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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전문간호사의 마취시술행위, 법원도 "불인정"
마취전문간호사의 마취시술행위, 법원도 "불인정"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1.09.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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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2010년 '의료법 위반' 대법원판결 뼈대…'위법' 판단 지속
"자격없이 직접 마취약 주사…환자 생명과 신체에 중대한 위협 초래"
(그래픽=윤세호기자)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의협신문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이하 전문간호사 개정안)'을 둘러싼 의료계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마취전문간호사' 업무 범위에 대해 마취통증의학회는 대한의사협회의 보건복지부 앞 시위에 합류한 데 이어 '마취업무 중단'까지 예고,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마취통증의학회는 이번 개정안에서의 '마취전문간호사' 업무 범위가 현행법을 넘어서는 것은 물론, 마취의 위험도·전문성을 고려했을 때 의료인 양심상 절대 허용할 수 없다고 짚고 있다.

또 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전공의 지원자는 줄거나 없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고령화 등으로 인해 요구되는 마취 난이도가 높아지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심각한 의료공백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보건복지부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령안' 입법예고안>

2. 마취
가. 의사, 치과의사의 지도 하에 시행하는 처치, 주사 등 그 밖에 이에 준하는 마취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
나. 마취전문간호 제공을 위한 협력과 조정
다. 마취전문간호 분야의 교육, 상담, 관리, 질 향상
라. 마취 준비, 마취 후 회복 관리, 그 밖의 마취전문간호에 필요한 업무

학회는 개정안 중 '의사, 치과의사의 지도 하에 시행하는 처치, 주사 등 그 밖에 이에 준하는 마취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 부분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는 '의사의 지시 하에 시행하는 간호행위(처치, 주사 등), 그 밖에 이에 준하는 마취환자 진료에 필요한 간호업무'로 수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마취는 단독은 물론 의사의 지도·지시에 따르더라도 불법이라는 것이 법률적·행정적으로 이미 결정 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그간 간호사의 마취행위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이 어떠했는지 판결문을 입수한 결과, 모두 '전문간호사 자격을 인정받았다고 해도 다른 간호사와 마찬가지로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를 직접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판단 이유로는 '자격 없는 마취약 주사는 무면허 의료행위'로 보고 있었으며, "무면허 의료행위는 환자 생명과 신체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행위로 그 자체로 죄질이 매우 무겁다"고 설명했다.

'마취전문간호사' 마취 행위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두 가지 대법원 판결문이 근거가 되고 있다.

■ 대법원 2007. 09. 06., 선고, 2006도2306, 판결

'마취전문간호사' 마취행위 관련 사건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것은 조산사가 진료행위를 한 데 대한 대법원의 판결문이다.

해당 판결은 간호사가 아닌 조산사에 대한 판결이었지만 의사의 지도·감독하에서 행할 수 있는 의료행위의 허용 범위를 다뤘다는 점에서 '전문간호사'제도에 대한 판단 시, 다수 인용됐다.

사건은 조산사가 자신이 근무하는 산부인과를 찾아온 환자들을 상대로 진찰·환부소독·처방전 발행 등 의료행위를 한 사례였다. 관건은 조산사 또는 간호사가 의사의 지시나 위임을 받아 진료행위를 한 경우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원심은 수원지법 2006. 3. 30. 선고 2005노4134 판결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의사의 지시가 있었다 하더라도 조산사가 행한 행위가 진료의 보조가 아닌 진료행위 자체에 해당한다며 무면허 의료행위와 다르게 볼 수 없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의 판단 역시 '무면허 의료행위'였다. 재판부는 원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며 피고인과 검사가 모두 제기한 상고를 기각했다.

특히 의료법에서 정한 면허 범위를 근거로 "의사가 간호사에게 진료의 보조행위를 하도록 지시하거나 위임할 수는 있으나,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진료행위 자체를 하도록 지시하거나 위임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며 "간호사가 의사의 지시나 위임을 받고 그와 같은 행위를 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2013. 03. 05. 중앙행심 2013-02267

"전문간호사,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 직접 할 수 없는 것은 다른 간호사와 마찬가지"

2007년 대법원판결은 이후 무면허 의료행위 판단 근거에 다수 인용됐다. 2013년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의사자격 정지 처분 취소청구'를 기각한 사건에서도 해당 판결을 인용했다.

의사의 지시에 따라 마취전문간호사가 전신마취를 위한 기도 삽관술을 시행한 사건으로, 당시 해당 업무를 지시했던 의사가 '자격 정지 처분'을 받은 뒤 이에 대한 취소를 청구한 사례였다.

위원회는 '기도삽관술'은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로 마취전문간호사가 할 수 있는 진료 보조행위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봤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전문간호사'라고 해도 간호사의 업무 범위 안에서 의료행위를 해야 한다는 대목이다.

위원회는 "간호사로서 일정한 자격을 가지고 자격시험에 합격해 보건복지부 장관이 자격인정을 받은 전문간호사라고 하더라도 마취분야에 전문성을 가지는 간호사인 자격을 인정받은 것뿐"이라며 "비록 의사의 지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를 직접 할 수 없는 것은 다른 간호사와 마찬가지"라고 분명히 했다.

끝으로 "의사의 입회 하에 시행한 의료행위라 할지라도 진료 보조행위 범위를 넘어서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며 처분이 위법하거나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인천지방법원 2006노1326 판결

"간호사의 마취시술은 무면허 의료행위…마취전문간호사 제도 도입취지, 마취전문의 수급현황, 의료계관행으로 정당화할 수 없다"

인천지방법원에서도 2007년 대법원판결을 인용, 의사의 지시나 위임이 있었다고해도 간호사가 진료 보조행위를 넘어선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마취액을 환자에게 직접 주사하는 행위는 의사만이 시행할 수 있는 고유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며 "특히 이 사건과 같이 전신마취에 준하는 위험성을 가진 척수마취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고 봤다.

마취전문간호사 제도 도입취지나 마취전문의 수급, 의료계관행, 그리고 외국의 현황이 무면허 의료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는 판단도 했다.

재판부는 "집도의의 구체적인 지시하에 마취시술을 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며 "마취전문간호사 제도의 도입취지, 현재 마취전문의의 수급현황, 의료계의 관행, 외국의 의료현황들만으로는 (마취전문간호사의 마취시술)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특히 '외국의 의료현황이 정당화 근거가 될 수 없다'는 판단은 최근 간호사협회에서 미국의 전문간호사제도를 해당 개정안 도입 근거로 들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래픽=윤세호기자)ⓒ의협신문

■ 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8도590 판결

해당 판결은 마취전문간호사가 마취약제와 사용량을 결정해 치핵제거수술을 받을 환자에게 척수마취시술을 한 사건이었다. 여기에서는 특히 보건복지부가 1991년도에 내린 유권해석은 '무면허 의료행위'가 아니라는 믿음을 주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한 점이 특징이다.

이는 최근 마취간호사회가 "정부는 1977년부터 의료법 시행규칙을 통해, 마취분야 간호사가 전신마취와 국소마취를 실습하고, 집도의 지도하에 마취진료업무를 마취전문간호사가 수행하는 것이 합법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다. 

마취간호사회가 근거로 드는 유권해석보다 10년도 더 뒤에 나온 유권해석에 대한 것으로, 이 역시 사법부가 전문간호사의 마취진료업무를 허용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원심은 인천지법 2008. 1. 10. 선고 2006노1326 판결로, 재판부는 "마취액을 직접 주사해 척수마취를 시행하는 행위는 약제 선택이나 용법, 투약 부위, 환자의 체질이나 투약 당시 신체 상태,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대처능력 등에 따라 환자의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로, 고도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요한다"며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이고, 마취전문간호사가 할 수 있는 진료 보조 행위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의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며 상고를 기각했다. 여기서도 역시 위의 2007년 대법원 판결문을 인용했다.

당시 마취전문간호사는 보건복지부 유권해석 등의 자료를 근거로 의사 지시 하에 마취행위를 하는 것이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믿었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는 1991년 '간호사는 간호 또는 진료보조업무에 종사하는 것이 그 임무이므로 마취간호사가 집도의사의 지시 감독 하에 마취시술 등 진료보조행위를 하는 것은 의료법상 적법한 행위이며, 또한 다른 의료기관으로부터 초빙을 받고 수술집도의사의 지시감독 하에 마취행위를 하는 것도 무방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령은 마취간호사는 의사의 구체적인 지시가 있어야 마취시술에서의 진료 보조행위를 할 수 있다는 것뿐"이라면서 "직접 마취시술을 시행한 이상 자신의 행위가 법령에 의해 허용되는 행위라고 믿은 데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마취통증의학회에서 "유효가 만료된 40년 전 옛날 정부 유권해석에 의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내용만 교묘히 짜깁기해 발표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이유다.

학회는 또 "2011년 마취통증의학회에서 보건복지부에 의뢰한 마취전문간호사의 업무에 대한 행정 해석 질의에서, 보건복지부는 1977년 의료법 시행규칙의 내용과 달리 마취전문간호사라 하더라도 의료법 상 요양상의 간호 또는 진료의 보조업무를 할 수 있으므로, 의사의 지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의사만이 할 수 있는 마취행위를 직접 할 수 없다고 했다"며 사실관계를 정정하기도 했다.

▶부산지방법원 2013고합 196·468·480·625·631(병합), 2014고합 154·279(병합)/서울행정법원 2013구합 53523

"환자 생명·신체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행위로, 그 자체로 죄질이 매우 무겁다"

부산지방법원의 2015년 판결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2007년, 2010년 대법원 판결을 모두 인용했다.

해당 사건은 마취전문간호사에 대한 '무면허 의료행위' 의료법 위반 외에 사기, 뇌물공여,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 등을 함께 다룬 사례였다. 

여기서 마취전문간호사는 병원에서 마취과장 직책으로 근무했다. 이 병원에는 마취과 전문의가 근무한 적이 없었고, 개원할 때부터 마취전문간호사가 마취과장이라는 직함을 갖고 의사 지시에 따라 병원에서 마취를 전담한 것으로 밝혀졌다.

재판부는 의사가 전반적으로 마취 유형에 따라 마취약제의 종류를 정하거나 전신마취·척추마취 선택 여부 등 일반적인 사항만을 지시했을뿐 개별 환자 체질 및 신체 상태 등에 따른 마취약제 선택이나 투약 용량, 마취 방법 등을 지정하는 등 환자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위험을 미리 방지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인 지시를 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봤다. 

이에 "사건의 마취전문간호사가 할 수 있는 진료 보조행위의 범위를 넘어섰다며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해당 간호사 역시 범죄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는 "마취전문간호사가 자격 없이 수술환자들에게 직접 마취약을 주사한 것은 무면허 의료행위"라면서 "환자들의 생명과 신체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행위로, 그 자체로 죄질이 매우 무겁다"고 봤다.

2014년 서울행정법원(2013구합 53523) 판결 역시 2013년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무면허 의료행위'로 결론 내렸던 것과 유사한 사례였다. 여기서도 마취전문간호사가 의사의 지시로 전신마취를 하기 위한 기도삽관술을 시행했는데, 수술 후 환자가 사망했다. 마취전문간호사는 업무상과실치사죄와 함께 무면허 의료행위 의료법위반죄로 입건됐다.

재판부는 2010년 대법원 판단을 참조하면서, 의료법 제27조 제1항에서 금지하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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