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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칼럼 의료생태계에 최상위 포식자만 남는다면...

논설위원 칼럼 의료생태계에 최상위 포식자만 남는다면...

  • 김영숙 기자 kimys@doctorsnews.co.kr
  • 승인 2021.08.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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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 ⓒ의협신문
주요 대학병원들이 수도권 일대에 경쟁적으로 분원 설립에 나서면서 의료생태계의 파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 ⓒ의협신문

청주에 사는 지인은 지역에 소재한 의료기관을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2016년 수서발 고속열차인 SRT가 개통된 후 수서역에서 내려 강남에 위치한 대학병원을 주로 이용한다. 오송역에서 SRT를 타고 수서역까지 40여 분. 청주의 집에서 목적하는 병원까지 2시간도 채 안 걸리기 때문이다. 

지방 환자들의 이런 현상은 이미 2004년 KTX가 개통되면서 시작됐다. 서울-대전이 1시간 남짓, 서울-부산이 2시간대로  단축되면서 오죽하면 지역의 대형이든 중소 규모의 병원이든 KTX 개통 순으로 망했다는 이야기가 나왔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서울에 주로 병상 확장하던 대학병원들이 최근 경기·인천 지역에 분원 설립 경쟁에 나서면서 또다시 지역병원과 수도권 소재 병원들이 긴장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연세의료원을 비롯한 서울과 수도권의 상급종합병원들이 경기와 인천지역에 분원  설립에 나서  7000∼8000병상까지 늘어날 것이란 소식 때문이다. 

그동안 대학병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병원 증축 등 병상 수 증대를 통한 외형 키우기에 집중해 왔다. 하지만 서울 안에서 한계를 느끼고, 수도권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경기·인천 등 수도권이 타깃이 된 것이다. 주목할 점은 분원 설립에 나선  대학병원이 상급종합병원이란 점이다.

보건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의 병상 확대를 억제하기 위해  사전협의 없이는 병상을 늘릴 수 없도록 하고 있으며, 상급종합병원 지정에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의 병상 수를 억제하기 위한 조치인데 분원의 경우는 다르다. 현행 의료법에서 분원은 시·도 의료기관개설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으로 돼 있는 것이다. 

대학병원들이 이같은 의료법의 허점을 파고들어 한껏 몸집 불리기에 나설 수 있는 이유다. 지방자치단체의 입장에서는 유명 대학병원들이 앞다퉈 종합병원을 설립하겠다는 것은 반길 일이다. 수도권 인구의 증가뿐 아니라 3기 신도시 등 정부의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로 앞으로 더 늘어날 인구에 대한 의료 수요를 충족한다는 정치적 명분을 내세우면 지방선거에서도 유리할 것이다.

하지만 일부 지역의 정치적 계산과 수익 추구를 위한 대학병원의 섣부른 외형 확장이 안 그래도 위태로운 의료생태계를 더욱 교란시킬 위험을 간과해선 안 된다.

대학병원-병원-의원의 기능과 역할을 나누어  의료자원의 효율성을 담보해야 할 의료전달체계의 기초가 취약한 현 의료시스템에서 전국 교통 체계의 변화만으로도 지역 병원들이 휘청거린 경험이 있다. 전국 환자들의 수도권 쏠림 현상·불필요한 의료쇼핑 현상은 의료생태계를 심각하게 왜곡시켰다. 서울뿐 아니라 이제는 수도권까지 분원을 설립해 무차별적으로 환자를 쓸어모으고, 생존 경쟁에 내몰린 지역 병의원들이 이를 만회하기 위한 과잉진료로 가는 무한경쟁의 악순환에 빠지는 순간 그 피해는 결국 국민의 몫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태를 막을 정부의 병상  통제기전은 작동하지 않고 있다. 더욱더 우려스러운 점은 병상의 합리적 배치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는 의료전달체계의 개편 논의는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이런 상황이니 안그래도 위태로운 의료생태계에서 대학병원·대형병원이라는 최상위 포식자만 살아남는 기형적 구조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 이번 사태에 대해 보건복지부의 공식적 입장 표명은 없다. 하지만 주무 부처로서 분원 경쟁에 뒷짐 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역시 "병원의 과도한 설립은 의료 이용량 과잉을 야기할 뿐 환자 치료 등 의료적 성과에 효과적이라는 근거가 없다"는 보고서를 내지 않았는가?

변칙적인 병상 수 증가를 막을 수 있는 법령 개선을 비롯해 의료기관의 총 병상 수급에 대한 통제 방안이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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