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5-22 20:44 (수)
유교사회와 전문직업성(professionalism)

유교사회와 전문직업성(professionalism)

  • 안덕선 전 의료정책연구소장 (전 고려의대 교수·의인문학교실)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1.08.23 18:00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치권, 수술실 감시체계 구축 '사명'·'민주화' 착각
정부, 기본권 개입·처벌 당연 시…감염병도 법으로 해결?
법 아닌 자율적 기제 전문직에 도입해야 성숙한 세상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포퓰리즘의 대가인 여당 후보는 끈질기게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주장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국회가 열릴 때 마나 이 법안의 추이에 대하여 신경을 곤두세우고 지켜보고 있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수술 감시용 폐쇄회로 설치는 기회만 되면 국회의 논의 거리가 되는 짜증 나는 주제가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바쁜 의사협회에 낭비적인 부담을 주고 있다. 

국제적으로 수술실에 폐쇄회로를 설치한 나라는 아직 없다. 다만 경기도에서  욕쟁이 도지사의 의지로 설치된 수술실 폐쇄회로를 놓고 환자의 만족도가 높다고 정치적 치적화와 홍보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 보인다. 혈기와 광기가 넘치는 착한 여당 의원님들은 기어이 수술실 감시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자신들의 사명이고 민주화라고 착각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제 이런 광기와 혈기는 한발짝 더 나아가 언론에 대한 법적 규제를 시도하고 있다. 언론인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와는 직업적 성격이 다르나 자칫 사회적 병리를 만들어 내거나 대중을 호도 할 수 있는 위험부담을 갖고 있다. 

언론이 정권과 야합하거나 사회속의 특정 세력이나 이데올로기를 위하여 편향된 시각을 갖게 될 때 사회 파괴적 위험성과 파장은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한다. 이런 강력한 언론의 힘을 보고 정권마다 언론을 장악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언론에 대한 과도한 정치적 개입은 결국 자기 파괴적이고 사회병리 부작용을 창출한다. 

당·정·청의 권력으로 언론이나 검찰 그리고 대표적 전문직인 의사에 대한 통제를 해야만 한다는 전체주의적 관료주의 사고는 전문직의 규범을 법으로 해결하려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무엇이 전문직의 규범에 대한 논의는 전문직이 사회와 진지하고 치열한 논의를 거쳐 국민적 합의를 본적이 없다. 그리고 전문직 규범은 시대적·공간적 특성을 갖고 있어 시대와 지역이 갖는 환경에 의해 결정되기도 하고 시대적으로 변화하기도 한다. 

전문직은 현대적인 나라의 운영에서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고, 더 나아가 전문직은 한 나라의 보편적인 중심 가치를 창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전문직은 고도의 장기간 교육과 훈련을 받은 사람들로 이뤄져 있다. 

그러나 아무리 고학력에 좋은 교육을 받았어도 전문직 구성원이 항상 규범적이고 높은 수준의 행동 규범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전문직 종사자도 인간사회가 보여주는 돈, 성, 권력, 등의 유혹에 자유롭지 못하고 일부 종사자의 불미스런 행동으로 사회적으로 지탄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전문직의 수준이하의 행동에 대한 사회의 수용도나 관용의 폭은 매우 적다. 그만큼 사회는 전문직 종사자가 갖추어야 하는 보편적 가치에 기대치가 일반인보다 훨씬 크다. 

여기에 더해 우리나라는 의료의 부정적 결과가 반드시 의사의 탈 규범을 의미하지도 않는데도 불만족에 대한 책임을 형사 범죄화하고 있다.한·중·일과 다른 유교의 영향을 받은 동아시아지역은 진시황이래 살아남은 유가(儒家)와 법가(法家)의 전통인지 모든 사회적 갈등과 규범 정립을 법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비도덕적으로 이라고 규명된 모든 사안에 대해 과도한 법의 개입과 형사적 처벌을 당연시하는 경향이 있다. 개인보다는 가족적 가치에 의한 집단이 우선인 동아시아의 문화적 특성은 법이나 정부가 국민의 개인적 기본권에 대한 과도한 개입을 해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법적 감시와 처벌 강화에 동조한다. 부동산 사태를 법으로 규제하겠다는 정부의 발상도 우리나라의 문화에서 얼마든지 가능한 현상인데 문제는 과도한 규제나 법으로 어떤 해결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경험하고 있다. 

관 주도의 K방역은 격리·차단·색출이라는 식민지 시대의 경찰조직에 의한 전염병 대책이다. 통제와 규제나 법적 처벌로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인지 툭 하면 방역의 실패를 국민에게 책임을 돌리며 무관용 정책으로 대응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감염병을 법으로 해결 할 수 있다는 생각인가보다. 

대만의 모종삼 교수에 의하면 전통 유교의 사상에서 현대의 전문직은 현인(賢人)에 해당된다. 전문적 지식과 기술을 보유한 사람으로 충분히 어질고 착하며, 선량하고 덕행이 가능한 사람을 의미한다. 

성선설이 주류인 유교 사상을 바탕으로 도덕적 인간과 도덕적 사회의 구현이 목표였다. 유교식 사고를 의료에 대입하자면  자기수양(self-cultivation)을 통한 좋은 현인과 같은 의사와 이들이 만들어 내는 좋은 의료를 장려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현인도 사람이어서 현인들에 의한 악행과 부정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동아시아의 문화에서 이런 현인들의 문제는 공권력인 법 이외에 현인들 스스로 집단적 차원에서 해결하려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좋은 사람, 좋은 의료의 육성과 나쁜 의료와 나쁜 의사에 대한 방지책은 근본 취지는 같아 보이나 실제적인 사회적 작동은 매우 다른데도 성선설이 주된 기조인 유교에서는 성악에 관한 공식적인 대처는 법이외에는 없어 보인다.    

대만의 신유교 학자 서복관(Xu Fu Guan)은 동아시아의 사상은 서양과 달리 주체(subjecty)와 객체(object)의 관계를 대립개념이 아닌 하나로 보았다. 이런 현상은 현인들의 집단도 스스로를 대상화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반면에 유일신 절대자의 개념을 갖는 서양은 인간의 대상화(객체화)에 대한 개념과 사고가 발달 돼 왔다. 서양의 현인들이 스스로 집단의 규약을 정하고 자신들을 스스로 대상화해 자율적으로 전문직의 규범을 형성하고 만들어 가는 기제가 동아시아는 발달하지 않았다. 

이런 문화적 배경은 전문직의 내부지향적인 시각과 가족주의와 집단주의 문화가 원인인 것 같다. 이런 배경에서 회원에 대한 자율이 쉽지 않은 동아시아적인 전문직업성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사회적 문화적 전통이 동료의 잘못된 행동에도 '알고 보면 착한 사람' 혹은 '먹고 살기 위해서' 라는 지극히 관용적인 변명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표현이다. 서양의 현인들이 자율규제(self-regulation)를 발달시켜 왔을 때 동아시아는 자기수양(self cultivation)을 통한 자기완성(self perfection)을 강조해 왔다. 

이런 동아시아적 전통은 민주화를 지향하는 현대 사회에서 전문직의 '자율정화'와 '법적 통제'라는 대비적인 명제의 지속적 도전을 받고 있다. 전문성과 사회적 신뢰도가 전문직보다 현저히 낮은 정치인이나 운동권이 전문직에게 끊이지 않는 자극과 도전을 하고있는 역설적인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전문직이 형사범이 되지 않는 성숙한 세상이 되려면 법이 아닌 다른 자율적 기제를 전문직에 도입해 정착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현재 시대적 상황은 역사와 문화의 파괴적 충돌 충격인지 아니면 미래 지향적인 잠정적 혼돈(storming)의 시기인지 먼지 속에서 희미한 그림자만 보이고 있다.  

■ 칼럼이나 기고 내용은 <의협신문>의 편집 방침과 같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