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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9 15:21 (금)
'의료'→'보건의료'…무자격·무면허 의료행위 어쩌려고?
'의료'→'보건의료'…무자격·무면허 의료행위 어쩌려고?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1.10.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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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인'에 의료행위 길 터주고 의료기관 개설자격 부여 가능성
전혀 다른 면허·자격·행위 한 데 묶으면 국민 건강 심각한 위해 초래
의협 "공공보건의료 앞세워 의료인·의료기관에 대한 국가 통제 의도"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현행법 상 명확한 개념으로 규정된 용어인 '의료'를 '보건의료'로 대체하는 게 적절할까.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경기 부천시정)은 지난 8월 23일 각종 법령에 명시된 '의료'를 '보건의료'로 수정하는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의료의 개념을 보건의료 전반으로 확대하고 의료인은 보건의료인, 의료기관은 보건의료기관으로 수정해 원활한 공공보건의료 공급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의료계는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비의료인까지 포함하는 '보건의료인'이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길을 터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의료기관 개설 자격도 '보건의료인'으로 변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의료법 및 보건의료기본법 등 보건의료 관계 법률에 '의료', '보건의료'에 대한 정의·분류가 명확히 규정돼 있는 상황에서 의료현장의 혼란은 불보듯 하다. 전혀 다른 면허와 자격, 행위를 하나로 묶을 경우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가 발생한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대한내과학회는 "보건과 의료는 유사하면서 다른 의미를 갖고 있는데, 이를 법안에 하나로 넣게 되면 법안 적용에 명시성이 떨어져 모호해진다"며 "국민은 보건의료기관이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신조어를 접하게 되고, '보건'과 '의료'에 대한 의미도 명확히 규정하지 않게 되면서 혼란은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공보건의료 공급 활성화라는 법안 취지의 문제점도 짚었다. 

서울특별시의사회는 "공공보건의료사업에서 의료사업과 보건사업 또는 보건의료사업을 명확하게 구분짓고, 그에 따른 사업의 명칭과 내용을 규정하는 게 바람직한 법안 개정 방향"이라고 적시했다. 

애매모호한 문구로는 법 개정의 상당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다. 

대한안과학회는 "'보건의료서비스에 종사하고 있으나 의료인이 아닌자', '의료인이 아닌 보건의료인이 종사하는 보건의료기관' 등이 누구이며, 어떤 곳인지 어떤 방식으로 공공보건의료에 참여하고 지원받을 수 있는 지 구체적인 예시가 필요하다"며 "개정안과 같이 애매호호한 문구로는 법 개정 필요성을 설명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의료와 보건의료를 명확히 구분한 이유에 대해서도 되짚었다.

경기도의사회는 "의료법과 보건의료 관계 법률에 의료와 보건의료를 분리해 명칭한 이유는 면허·자격·허용 행위 등을 명확히 규정하기 위해서다"라며 "의료기관과 보건의료기관은 전혀 다른 면허와 자격, 행위를 하는 곳으로 이를 통합하게 되면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가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의료취약지역 의료의 질적 저하가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대한재활의학회는 "현재도 의료취약지역에 적절한 의료가 제공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단순히 의료인에서 보건의료인으로 확대하는 것은 의료인이 해야 할 역할을 보건의로 대체하는 결과가 예상된다"며 "결과적으로 의료 혜택의 질적 저하를 초래해 의료취약지역 주민들이 적절한 의료를 제공받지 못하고, 오히려 상급의료기관을 더 원하게 되는 악순환을 가져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강력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공공보건의료를 앞세워 의료인과 의료기관을 국가 통제 하에 두겠다는 의도라는 입장이다. 

의협은 "의료와 보건의료, 의료인과 보건의료인에 대한 정의, 업무범위, 역할 등이 각 법령에 명확히 규정돼 있는 상황에서 근본적 검토 없이 용어를 변경하는 것은 전문 직역간 혼란은 물론 무면허, 무자격 의료행위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 질 수 있다"며 "공공보건의료라는 사전적 의미를 볼 때 '의료'를 '보건의료'로 통합하는 것은 의료인과 의료기관을 국가 통제하에 두겠다는 의미이며, 전형적인 '의료의 사회화' 시도"라고 통박했다.

공공의료 강화를 이유로 보건의료기관 설립·운영 지원 확대의 문제점도 노정했다.  

"코로나19 장기화와 대형병원 쏠림 현상으로 의료전달체계가 붕괴된 상황에서 공공의료 강화를 이유로 보건의료기관의 설립·운영 지원을 확대하는 것은 민간의료기관과 지역 보건기관 간 경쟁구도를 더욱 악화 시킬 것"이라고 강조한 의협은 "단일 건강보험제도 아래에서 실제로 민간의료기관은 공공의료 역할까지 맡고 있다. 지역 보건기관은 일반 진료기능을 대폭 축소하고, 지역주민의 질병 예방 및 감염병 대응에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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