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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마찰 피해 국산 신약값만 올려줄 수 있다고 믿는 분에게...
통상마찰 피해 국산 신약값만 올려줄 수 있다고 믿는 분에게...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21.10.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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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형 제약사만 45개라는데 국산 코로나 백신 하나 찾기 힘든 이유는?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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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열린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제약계의 요구를 반영해 국산 신약값 우대방안을 마련하라며 보건복지부를 압박했지만, 2018년 이후 통상마찰 문제로 좌절된 국산 신약값 우대 방안을 다시 마련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국내에서 신약승인을 처음 받은 약'이라거나 '임상 1상을 국내에서 완료한 약' 등을 약가우대 조건으로 내세워 국산 신약에게 특혜를 주도록 조항을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이미 3년전 제시됐던 방안으로 통상마찰을 피하지 못했다.

2018년 당시 미국 측은 명시적으로 미국 제약사를 차별하지 않았더라도 사실상 미국 제약사를 차별하는 조항이라며 거세게 반발했고, 한국 정부는 이런 미국 측의 반발을 거스르지 못했다.

또 다른 방법으로 아예 신약 가격 책정방법을 바꿔 '국적과 상관없이 신약값 자체를 높게 책정하자'라고도 하지만, 한 해 한 개의 국산 신약 출시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매년 수입되는 수십 개의 글로벌 신약값만 높이는 부작용이 발생할 게 뻔하다.

몇 해 전 A제약사의 국산 바이오시밀러 약값을 특례사례로 지정해 높게 책정했다가 A제약사가 가져간 약값의 250배가 넘는 약값을 건강보험 재정에서 오리지널약을 보유한 해외 제약사들에 추가지불한 사례가 되풀이 될 것이다.

국산 신약만 핀셋으로 집어 약값을 올려주는 방안을 찾는 것은 현대의 세계무역 질서 속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차별없이 모든 신약값을 올려주는 방안도 다국적 제약사로 엄청난 건강보험 재정이 추가 투입되는 딜레마를 각오해야 한다. 

결국 약값을 올려주는 사후 방식보다 신약 개발 과정을 직접 지원하는 방안만이 살 길이다.

제약사도 '안방 신약'을 만들기 보다 세계 시장에서도 통하는 진정한 글로벌 신약을 목표로 도전해야 한다.

무엇보다 특정 질환의 첫번째 치료제 이른바 '퍼스트 인 클래스(First In Class)'를 만들어야 한다.

비교할만한 대체약제가 없는 국산 퍼스트 인 클래스를 개발한다면 한국 정부 역시 통상마찰 부담없이 높은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 최근 초고가약으로 주목을 받는 '킴리아'나 '스핀라자' 등은 대표적인 퍼스트 인 클래스이다.

퍼스트 인 클래스가 아니라면 기존 치료제보다 좋은 약효와 안전성을 데이터로 입증한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도 좋다.

몇 해 전 기존 치료제보다 뛰어난 효능이나 안전성을 입증해 좋은 가격을 책정받은 글로벌 제약사들의 B형·C형 간염치료제나 HIV 감염치료제 등은 좋은 사례다.

한국이 국산 신약값을 높게 책정해야 해외에서도 높은 약값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말 역시 퍼스트 인 클래스나 경쟁력있는 데이터를 입증한 약을 개발할 때만 비로소 성립된다.

세계적인 ARB 고혈압 치료제 한 알이 500원하는 글로벌 마켓에서 한국 정부가 국산 ARB 신약값을 아무리 1000원으로 과대책정해 준들 글로벌 마켓에서 1000원에 팔릴 가능성은 없다.

국산 신약값 우대 정책 마련을 위해 복잡한 셈법에 골몰하기에 앞서 무려 '혁신형 제약사'로 선정된 곳이 45곳에 달하고 제약사 수만 700개에 이른다는 한국에서 중국이나 러시아도 개발에 성공한 코로나19 백신이나 최신 면역항암제 하나 왜 국산화하지 못하는지 자문해 볼 일이다.

진정한 글로벌 신약 개발 역량은 냉철한 제약계의 반성을 기반으로 제도를 만들 때 비로소 한 걸음 앞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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