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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상생하라"던 간협, 응급구조사 직군은?…찬·반 갈등 '심화'

초점 "상생하라"던 간협, 응급구조사 직군은?…찬·반 갈등 '심화'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1.09.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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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구조사협회 "전문간호사법, 소수직군 말려죽인다" 호소
마취통증의학회 "단독은 물론, 의사 지도 하 간호사 마취진료도 불법"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이하 전문간호사 개정안)'을 둘러싸고, 대한간호협회(사진 왼쪽)와 타 의료단체(사진 아래쪽 대한응급구조사협회, 오른쪽 대한의사협회)간 찬·반 시위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의협신문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이하 전문간호사 개정안)'을 둘러싸고, 대한간호협회(사진 왼쪽)와 타 의료단체(사진 아래쪽 대한응급구조사협회, 오른쪽 대한의사협회)간 찬·반 시위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의협신문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이하 전문간호사 개정안)'을 둘러싸고, 대한간호협회와 타 의료단체간 찬·반 시위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직군을 말려 죽이는 개정안'이라는 응급구조사들의 절규가 나오면서 의사-간호사에 이은 응급구조사-간호사의 새로운 갈등 구도가 형성됐다.

대한응급구조사협회는 간호협회가 의사협회에 '협력과 상생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내놓자, 오히려 "간협이 문어발식으로 업무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며 비난의 화살을 다시 간협에 돌렸다. 간호협회의 '상생하라'는 공격이 부메랑으로 돌아간 셈이다.

처음 보건복지부 앞에 피켓을 들고 나선 건 대한의사협회였다. 의협은 전문간호사 개정안 폐기를 촉구하며 지난 8월 31일부터 보건복지부 세종 청사 앞 릴레이 시위를 시작했다. 이러한 의협 움직임에 반발한 간호협회는 3일 뒤인 9월 3일부터 해당 개정안 규정을 촉구하는 '맞불시위'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응급구조사협회가 1일부터 시위 대열에 합류했다. 응급구조사협회는 의협의 개정안 반대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이로써 3단체의 '찬·반' 시위 구도가 만들어졌다. 3개 단체는 모두 해당 개정안 입법예고 기간인 9월 13일까지 시위를 계속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8월 3일부터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는 전문간호사 자격을 인정받은 경우, 해당 분야에서 간호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2018년 3월 27일 개정, 2020년 3월 28일 시행)의 후속조치다. 동 법률에서는 전문간호사 업무범위에 대한 규정을 보건복지부령에 위임했다.

■ '의사 지도 하'→'의사 지도에 따른 처방'. "간호사 단독 의료행위 단초" vs "문제 없다"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은 '전문간호사 분야별 업무범위'로, 의료계는 먼저 '의사 지도에 따른 처방' 규정 신설 부분에 주목했다. 해석에 따라, 간호사 단독 의료행위를 가능케 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의료계의 입장.

이에 간협은 "의협에서 지도에 따른 처방이 간호사 단독 의료행위 근거라고 주장하나 지도와 처방 주체가 의사이기 때문에 이런 주장은 성립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간호협회가 해당 개정안을 논의하면서 당초 요청했던 문구가 '의사의 지도 또는 처방 하에'로 '지도'와 '처방'을 분리하는 등 업무 범위를 더 확대하고자 했다는 점을 볼 때, 이후 해당 문구로 인한 직역 간 갈등이 심화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가장 먼저 시위를 시작한 이정근 의협 상근부회장은 "간호사 업무를 넘어서는 '의사 업무 월권' 시행령이 통과되려 하고 있다"며 "이는 상위법에 위배될뿐만 아니라 직역 간 갈등을 유발하는, 그리고 의사의 직종을 능멸하는 악법"이라고 지적했다.

■ 응급 전문간호사 업무 범위, 지나치게 포괄적…"직역 간 갈등 불가피"

의료계는 이번 개정안의 문제점 중 하나로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점을 짚었다. 의협은 이런 포괄성이 '직역 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응급구조사협회의 시위 대열 합류로 갈등은 벌써 시작되고 있는 모양새다.

개정안에서는 응급전문간호사 업무 범위에 '응급환자 중증도 분류, 응급환자에 대한 응급 시술·처치·관리 및 그 밖의 응급전문간호에 필요한 업무'를 규정하고 있다. 

의협은 앞서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의사 업무뿐 아니라 응급구조사 등 타 보건의료 종사자의 업무범위 전체를 대체할 정도로 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개정안대로 전문간호사 제도가 시행된다면, 현행 보건의료체계에 큰 혼란을 피할 수 없고, 직역 간 갈등은 극에 달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응급구조사협회 역시 해당 부분이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서 명시하는 응급구조사의 업무인 응급처치 영역과 응급의학과 의사 고유의 업무영역까지 침범하고 있다고 짚었다.

응급구조사협회는 "동 개정안은 타 보건의료 직군의 업무영역을 침범해 생존·존립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며 "결국 보건의료 생태계의 심각한 교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간호협회의 "의협이 상생을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부메랑이 된 근거가 됐다.

간협은 의협의 개정안 반대 시위에 대해 "협력과 상생의 시대를 역행하는 의료 기득권 행태"라고 비판했다. 해당 개정안에 대해 "협력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응급구조사협회는 오히려 개정안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협업성을 무시한 채 간호사 위주의 정책만을 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협력과 상생'을 하지 않는다는 비난을 각기 다른 방향으로 날리고 있는 모습이다.

응급구조사협회는 "개정안이 입법되면 다른 보건의료 직군의 업무영역을 잠식하고 침해해 이미 비대해질 만큼 비대해진 간호사 인력 위주의 보건의료 생태계 교란 현상을 더욱 가속시킬 것"이라며 "종국에는 소수 보건의료 직역의 완전한 멸종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간호사 개정안' 철회를 촉구하는 대한응급구조사협회, 전국응급구조학과교수협의회 보건복지부 세종 청사 앞 시위 사진 모음 ⓒ의협신문
'전문간호사 개정안' 철회를 촉구하는 대한응급구조사협회, 전국응급구조학과교수협의회 보건복지부 세종 청사 앞 시위 사진 모음 ⓒ의협신문

■ 마취전문간호사 단독 마취 우려도…"간호사에 의한 마취진료는 불법" 

개정안에서는 마취 전문간호사 업무 범위로 '의사, 치과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처치, 주사 등 마취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를 한다고 규정했다. 의료계는 해당 문장이 잘못 해석될 경우, 간호사가 마취를 시행할 수 있다고 오해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간호협회는 해당 문제의식에 대해 "의사의 지도 하에 시행하는 마취진료에 필요한 업무를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마취간호사 단독 마취 허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1977년 의료법 시행규칙을 통해 마취분야 간호사가 전신마취와 국소마취를 실습하도록 했고, 집도의 지도 하에 마취진료 업무를 마취전문간호사가 수행하는 것이 합법이라는 유권해석을 했다는 점도 들었다.

하지만 대한마취통증의학회는 6일 입장문을 통해 "단독으로 하거나 의사의 지도 하에 하더라도 마취전문간호사를 포함한 간호사에 의한 마취진료는 불법임은 법적으로 판결됐다. 불법임을 행정적으로 재공지한 바 있다"고 재반박했다.

마취통증의학회는 "유효가 만료된 40년 전 옛날 정부 해석에 의거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내용만 교묘히 짜깁기해 발표했다. 직역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현 상황을 기망하고 호도하는 고도화된 전형적인 직역 이기주의 행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간호협회와 마취간호사회는 허황된 왜곡 주장을 계속하기 보다 무엇이 진정으로 국민건강과 환자 안전을 위하는 길인지 스스로 깨닫고 자중자애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했다.

■ 불법 진료보조인력(UA) "명백한 불법 영역 합법화 단초" vs "문제 해결 기회"

의료계는 해당 개정안이 현행법상 불법 영역인 불법 진료보조 인력(Physician Assistant, PA or Unlicensed Assistant, UA)의 합법화를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의 사전 포석이라고 보고 있다.

이정근 상근 부회장은 "이전까지 보건복지부는 일반 간호사와 전문간호사가 수행할 수 있는 진료보조 행위 범위가 차이가 없음을 분명히 밝혀왔다"며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서는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넘어선 부분까지 확대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 합리적인 의심,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짚었다.

실제 한국전문간호사협회는 1일 입장문에서 "전문간호사 개정령안 입법예고를 환영한다"며 "전문간호사 업무범위 제정은 보건의료계가 관행적으로 묵인해 온 보건의료인력 간 업무 경계에 대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건의료계가 관행적으로 묵인해 온 보건의료인력 간 업무 경계', 즉 현행법상 불법 영역인 UA 문제를 언급한 것으로, 이번 개정안을 통해 UA 합법화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한 것이다.

응급구조사협회는 UA 합법화 시도에 큰 우려를 표했다.

응급구조사협회는 "PA(UA)와 간호사 및 전문간호사는 엄연히 다른 직군이다. 외국의 PA는 특정 교육기관에서 약 3년간의 의학에 대한 이론교육과 2000∼3000시간의 임상 실습을 필요로 한다"며 "진료 및 시술에 대해 전혀 교육·훈련 등을 받지 않은 전문간호사에게 PA(UA)를 남발한다면, 의료의 질을 크게 하락시킬 것이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감당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보건복지부는 임상병리사, 응급구조사, 간호조무사,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치과위생사 등 다른 보건의료 직종과 협의를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독단적으로 PA간호사의 합법만을 추진하고 있다"며 "대한응급구조사협회, 전국응급구조(학)과 교수협의회, 한국응급구조학회 및 전국 4만여 응급구조사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함께 유감을 표명하고 강력한 반대 및 입법 철회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간호협회는 "현재 의료기관에서 행해지는 불법진료 문제는 진단·처방하고, 진료를 수행할 의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의사협회는 마치 정부와 간호사 등 다른 보건의료 전문인력들에게 문제가 있는 것으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의협은 이미 충분한 의사 인프라가 있음을 분명히 하며 불법진료문제는 경제 논리에 의해 의사가 해야 할 역할에 의사를 배정하지 않는 경영자와 저수가를 유지하려는 정부에 원인이 있다고 짚고 있다.

이정근 의협 상근 부회장은 "불법진료문제가 의사 부족에서 기인한다는 주장은 억측이다. 현재에도 충분한 의사 인프라가 있다. 오히려 과잉이라는 연구도 있다"며 "UA 문제는 싼 인력으로 병원을 운영하려는 경영자, 현실과 동떨어진 저수가를 유지하려는 정부의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인식을 먼저 바꿔야한다. 불법을 양성화, 합법화하는 것은 잘못된 해결책"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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