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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CCTV 설치법 결국 강행, 의료계 '부글부글'
수술실 CCTV 설치법 결국 강행, 의료계 '부글부글'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21.09.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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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에 "우려가 현실로"
"헌법 가치를 짓밟은 최악의 법안" 폐기 요구 줄이어
ⓒ의협신문
이필수 회장을 비롯한 의협 집행부는 의료법 개정안의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지난 8월 27일 국회 앞에서 법안 철회를 촉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전개했다. ⓒ의협신문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의료계가 들썩이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입법 강행 분위기가 감지되긴 했지만, 여야의 합심 하에 실제 법 개정이 현실화되자 적잖이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한 의료계는 헌법소원 등 법적 투쟁을 예고하는 한편, 법 시행에 따라 닥쳐올 모든 부작용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국회와 정부에 있다고 경고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1일 입장문을 내어 전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법을 '헌법 가치를 짓밟은 최악의 법안'이라고 규정하고, 이로 인한 모든 책임은 국회와 정부에 있다고 못박았다. 

대개협은 "그동안 의료계에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법안 통과를 반대했으나 마이동풍, 악법이 또 하나 만들어지고 말았다"며 "자신의 생명을 걸고 의료진을 믿고 병마와 싸워야 할 환자들이, 이제는 예비 범죄자 의료인들에게 자신의 몸을 맡겨야 하는 대립과 반목의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개탄했다.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 법안 통과로 의료계는 이제 새로운 시대로 들어설 것이며, 이는 법안을 통과시키며 그 법안을 합리화한 그들의 바람과는 반대로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한 대개협은 "기본적인 헌법가치를 짓밟은 최악의 법안 통과에 격분하며, 이로 인해 닥쳐올 모든 책임은 국회와 정부에 있다"고 비판했다.

부산시의사회와 한국여자의사회는 CCTV 설치법이 몰고 올 후폭풍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국회의 결정을 맹비난했다. 방어적 수술로 인한 환자 건강권 침해, 촬영 영상 및 정보 유출 가능성, 외과계 지원기피 현상 악화, 필수의료 붕괴 등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다. 

부산시의사회는 1일 낸 성명을 통해 "수술을 준비하고 시행하고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환자의 신체 노출은 필연적"이라며 "악의를 가진 자들에 의해 영상이 유출된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어떻게 감당할 것이냐"고 따져물었다.

"기계적 감시는 존중돼야 할 의료인들의 인권을 철저히 무시한 처사이며, 향후 환자-의사간 신뢰를 송두리째 앗아가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 부산시의사회는 "악법을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한국여자의사회 또한 같은 날 성명에서 "수술실 CCTV 설치는 궁극적으로 국민의 건강을 해치고 의료인의 소신 진료를 겁탈하는 악법"이라며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뜻을 굽히지 않고 악법이 철회 될 때까지 의료계 단체들과 한마음으로 굴복 없이 함께 맞설 것이며, 악법 철회를 위해 향후 의료계에서 이뤄지는 모든 행위의 책임은 정부에 있음을 알린다"고 경고했다. 

국회는 8월 31일 본회의를 열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재석의원 183명 가운데 135명이 찬성, 24명이 반대, 24명이 기권했다. 
국회는 8월 31일 본회의를 열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재석의원 183명 가운데 135명이 찬성, 24명이 반대, 24명이 기권했다. 

병원계도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교수들은 31일 법안의 국회 통과 직후 교수협의회 명의로 성명을 내어 법안 폐기를 요구했다.

이들은 "감시와 통제는 과거에 우리 모두가 경험한 바 있는 군사독재와 권위주의의 산물이며, 조지 오웰 소설 속의 감시 사회와 같은 전제주의적 발상일 수 있다"며 "어느 국민도 자신의 업무를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사회에 살고 싶지 않으며, 수술실에서의 감시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한다면 오히려 모든 국민에 대해서 언제든지 감시와 촬영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논리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CCTV가 의료사고의 원인을 증명할 수 없다는 점도 짚었다. 오히려 의료진의 등장·퇴장 시간이나, 특정 의료인의 표정을 두고 미소였느냐 비웃음이었느냐를 두고 따지는 소모적이고 비의료적인 논쟁만 남길 것이라는 우려다.

분당서울대 교수협의회는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법은) 오히려 많은 의료인들이 국가의료체계에 필수적인 수술현장을 떠나게 만들 것"이라며 "의과대학 학생들이 환자의 생명을 지키며 최전선에서 싸울 미래 외과계 의사로서의 길을 기피하게 만들어 우리나라 의료 수준의 답보를 넘어 퇴보를 경험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법률 제정 이후 야기될 위험한 통제적 발상과 수술 등의 필수의료의 붕괴, 더불어 환자-의사의 불신 조장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힌 이들은 "누구도 원치 않을 이러한 잠재적 위험성을 고려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폐기되어야 함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의료계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법률 제정으로 인한 폐해를 막아내겠다는 각오다. 대한의사협회는 8월 31일 긴급 성명을 통해 대한민국 의료계 후퇴의 정점으로 남을 최악의 사태에 대해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맞서겠다고 천명했다.

의협은 "이 법은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직업수행의 자유와 같은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하고 있다"며 "헌법소원 등을 제기해 법적 투쟁을 진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또 "2년간의 유예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해당 법의 독소 조항들이 갖고 있는 잠재적 해악을 규명할 것"이라며 "선량한 수술 집도의들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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