도는 효과의 근거가 될 수 없다. 의학적 근거가 없는 대체요법에서 만족도를 근거로 내세우는 일은 외국에서도 흔하다"며 "후행 진료 보장과 협의진료료 등에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되는데 이 돈을 협진에 쓰지 않고 환자에게 스포츠마사지·외식비 등을 지원하면 '매우 만족' 비율이 100%에 가깝지 않을까?"라고 되물었다.

의·한 협진 시범사업을 연장할 근거가 없다는 점도 짚었다. 

강 원장은 "보고서는 협진 시범사업으로 한방병원에 돈을 퍼줬더니 치료기간이 짧아졌다. 환자에게 도움이 됐으니 시범사업을 2년 더 연장하자는 이야기"라며 "19개 중 18개 질환에서 치료기간이 짧아졌나? 통계분석에서는 2개 질환만 짧았기 때문에 18개 질환이 짧아졌다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지적했다. 

연구보고서를 살펴보면 협진 의뢰는 한방→의과 의뢰가 98.3%에 달한 반면, 의과→한방 의뢰는 1.7%에 그쳤다. 한방이 스스로 해결하지 않은 채 대부분 의과에 의뢰하는 양상을 보인 것. 

이로 인해 협진 청구 비용의 92.2%는 한방병원의 차지가 됐다. 3단계 협진 시범사업에는 지난 2019년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총 53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의료계는 의·한 협진을 내세워 한방병원의 건강보험 급여비 지급을 위한 시범사업이 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1단계(2016. 7∼2017. 11), 2단계(2017.11∼2019. 10), 3단계(2019. 10∼202.12) 의·한협진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시범사업 전에는 환자가 의·한 양쪽의 진료를 받으면 먼저 받은 진료에 대해서만 건강보험을 적용했다.

1단계 시범사업에서는 나중에 받은 진료에 대해서도 건강보험을 적용했으며, 2단계 시범사업에서는 협진 의료기관에 1만 5000원 안팎의 협진진료료를 인세티브로 지급했다.

3단계에서는 협진 의료기관을 평가해 1∼3등급을 부여하고, 기관등급별 차등 수가(1등급-50% 가산·2등급 25% 가산)를 적용했다.  

강 원장은 '기적이 발생한 의·한 협진 시범사업' 제하의 글에서 "협진이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의학적 근거도 없이 건강보험 예산을 지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 원장은 "2단계 시범사업에서는 청구비용 65.6%가 한방병원 몫이었지만 3단계에는 92.2%로 급증했다. 한방병원만을 위한 정책으로 흘러가고 있다. 협진 대부분은 근골격계질환이었으며 한방→의과 협진 의뢰(98.3%)가 거의 전부"라면서 "협진도 대단한 것도 아니어서 한방→의과 협진 후행행위 가운데 59%는 이학요법(물리치료)"이라고 밝혔다. 

근골격계 질환 환자가 한방병원 한의사를 찾아오면 의사에게 진료를 받도록 권유하고 물리치료를 추가로 해 줬다는 의미다. 한방병원은 진료비를 이중으로 받고, 협의진료료도 추가로 챙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의·한 협진 3단계 시범사업 기관등급별 협의진료료
■ 의·한 협진 3단계 시범사업 기관등급별 협의진료료

강 원장은 "의·한 협진 시범사업을 2016년부터 이어오면서 돈을 점점 더 주고 있는데 앞으로도 더 해야 할 진짜 이유는 무엇인지,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근거도 없는데 왜 한방병원에 돈을 챙겨주겠다는 건지 의문이 든다"고 비판했다.

김교웅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장은 "한의계는 의대 교수가 무심코 참여한 한방 연구 결과를 활용해 자신들이 원하는 한방정책을 지원하는 근거로 이용하고 있다"면서 "의대 교수들도 한의계로부터 이용 당하기 십상인 연구에 참여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정심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처음 진찰과정만 협진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시범사업 연장에 반대 입장을 보였다.

한편, 한의계는 시범사업에 참여한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협진 만족도 조사에서 92.46%(매우 만족 56.28%, 만족 36.18%)로 나온 점을 강조하며 "협의 진료료 자체가 전액 본인부담임에도 협진을 원하고 있으므로 중장기적으로 환자가 부담하더라도 협진을 활성화 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1등급 기관의 수가를 낮출 게 아니라 적정 수가를 보장하고, 3등급 기관의 수가는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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