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의료 없애고, 종합병원만 남는' 기형적 구조 원하나?
'1차 의료 없애고, 종합병원만 남는' 기형적 구조 원하나?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1.07.23 18:30
  • 댓글 2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협 "대학병원 분원 설립 의료전달체계 붕괴" 우려
"의원·지역 중소병원 도산...의료생태계 파괴" 경고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A 소아청소년과가 지난 5월 28일 폐업 안내문을 내 걸었다. [사진=김선경기자] ⓒ의협신문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A 소아청소년과가 지난 5월 28일 폐업 안내문을 내 걸었다. [사진=김선경기자] ⓒ의협신문

일부 대학병원들의 무분별한 분원 설립에 대해 대한의사협회가 의료전달체계 붕괴 등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의협은 23일 '일부 대학병원들의 분원 설립 가속화 관련 입장문'을 내고 "대학병원의 분원 설립 가속화는 의원 및 중소병원의 도산으로 인한 의료생태계 파괴가 일어날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또 "지역 중소의료기관 고사 및 의료전달체계 붕괴로 이어질 것이 불 보듯 뻔한데, 정부는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며 정부의 실효성 있는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최근 수도권 중심으로 일부 대학병원들의 분원 설립이 경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런 분원 설립으로 특정 지역의 무분별한 병상 수 증가는 많은 문제를 일으켜, 결국 의료전달체계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의협은 ▲의료인력 이동으로 인한 대혼란 발생 ▲의원·중소병원 도산으로 인한 의료생태계 파괴 ▲불법의료인력의 채용 급증 ▲(불필요한) 의사 수 증가라는 정책 추진의 그릇된 근거 사용 등을 우려했다.

의협은 "대형종합병원이 만들어질 경우 의료인력의 대거 채용이 불가피하다"며 "갑작스러운 의료진들의 이탈은 일선의 큰 혼란을 발생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주변 중소병원의 인력난 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의 의료인력 대이동으로 이어질 수 있어 지역 간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현재 의료인력 체계에 과중한 경쟁과 분란을 낳게 된다"고 걱정했다.

의협은 "대학병원 분원이 설립되는 지역 대부분이 수도권으로, 이미 주변에 많은 의원, 중소병원, 그리고 종합병원들이 위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학병원으로서의 역할이 점점 모호해지는 현 상황에서 중증환자, 희귀환자 담당이라는 본분을 잊고 경증환자 진료 및 과잉진료와 같은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해당 지역 의원급 및 중소병원급 의료기관들은 도산하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와 함께 "결국 1차의료는 죽고 종합병원만 남는 기형적 의료전달체계가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불법의료인력의 채용이 급증할 것도 우려했다.

"대학병원들 상당수가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드는 전공의 인력에 의존한다"고 밝힌 의협은 "병원이 자선기관이 아닌 만큼 분원 설치비용 및 매출을 증가시키기 위해 의료진에 비용 투자를 적게 하고, 이로인해 불법의료인력 채용을 늘리게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의사가 아닌 사람으로부터 의사가 해야 하는 처방이나 시술을 당하게 되는 환자의 피해로 이어지게 된다"고 꼬집었다.

(불필요한) 의사 수 증가라는 정책 추진 근거자료 활용도 경계했다.

의협은 "공급-수요 시장 논리에 따라서 갑자기 병원이 급증할 경우 공급이 늘어나 많은 의료진이 필요한 것 같은 착시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즉, 병원이 부족한 것이 아님에도 갑작스럽게 많은 의료진을 요구함에 따라 일시적으로 의사가 부족한 것처럼 보이는 왜곡된 통계를 발생시키고, 이 잘못된 결과를 토대로 정책이 입안되면 우리나라의 지속가능한 의료시스템은 기대하기 어려워지게 된다는 것.

의협은 "대학병원의 분원 설립 움직임은 병상 수급관리의 허점에 기인한다"며 "대학병원과 같은 상급종합병원은 보건복지부로부터 병상에 대한 관리 감독을 받게 되지만, 분원 개설의 경우 지자체 장의 권한으로 결정되고 있어 편법적 병상 수 늘리기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기에 일부 대학병원의 맹목적인 수익 추구와, 해당 지자체 장들의 지역주민 환심사기용 우호정책이 얽힌 산물이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의협은 의료기관의 병상 수급은 보건복지부 장관의 관리감독 하에 우리나라 전체 의료시장을 대상으로 종합적인 관점에서 그 수급이 결정돼야 하며, 이런 변칙적인 병상 수 증가가 이뤄지지 못하도록 관련 법령의 개선을 요구했다.

아울러, 해외 모범사례를 발굴해 병상 자원과 공급에 대한 포괄적이고 장기적인 정책을 마련할 것도 주문했다.

의협은 지속가능한 의료체계를 위한 합리적인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촉구하면서 "일차의료의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 및 중소병원을 살리고, 왜곡된 의료체계를 정립함으로써 지역사회 중심의 선진 의료체계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 건강을 최우선의 가치로 판단하는 의협은 일부 대학병원들의 무분별한 분원 설립에 대해 강력한 유감의 뜻을 밝힌다"며 정부의 실효성 있는 방안 마련을 거듭 촉구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민초회원 2021-07-25 11:04:14
근본적인 문제는 기형적 의료숫가로 인해서 수익구조가 왜곡된 거다. 3차병원도 수익을 낼 수 없는 시스템에서 탈법적인 운영은 필연적이다. 이러다가 조만간 문닫는 대학병원들이 나와야 다들 정신차릴 거다. 우리끼리 밥그릇싸움 하지말고 다같이 강제지정제 철폐에 나서는게 답이다. 정신 못차리는 빅4 스탭들을 조져야 한다.

의사123 2021-07-24 08:22:23
백날 소리쳐 봐야 서울대는 계속 새끼병원들 지을 텐데 뭘.
지방으로 꺼지라는 신호가 십수년 전 부터 계속 나오고 있는데 그걸 방치한 게 의협이기도 하지. 결국 뭘 해냈나? 또 기피과들은 차라리 스탭 자리라도 나올 지금 상황에 안도할 지도 모르고.
상급종합병원 가기가 너무 쉬워서 문제인건 아닌가? ㅋㅋㅋ 근데 또 이런 소리 나온다고 보복부 놈들이 본인부담금을 조금 늘리려 하지 않았나. 내가 봤을 때 이건 규제로 될 문제가 아니라, 건보 자체가 없어져야 해결 될 문제 아닌가 싶다.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