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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생식술 등 일괄 급여…의학적·재정적 타당성 결여

보조생식술 등 일괄 급여…의학적·재정적 타당성 결여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1.08.27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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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횟수 제한 없이 정자·난자 동결·보존 지원 법안 발의
시술 남용 '동결=임신' 그릇된 인식 초래…임신율 떨어질 수도
법률 규정 땐 보조생식술 분야 신의료기술 개발 원천 제한

ⓒ의협신문 김선경기자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임신을 목적으로 채취한 정자·난자의 동결·보존 등을 포함한 보조생식술과 관련 준비행위까지 일괄적으로 건강보험 급여대상에 포함해야 할까.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의료계의 반대 목소리가 높다. 의학적·재정적 타당성이 결여됐다는 판단이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취지이지만 기혼·미혼을 구분치 않고, 보험료를 내는 외국인도 해당되며, 횟수 제한까지 없앤다면 입법 목적에도 맞지 않고 건강보험재정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 건강보험에서는 법적 부부관계(사실혼 포함)인 환자에 대해 보험재정 건전성과 비용대비 효율을 감안해 일정 횟수 이내에서 정자·난자의 채취·수정, 배아의 배양·이식 등을 급여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개정안과 같이 보조생식술 등을 법률로 규정할 경우 급여제도 운영상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행정고시 등을 통해 급여 확대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얼마든지 법 개정 취지를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보조생식술 관련 신기술 개발에도 장애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초기 신기술의 경우 특성상 비급여로 어느 정도 이뤄지다가 유용성이 인정될 경우 급여 틀 내로 들오게 된다"며 "만약 법률로 일괄적으로 규정되면 급여화가 되기 전까지는 신기술로 적용되지 못하고, 신기술이 바로 급여화 될 가능성은 없어 결과적으로 국내 보조생식술 분야에서는 신기술 도입이 불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에 삽입된 '보조생식술 및 그 준비 행위' 규정 역시 문구가 애매하고 너무 광범위하다고 짚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대한생식의학회·대한보조생식학회 등 유관 전문단체와의 긴밀한 조율을 통해 구체적이고 직관적인 개정안 도출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또 미혼인 경우에도 가임력 보존을 위해 정자·난자를 냉동 보존하는 것은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미혼 여성·남성의 난자·정자 냉동에 의한 임신율의 상승 기대효과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의학적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산부인과학회는 "동결시술이 남용될 경우 자칫 동결이 미래 임신 가능성을 보장하는 만능열쇠처럼 그릇된 사회적 인식을 초래해 오히려 임신율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며 "보관기간이 길어지면서 발생하는 보관 관리 문제도 법안 개정에 앞서 선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도 법체계와 절차 규정을 거치지 않고 급여화를 진행할 경우 의학적·재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협은 "현재 요양급여대상 결정은 전문가평가위원회 등 여러 회의를 통한 논의와 평가를 거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다"며 "특정 항목의 급여화를 법 개정을 통해 무조건 급여로 정하도록 하는 것은 법체계상 문제뿐만 아니라 정해진 절차를 거치지 않음으로 인해 여러 가지 의학적·재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정 사항에 대해 요양급여 대상 결정 절차를 따르지 않고 법으로 급여·비급여를 규정하게 될 경우 향후 정치적 목적·상황 등에 따라 법 개정이 악용될 수 있다는 인식이다.  

급여 대상 결정은 비용효과성·의학적 타당성 등을 고려해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진행해야 하며,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필수의료 분야를 우선적으로 보장해야 하는 데, 미래 임신을 위한 정자·난자의 동결·보존 행위 등의 보장이 우선 순위에 해당하는 지는 사회적 합의가 뒤따라야 한다는 설명이다.

보조생식술 등에 대한 전면 급여화보다는 현행 방식에서 지원대상을 확대하는 게 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의협은 "현재도 보조생식술 등에 많은 부분을 급여화하고 있으며,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사업'을 통해 소득기준에 따라 건강보험 본인부담 및 비급여 일부에 대해 국비·지방비로 지원하고 있다"며 "개정안과 같이 전면 급여화보다는 현행과 같이 소득기준에 따라 국고보조사업으로 지원하고, 지원대상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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