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7-20 12:02 (토)
막 시작한 '위드 코로나'…병상 수급, 벌써 불안?

막 시작한 '위드 코로나'…병상 수급, 벌써 불안?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1.11.03 06:00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병상 여유 있다더니…서울·경기 환자가 인천 병원으로 전원"
전문가들 "정부, 병상 숫자만 보고 있어…투입 의료진 부족 심각"

박애병원 의료진이 심정지가 온 코로나19 확진환자에게 기관 내 삽관과 기계환기 등 응급처치를 하고 있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기사의 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없음을 밝힙니다)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박애병원 의료진이 심정지가 온 코로나19 확진환자에게 기관 내 삽관과 기계환기 등 응급처치를 하고 있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기사의 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없음을 밝힙니다)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코로나19 중환자가 서울에서 인천까지 전원을 오고 있다…뭔가가 잘못되어가고 있다"

단계적 일상 회복, 일명 위드 코로나를 시작한 지 겨우 이틀이 지났다. 그런데, 벌써부터 병상 수급에 비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엄중식 가천의대 교수(길병원 감염내과)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병상 배정 요청이 서울, 경기 지역에서 오고 있다"면서 "고위험군이나 중등증 환자와 관련해 병상 배정의 난조가 벌써 시작된 것 같아 우려된다"고 전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일 0시 기준, 재원 중인 위중증 환자가 347명으로, 주간 하루평균 339.7명이라고 밝혔다.

중환자 전담치료병상은 총 1103개로, 현재 45.9%의 가동률을 기록하고 있다. 정부가 비상 계획 전환 기준으로 잡은 75%에는 못 미치는 수치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숫자만으로 이를 판단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바로 병상 수와 의료인력 사이의 간극 때문이다.

엄중식 교수는 "보통 상황이 안정적인 경우, 가까운 인접 지역에서 병상 배정 요청이 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최근 서울시 성북구나 경기도 포천에서까지 병상 배정을 요청하고 있다"라며 "이건 뭔가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수도권에 병상 배정 여유가 있다면 배정요청을 보낼 이유가 없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현재 병상 가동률과 관련해 전반적으로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특히 지난 1일에는 경기지역 중증병상 부족 우려에 대해 "경기 지역의 최근 일주일간 중증병상 평균 가동률은 58.2%로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엄중식 교수는 "매일 숫자만 보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며 "중환자 병상이 있다고 해도 그중 10%는 사실상 사용이 불가하다고 보면 된다. 이를 운영할 의료진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고령층의 경우, 증상이 없거나 경증이라도 병 진행이 빠르거나 감지되지 않는 상황이 많다"면서 "이에 중등증 이상 배정요청이 많다. 환자도 병원도 경증 병원으로 가는 것을 꺼리고 있다. 이러한 요인 역시 병상 부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염호기 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대책전문위원장(인제의대 교수·서울백병원 내과) 역시 "배드(병상) 숫자만 보고 있는 것이 문제다. 현재 절반 정도가 가동되고 있는데, 서울에서 병상은 확보했지만, 환자를 볼 의료진이 없어 전원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중대본은 지난달 위드 코로나 이행 계획을 발표하면서, 중등증은 참여 희망병원 지원을, 중증은 예비병상 확보 명령을 통해 추가 병상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인력·시설·장비 기준과 지원방안 마련도 함께 검토한다는 계획도 전했다.

염호기 위원장은 "중환자 인력을 검사 인력 정도로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중환자 의료인력 부족은 지원만 한다고 해서 해결할 수 없다"면서 "또한 정부에서 인력 지원이나 병상 2000배드 추가 확보 방안 등을 얘기하지만 인력에 대한 준비는 여전히 부족하다"라고 지적했다.

급진적으로 늘어날 환자를 대비해, 긴급 시스템을 미리 정비해야 한다는 진단도 나왔다.

염호기 위원장은 "현재, 일부 병원에서 자체적으로 긴급 시스템을 가동하는 곳이 있다. 중환자 전문의가 헤드쿼터가 되고, 평소 코로나19 환자를 보지 않는 의료인력까지 동원해 진료하는 경우가 있다"라며 "정부 차원에서 이러한 시스템을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본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는 일부 사례로, 고질적인 저수가 체계 안에서는 해결될 수 없다는 의견도 전했다.

염 위원장은 "정부에서는 코로나19 상황과 관련해서는 병원의 공공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 손실을 본 병원에 대해서는 사적재원 취급하는 이중잣대를 대고 있다"라면서 "병원 입장에서는 코로나19 중환자를 볼수록 손해인 상황이다. 숙련된 의료진이 많이 필요하고, 장비 값도 어마어마하다. 결국엔 이런 상황 속에서 저수가 의료 시스템의 폐해가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현재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일주일간 일일 평균 1929.1명을 기록하며 여전히 4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 전 '핼러윈 데이'로 인한 접촉 증가, 위드 코로나 이후 활발해진 교류 등을 고려한다면 확진세는 더욱 커질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실제 엄중식 교수는 위드 코로나가 시작된 11월 직후 개인 SNS를 통해 "쓰나미가 밀려오는 것을 조각배 타고 바라보는 심정"이라며 환자 폭증 우려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엄 교수는 지금이라도 병원에서 중환자를 볼 수 있는 인력을 충원할 수 있는 지원 체계가 제대로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엄 교수는 "이미 일은 벌어졌다. 확진자가 점진적으로 증가하느냐 폭발적으로 증가하느냐의 문제만 남은 상황"이라며 "한참 늦긴 했지만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하는 병원에서 인력 채용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재정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코로나19 장기화로 생계가 곤란해진 분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위드 코로나 정책을 말리거나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1년 9개월째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병원 직원이나 의료진 중 정신과 진료를 받거나 진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미 자살 충동을 느낄 정도로 피폐해지고 소진된 감염관리실, 의료진, 방역 담당자들이 위드 코로나 뒷감당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도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