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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기척 없는 것들

[신간] 기척 없는 것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1.07.26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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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렬 지음/도서출판 애지 펴냄/1만원

최준렬 시인(경기 시흥·중앙산부인과의원)이 시집 <기척 없는 것들>을 출간했다. 

<너의 우주를 받아든 손> <당신이 자꾸 뒤돌아보네>에 이은 세 번째 시집이다. 

이번 시집의 핵심은 '기척'이다. 시인의 말로는 대부분 미처 우리 의식에 닿지 않거나 흔적 없이 사라지기 마련이라 영원히 오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시인은 자신을 둘러싼 주변세계를 탐구하며 기척 없이 다가오고 사라지는 물질들, 때로 무섭고 때로 따듯한 기척들에 대한 시선을 담백하게 그려낸다. 
 
시인에게 다가오는 기척은 죽음과 생명, 사랑과 이별의 정서와 연결돼 있다. 

'잠깐 머물러다 떠난' 기척들이 '귓속으로 들어와/쩌억-쩌억-/마음'을 '가르는 소리'를 들려주기도 하고, '몸집을 한참 키우고 나서야' 죽음의 신호를 보내오는 암세포들, 세월의 퇴적층인 눈가 주름 등 단지 외형적이고 의학적인 차원의 표징뿐만 아니라 '입술이 보이지 않아' '알아들을 수 없'는, 그러나 그 '가려진 입술에 일렁이는 잔물결'과 관계된다(시 '마스크' 중). 

시인은 쉽사리 간과하는 '기척들'의 신비함과 숭고함에 주목하면서 그 의미나 존재 의의에 대해 사유하고 숙고하는 모습을 통해 사랑과 이별, 실향과 부재의 정서, 사모곡 등의 이미지와도 유기적으로 관계하며 아름답거나 추하거나, 행복과 불행이 겹쳐 있는 삶의 다채로운 이면을 보여준다.

임동확 시인은 "작고 미미한 어떤 흔적이나 기척을 통해, 형상을 갖지 않고 있는 변화하는 세계의 배후를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자연과 인간의 미묘한 섭리 내지 낌새를 재빠르게 간파해 그에 대한 적절한 대응 자세를 취한다는 점에서 의사와 시인의 역할은 동질적"이라며 "시인이 고뇌에 찬 사유와 깊은 존재의 심연으로 모험을 통해 찾고자 하는 참다운 '자유의 길'은 서로 다른 사건이나 존재들의 움직임들이 '차이를 통한 화합' 또는 '통일 속의 차이'의 사태를 나타내는 '기척들' 속에서 열린다"고 말했다. 

모두 4부로 구성된 시집에는 쉰 다섯 편의 시작이 옮겨졌다(☎ 042 637-9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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