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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8 17:57 (목)
"비대면진료 제도화 땐 일차의료 기반으로"
"비대면진료 제도화 땐 일차의료 기반으로"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1.08.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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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코로나19 전화상담·처방 현황 분석' 보고서 발간
안전성 확보·명확한 가이드라인·불필요한 진료 증가 억제 등 선결과제

코로나19 대확산으로 인해 한시적으로 허용되고 있는 전화상담·처방에 대해 의사들은 부정적(77.1%) 인식이 높았다. 부정적 이유로는 전화상담·처방 경험 유무와 상관없이 '환자 안전성 확보에 대한 판단의 어려움'을 꼽았다. 

향후 비대면진료가 제도화 될 경우에는 ▲지역사회 일차의료 기반 비대면진료체계 구축 ▲비대면진료(전화·화상 등 포함)의 명확한 가이드라인 마련 ▲불필요한 진료 증가 억제를 위한 수가 규제 ▲환자 안전성 확보 등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코로나19 이후 시행된 전화상담·처방 현황 분석> 연구보고서는 비대면진료가 허용될 경우, 의료제공자 측면과 함께 소외계층 접근성 향상, 보건의료체계 지속성 등을 모두 감안해 단계적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는 지난해 2월 24일 한시적 비대면 전화진료를 도입한 데 이어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2020.7.14.)을 통해 비대면 진료를 포함한 비대면 의료서비스 지원계획을 공개했다. 또 12월에는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비대면진료를 법적으로 허용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청구자료에 따르면 조사기간(2020. 2. 24∼9.30) 동안 전화상담·처방에 참여한 의료기관은 모두 8273곳(12.0%)이었으며, 60만 9500명의 환자가 91만 7813건의 진료횟수를 기록했다.

진료과목별로는 내과(60.2%)가 주종을 이뤘으며, 신경과(6.0%)·정신건강의학과(4.8%) 등이 뒤를 이었다. 

코로나19 초기 확진자가 급격히 확산된 대구·경북·서울·경기 지역에서 전화상담·처방 진료에 참여한 비율이 높았고, 제도 시행 초기 의원급 의료기관의 참여가 낮은 경향을 보이다가 5월 이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화상담·처방을 이용한 환자는 1인당 평균 약 1.5회 이용했으며, 남성보다 여성의 이용률이 높았고, 고령 환자의 경우 이용률이 더 높은 경향을 보였다. 

다빈도 상병을 살펴보면 '본태성(원발성)고혈압'·'2형 당뇨병'·'지질단백질 대사장애 및 기타지질증'·'급성기관지염'·'위-식도역류병'·'알츠하이머병에서의 치매'·'혈관운동성 및 앨러지성비염'·'뇌경색증'·'협심증'·'기타 갑상선 기능저하증' 등 순으로 이용률이 높았으며, 전체 진료건수의 43.4%를 차지했다. 환자 1인당 평균 진료횟수는 '조현병(3.1회)'·'알츠하이머병에서의 치매(1.7회)'·'수면장애(1.7회)'·'우울에피소드(1.6회)'·'기타 불안장애(1.6회)' 등으로 나타나 정신건강의학과적 질환의 비중이 높았다.  

전화상담·처방에 대해 의사들은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확산 상황과는 무관하게 부정적(77.1%) 인식을 갖고 있었다. 

상급종합병원 의사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비율이 다른 직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으며, 군의관·공보의들은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화상담·처방 진료 경험이 있는 의사들(1770명·31.1%)의 과반수 이상 '불만족'(59.8%)이라고 답했으며, 이유는 '환자 안전성 확보에 대한 판단 어려움'(83.5%) 때문이었다.  

전화상담·처방 진료를 하지 않은 의사들(3919명·68.9%)은 가장 큰 이유로 '환자 안전성 확보에 대한 판단'(70.0%)·'책임소재 문제에 부담'(56.1%) 등을 꼽았다. 

연구보고서는 비급여진료를 제도화 할 경우 선결 과제도 제시했다. 

먼저 지역사회 일차의료 기반 비대면진료체계 구축이다. 일차의료기관이 지역 주민들의 건강상태를 지속적으로 살피고 더 나아가 개인 맞춤형 의료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대상 의료기관, 진료과목, 가능 질환, 진료내용 및 방법, 1일 처방횟수, 수가 등을 규정하고, 비대면진료 선택권이 없는 공보의·군의관·전공의·전임의 등의 법적 책임소재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진료증가 억제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는 평가다. 비대면진료가 불필요한 의료수요를 증가시켜 의료비가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 측면에서 건강보험재정을 고려해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무엇보다 환자 안전성 확보도 중요하다. 의학적인 유효성과 타당성이 예측되는 상황에서 대면진료와 유사한 수준의 의료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기술성이 확보됐는지 먼저 검토한 후 정책 도입을 논의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유승현 고려의대 교수(고려대안암병원 내과)는 "정부는 그동안 발표된 전화상담·처방의 일부 결과만 보고 의료사고와 같은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거나, 환자 편의성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는 등 긍정적인 면을 부각해왔다"며 "그러나 의료는 본질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보호를 위한 것으로 의료행위 결과에 따른 책임은 의료인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이 연구를 통해 상이한 이해관계, 법적 책임 범위 규정에 대한 문제, 의료서비스의 복잡성과 다양성, 보상설계와 같이 다양한 측면에서 고려해야할 요인들이 존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은 "환자 편의성과 경제적 효용성을 이유로 비대면진료를 전면 허용 혹은 제도화로 연결하려는 시도는 지양해야 한다"며, "향후 비대면진료 정책 도입 시 규정과 요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관련 내용들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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