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히 마음을 뒤흔든 천고千古의 돌,
푸른 하늘 아래서 나그네로 승화된
푸른 들짐승*의 고통스러운 침묵이었을까
바이러스 창궐로 형제 호모사피엔스가 쓰러질 때
어느 한켠에서 파안대소하던 그 비정함이었을까
루 살로메를 사랑했던 하얀 길 위의 릴케
어쩌면 그의 일기장 같은 슬픔이었을까
언젠가 고아가 된 나는 하나님께 마저 해고되어
나만의 기도로 십자가를 위로하던 시간에
비우지 못한 상념의 찌꺼기 감당치 못해
여린 핏줄에 앙금으로 굳던 날
아, 간극 좁아진 피안 彼岸의 거리에서
레테의 강물을 마시는 꿈을 꾸었네

▶ 본명 서종호/청라베스트재활요양병원 진료원장/월간 <신문예> 시 등단(2015)/아태문인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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