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백색 사진 찍는 '노마드' 의사, 김한겸 교수
백인백색 사진 찍는 '노마드' 의사, 김한겸 교수
  • 백진우 의협신문 명예기자(가톨릭관동의대 본과 3학년)  gad@naver.com
  • 승인 2021.10.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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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의사, 노마드(Nomad) 김한겸입니다."

유목민을 뜻하는 노마드는 김한겸 교수가 자신을 소개할 때 즐겨 쓰는 단어이다. 올해 초까지 모교인 고려대학교 병리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대한병리학회 회장 및 이사장을 역임한 그는 검도 7단 유단자로도 유명하다. 작년에는 18번의 아프리카행을 통해 얻은 사진으로 개인 사진전 '노마드 인 아프리카'를 개최했고, 여기서 발생한 수익의 대부분을 사회에 기부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의협신문]은 끊임없이 새로운 삶을 보여주려는 김한겸 교수를 만났다. 세계 곳곳을 돌며 많은 것을 보고 들은 그로부터 사진이라는 취미가 주는 재미와 의미, 그리고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그만의 원동력이 무엇인지 물었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Q. 여러 번의 사진전을 열 만큼 사진에 대한 조예가 깊다. 사진에 대해선 언제부터 관심을 갖게 됐는지 궁금하다.
고등학교 때인 1971년부터 사진에 대한 흥미가 있었고, 1981년부터 병리과 전공의로 근무를 하며 취미 생활로 시작하게 됐다. 병리학과의 업무가 모든 증거를 사진으로 남기는 작업이었고, 누가 봐도 편하게 확인할 수 있는 사진을 찍으려 노력하다 보니 사진 관련 서적과 주변 전문가들에게 배워가며 실력을 다듬어 갔다. 이후에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자신만의 스타일로 주변 경치 사진도 찍기 시작하며 이런 취미 생활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Q. 다년간의 해외 방문 경험이 있는데, 특별한 계기나 이유가 있는지?
고려대학교 학생처장으로 근무할 때 5년마다 학교 컴퓨터를 바꿨는데, 버려지는 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우간다에 컴퓨터를 기증하는 것으로 봉사 활동을 시작하게 됐고, 점차 봉사 활동의 범위를 넓혀서 우간다 외에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병리학자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의 활동을 할 수 있었다. 

Q. 특히 마다가스카르와 인연이 깊다고 들었다.
2007년에 대한병리학회에서 처음 몽골을 방문해 병리학 시스템을 개선해주는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이후 의료봉사를 위해 아프리카에 갔을 때 매우 열악한 병리학 인프라를 보았고, 이를 개선해주는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이 때 마다가스카르의 보건부 장관이 가장 먼저 승낙하더라. 그래서 5년간 15명의 마다가스카르의 젊은 병리학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게 됐다.

그리고 여담으로, 마다가스카르에 처음 갔을 때만 해도 바오밥 나무라는 것을 몰랐다. 바오밥 나무를 알게 되면서 다음 방문 때 '바오밥 나무를 보여주지 않으면 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때문에 이 프로젝트가 '바오밥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웃음) 덕분에 멋진 바오밥 나무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Q. 해외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는데, 특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는지?
아프리카에 있던 한 사진가게에서 '밤 무지개'를 처음 접하고, 이를 찍기 위해 한 밤중에 빅토리아 폭포를 찾아갔던 순간이다. 미리 계획한 것이 아니었기에 제대로 준비도 못하고 갔고, 덕분에 한밤중에 폭포 때문에 몸이 홀딱 젖었다. 그래도 가장 아끼는 사진을 건질 수 있었다.

이후에 가이드가 말해주기를 보름달이 뜨는 밤에도 쉽게 건질 수 없는 사진이라고 하더라. 더욱이 그 날이 운 좋게도 개기 월식이 보이던 날이어서 레드 문 사진도 찍을 수 있었다. 당시 사진을 찍은 장소가 잠비아와 짐바브웨의 국경을 나누던 곳이었기에 국경 수비대 때문에 곤란한 일이 생길 뻔도 했다.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일이 세 개나 한꺼번에 일어났던 날이었기에 기억에 남는다. (웃음)

나는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사각 틀에 '담아낸다'고 표현한다. 내가 그 당시에 보고 있는 풍경을 다른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래도 사각형의 액자에 담아내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내가 찍고자 하는 것들은 모두 의미가 있는 것이고, 그 의미를 좀 더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포토샵이라고 생각한다. 포토샵을 적절히 사용한다면 내가 보여주고 싶은 의미를 더 잘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오랜 기간 사진 촬영을 하면서 힘든 점도 많았을 것 같다

고려대학교 달력 사진 촬영을 제안 받았을 때가 생각난다. 특히 1월 달력에 담기는 사진은 본관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찍어야 했다. 이전에도 수 천명이 찍었던 사진을 좀 더 새롭게 찍기 위해 새벽부터 무거운 사진 장비들을 챙겨 밤 12시가 돼서서야 겨우 집에 들어올 수 있었다. 그날 이후 디스크에 걸려서 고생을 많이 했다.

그리고 여행을 할 때는 멋진 사진을 찍기 위해 항상 버스 맨 앞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고, 노는 시간, 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하루에 3000장이 넘게 찍게 되더라. 찍는 것도 힘들지만 더 힘든 것은 찍은 사진 중에 좋은 사진을 골라내는 것이다. 모든 사진들이 내 자식과도 같은데 어떻게 쉽게 고를 수 있겠는가.

Q. 사진 촬영이 취미가 되면서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듣게 된 말이 있다면?
노마드(Nomad.유목민)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11년 동안 아프리카만 18번을 다녀 오고, 다른 나라나 지역들도 많이 돌아다녀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노마드가 말이 좋아서 유목민이지 쉽게 말하면 '역마살'이지 않은가(웃음). 아프리카를 18번이나 갈 줄 나도 몰랐다. 저번에는 이동하는 버스에서 하도 사진을 많이 찍어서인지 카메라 셔터 소리가 안 들리면 동료들이 다 쳐다보더라. 한국에 돌아와서도 한동안 셔터 소리가 귀에 맴돈다는 동료들도 있었다.

Q.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본인만의 사진 촬영 팁이 있다면?
사람들은 대부분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따로 노력을 한다. 하지만 인생을 살면서 항상 날이 맑지만은 있지 않은 것처럼 어떻게 사진도 항상 아름다운 사진만 찍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나는 그 날, 그 장소, 그 시간에 내가 찍을 수 있는 최고의 사진을 찍겠다는 생각으로 촬영하려고 한다. 동호회를 가입하거나, 무리해서 시간을 내는 것보다는 사진 촬영을 일상화해 내가 사진 찍는 순간에 최고의 풍경을 담아내면 된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의 기준에 맞추는 것이 아닌, 자신의 눈으로 보고, 자신의 기준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나는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사각 틀에 '담아낸다'고 표현한다. 내가 그 당시에 보고 있는 풍경을 다른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래도 사각형의 액자에 담아내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포토샵을 부정적으로 보는 인식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내가 찍고자 하는 것들은 모두 의미가 있는 것이고, 그 의미를 좀 더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포토샵이라고 생각한다. 포토샵을 적절히 사용한다면 내가 보여주고 싶은 의미를 더 잘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최근 코로나 시국이 장기화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마땅한 취미 생활도 갖지 못하고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한다. 
취미가 없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친구와의 수다, 동영상 보기 등 아주 사소하면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들은 모두 취미가 될 수 있다.

인생은 한 번 흘러가면 돌아오지 않기에 현재의 상황을 더 즐길 필요가 있고, 현재를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취미를 갖는 것이다. 영화보기, 맛집 탐방 등 부담 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좋을 것이다. 이렇게 취미가 있고 없고는 앞으로 인생을 살면서 맞닥뜨릴 수 있는 역경을 헤쳐 나가는 데 있어 큰 차이를 가져온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사진이나 미술품 갤러리를 찾아가는 것도 좋은 취미라 생각한다.

Q. 지금까지 여러 작품 활동을 하셨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앞으로도 우즈베키스탄이나 아프리카와 같은 여러 나라로 나갈 예정이다. 최근에는 백신 접종도 완료했고 항체 검사도 받으며 출국을 준비하고 있다. 이전에 찍었던 밤 무지개를 다시 한번 찍기 위해서 남아메리카 지역도 가려고 한다. 물론 순수한 여행으로만 가는 것은 아니다.

여행으로 가는 것은 항상 정해진 일정이 있기 때문에 재미가 없다. 그래서 이번에 계획하는 것도 현지 봉사를 주된 목적으로 하고, 이동하면서 틈틈이 촬영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최근 근무지가 바뀐 덕에 '신구의 조화'를 주제로 종로에서 여러 사진을 찍고 있다. 광화문 일대만큼 신구(新舊)가 조화를 이루며 공존하는 곳도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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