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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 지원인력 공청회, 무슨 말 오갔나
진료 지원인력 공청회, 무슨 말 오갔나
  • 박승민 기자 smpark0602@gmail.com
  • 승인 2021.10.27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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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직접 해야 하는 행위' 기준점...병원에 자율성 부여? "면죄부 안돼"
의협 "진료지원인력(UA) 합법화 불법…필수진료 의사 유인책 마련 우선"
ⓒ의협신문
진료 지원인력 관련 정책방향 수립을 위한 공청회가 10월 27일 열렸다. ⓒ의협신문

진료 지원인력의 불법진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진료보조 업무 범위에 관해 구체적인 규정을 마련하고, 정부의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의사협회는 "진료지원인력(UA)의 불법진료를 합법화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발전협의체는 10월 27일 오후 2시 서울역 연세재단 세브란스빌딩 대회의실에서 '진료 지원인력 관련 정책 방향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공청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가은 계명대 교수(간호대학)는 대한병원협회에 소속된 전국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및 진료 지원인력을 대상으로 실시한 '진료 지원인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실태조사에는 41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 363명의 진료 지원인력이 응답했다. 

실태조사 결과, 68%(28곳) 의료기관은 진료 지원인력에 관한 별도 규정이 없었고, 15곳은 진료지원인력의 업무 보고와 승인 절차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 교수는 "진료 지원인력의 행위에 대한 업무 분류 기준을 제시하고, 면허 범위를 벗어난 지원업무에 대해서는 관리·감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윤석준 고려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는 '진료 지원인력 관리 운영 및 주요 의료행위별 수행기준 방향'에 관한 발표를 통해 "국내에서 진료 지원인력의 적법성 여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고, 의료 관련 단체마다 입장이 다르다"면서 "판례와 법령에서도 의료행위는 의사가 직접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진료보조행위가 적법하다는 명확한 조항도 없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업무 범위가 모호한 상황에서 의료기사나 기타 직원들까지 진료 보조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무면허 진료행위나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이 발생할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구체적인 진료 보조인력 운영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이날 공청회에서 진료 보조인력의 관리·운영의 판단은 '반드시 의사가 직접 해야 하는 행위'와 '반드시 의사가 직접 하지 않아도 되는 행위'로 나눠 가이드라인을 논의할 것을 제시했다.

아울러 "병원마다 규모, 진료과별 전공의 유무, 진료 지원인력 운영 현황이 다양한 만큼 의료 현장 상황을 반영해 관리·운영 지침을 구체화 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면서 의료기관장의 책임하에 진료 지원인력을 운영하고, 보건의료인력을 팀 단위로 구성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무면허 진료행위나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논란을 줄이기 위해 진료 지원인력의 자격 기준, 업무 범위, 교육, 책임소재, 관리체계 등을 포괄적으로 담은 관리 운영체계를 기관별로 마련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의협신문
이정근 의협 상근부회장(왼쪽에서 세 번째)은 지정토론을 통해 진료보조인력에 관한 의협의 입장을 밝혔다. ⓒ의협신문

발표 이후 이어진 지정토론에서 일부 토론자는 "연구결과를 현실에 반영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과 함께 "진료 지원인력의 업무 규정을 구체적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오선영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정책국장은 "관리·운영 체계 가이드라인을 보면 의료기관 내부 업무 규정을 두도록 하는데 의료기관이 자유롭게 규정을 만들어 면죄부를 주면 안된다"라면서 "의료기관장의 책임으로 두면 자율성이 커져 가이드라인을 무색하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원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행위분류표 기준을 조금 보수적으로 접근한 게 아닌가 싶다"라면서 "현재 의료현장에서 이뤄지는 행위들보다 기준을 더 엄격하게 회귀한 것 같다. 기준대로 시행하기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조 수석전문위원은 "행위분류표의 업무 기준을 현실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라면서 "행위분류표를 포지티브 방식이 아닌 네거티브 방식으로 접근하는게 필요하다. 절대 의사가 아니면 행해서 안 되는 행위가 뭔지 먼저 정하고 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진료 지원인력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불법 행위를 지시한 사람을 처벌해야 한다는 발언도 나왔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관리·운영 지침을 잘 지킬 수 있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해 연구진이 발표한 가이드라인대로 잘 추진한다면 진료 지원인력 논란은 없어질 것"이라면서 "보건복지부에서 사후 모니터링을 강화해 달라"고 주문했다.

나순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지금까지 진료 지원인력의 불법 진료 문제가 근절되지 않은 것은 불법의료 관련 처벌을 행위자가 받기 때문"이라며 "보건복지부가 감시를 강화하고 의료기관장이나 업무를 시킨 사람을 처벌하도록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진료 지원인력의 불법 진료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의사 수의 부족이라며 의대 정원을 증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은 "진료 지원인력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인력체계 운영 가이드라인을 만든다고 했을 때 목적과 배경에는 진료 의사 부족이 있다"라면서 "가이드라인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작년에 중단된 의대 정원 확대 논의가 다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국장은 "의대 정원 확대가 계속 반대에 부딪히게 된다면 의사가 독점적으로 갖고 있는 의료행위를 제한하는 방법까지도 고민해야 하는 상황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나순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위원장도 "지금도 의사가 부족해서 진료 지원인력이 1만 명 정도가 있다. 실제로 지방에 가면 의사가 없어서 간호사들이 의사 업무를 대신하고 있고, 수도권에서도 (의사의) 업무가 많아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라면서 "향후 5년 이내 수도권에 5000병상 이상 신설되는데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정책 없이 문제가 해결 가능한가"라고 말했다.

여한솔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일부 토론자들이 의대 정원 증원 확대 발언에 "이 자리는 의대 정원 확대를 위한 자리가 아니다. 진료 지원인력의 불법 진료에 대한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하기 위한 자리에서 의대 정원을 확대하자고 말하는 건 논리에 어긋난다"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진료 지원인력, 불법진료 합법화 불가"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공청회에서 진료 지원인력의 불법 진료를 합법화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하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정근 의협 상근 부회장은 "불법 진료보조인력(UA)의 합법화 방안은 불법"이라고 선을 그은 뒤 "진료 지원인력의 근본적인 문제는 필수의료 과목에 대한 의사 부족에서 비롯됐다"라면서 "정부가 필수의료 지원 제도를 마련하고, 재정을 지원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해법을 제시했다.

이 상근 부회장은 "응급실 진료인력 부족 문제는 응급실 전담의를 통해 어느 정도 해결된 상태다. 병동의 진료인력 부족은 입원전담전문의를 통해 점차 해결하고 있다. 수술실 의료인력 부족 문제도 이러한 기준을 갖고 제도적인 지원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필수의료 의사의 고용 유인을 위한 대책 없이 진료 지원인력 대책을 논의하는 것은 임시방편"이라고 비판한 이 상근부회장은 "진료 지원인력의 합법과 불법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지속해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상근 부회장은 일각의 의대 정원 증원 주장과 관련해 "의사 수 증원 이야기가 나왔고, 주장할 것도 많지만 정부와 여당이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된 이후에 논의하기로 했으니 그 때 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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