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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수술실 CCTV법 통과 강력 비판

분당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수술실 CCTV법 통과 강력 비판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1.09.01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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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1일 성명 발표…"필수의료 붕괴 및 환자-의사 불신 조장" 심각한 우려

[그래픽=윤세호 기자]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 기자] ⓒ의협신문

8월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법(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된 것에 대해 대학병원 교수들이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분당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는 8월 31일 법안이 통과되자마자 성명을 내고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은 위험한 통제적 발상"이라며 "수술 등의 필수의료 붕괴, 환자-의사의 불신이 조장될 수 있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항상 국민의 건강을 위해 외래와 수술실에서 환자들과 만나고 있는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들은 당혹감을 넘어 자괴감을 느낀다"며 법안이 폐기돼야 한다고 간곡하게 요청했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에 관한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교수 성명서

오늘도 코로나 방역을 위해 방호복을 입고 환자를 돌보고 있는 의료인의 일원으로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 소위를 통과한 소위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에 대한 소식을 접하고 당혹감을 넘어 자괴감을 느낍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먼저 이와 같은 상황을 불러온 일부 의료인의 일탈행위에 대해서 같은 의료인으로서 수치심을 느낌과 아울러, 이를 감시하고 응당한 규제와 징계 등의 자정 노력 또한 부족하였음에 대해 책임을 통감합니다.

수술실에 들어가는 환자의 불안감과 가족들의 간절한 마음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몰고 올 폐해는 훨씬 심각하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합니다. 감시와 통제는 과거에 우리 모두가 경험한 바 있는 군사독재와 권위주의의 산물이며, 조지 오웰 소설 속의 감시 사회와 같은 전제주의적 발상일 수 있습니다. 어느 국민도 자신의 업무를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사회에 살고 싶지 않습니다. 수술실에서의 감시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한다면 오히려 모든 국민에 대해서 언제든지 감시와 촬영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논리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습니다.

환자는 모두 자기의 생김새만큼 다양하고 특이합니다. 수술은 이러한 개개인의 차이에 순간순간 대처하며 이루어지는 초긴장의 시간들입니다. 안타깝게도 항상 원하는 만큼 결과가 나오진 않습니다. 억울하고 답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CCTV가 의료사고의 원인을 증명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등장과 퇴장의 시간 측정, 미소였는지 비웃음이었는지의 표정 분석, 집중하자고 하는 것인지 갑질을 하는 것인지에 대한 논란, 수련병원에서 필수로 행해져야 할 전공의에 대한 교육과정 이었는지에 대한 논란과 같은 소모적이고 비의료적인 논쟁만이 남을 것입니다. 오히려 많은 의료인들이 국가의료체계에 필수적인 수술현장을 떠나게 만들 것입니다. 의과대학 학생들이 환자의 생명을 지키며 최전선에서 싸울 미래 외과계 의사로서의 길을 기피하게 만들어 우리나라 의료 수준의 답보를 넘어 퇴보를 경험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흔히 1만 시간의 법칙이라고들 이야기합니다. 자기 분야에 대한 십 수 년 동안의 공부와 숱하게 밤을 지새우는 수련의 기간을 거쳐야 비로소 환자를 직접 수술할 수 있는 전문의료인이 됩니다. 수술을 하거나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 스스로가 최선을 다하도록 몸이 스스로 기억하게 하고 있습니다. 어떤 의료인도 환자에게 위해를 가할 의도를 가지고 수술을 하지 않습니다. 요람에 누워 있는 아기처럼 항상 지켜보아야 한다거나 범죄자와 같이 언제 범죄를 저지를지 모르니 격리된 공간에서 지켜봐야 한다는 식의 사고는 전문 의료인들에게 있어 답답함을 너머 수치심마저 느끼게 하고 있습니다. 스스로의 자정과 책임을 통해 이러한 전문가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권장하는 것이 성숙한 사회의 모습일 것입니다.

항상 국민의 건강을 위해 외래와 수술실에서 환자들과 만나고 있는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교수들은 소위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의 위험한 통제적 발상과 수술 등의 필수의료의 붕괴, 더불어 환자-의사의 불신 조장에 심각한 우려를 표합니다. 우리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교수들은 누구도 원치 않을 이러한 잠재적 위험성을 고려하여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폐기되어야 함을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2021년 8월 31일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교수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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