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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암종 불문 항암제', 실제 처방해보니..."

"뜨거운 감자 '암종 불문 항암제', 실제 처방해보니..."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21.07.13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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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락비' 국내 상륙, NTRK 유전자 융합 고형암 '올 커버'
오도연 교수 "우수한 반응률 이견 없어"...급여권 진입 관심

ⓒ의협신문
바이엘코리아 '비트락비'

비트락비(성분명 라로트렉티닙/바이엘코리아)는 암종 불문 항암제다. 암이 발생한 조직의 종류와 상관없이 발암인자 역할을 하는 변이 단백질 자체를 억제하는 새로운 기전의 항암치료제다.

2018년 국제 무대에 데뷔한 비트락비가 최근 국내에 상륙했다. 지난해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시판허가를 받았고, 현재 급여 목록 등재를 위한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

암종 불문 항암제가 국내 암 진료 의료진과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을까? 실제 이를 사용해 본 임상의의 대답은 단호한 'YES'다. 특히나 치료 옵션이 부족한 소아나 희귀암 환자들에게는 꽤나 유용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다. 

다만 축적된 임상결과가 부족하다는 점은 여러모로 한계다. 비트락비가 각 암종에서 일관된 효과를 나타내는지, 또 각 암종의 표준치료법에 비교해 더 나은 치료 혜택을 보이는지, 같은 이유로 급여 우선권을 부여받을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비트락비' 어떤 약?

비트락비는 NTRK(Neurotrophic receptor tyrosine kinase) 유전자 융합 양성 종양 치료제다. 

NTRK 유전자 융합 양성 종양은, NTRK 유전자가 연관성이 없는 다른 유전자와 융합되어 변이된 TRK 단백질을 생성 할 때 발생한다. TRK 융합 단백질은 암세포의 성장과 생장을 촉진하는 발암인자 역할을 하며, 특정 세포에 국한되어 있지 않고 TRK 수용체가 있는 어느 부위에서든 종양을 유발할 수 있다. 

비트락비는 이 변이성 TRK 융합 단백질을 억제시키는 것을 핵심 기전으로 한다. TRK 변이가 확인된 모든 고형암 환자에 두루 작용한다는 의미다. 침샘암·연부조직육종·영아섬유육종·갑상선암·결장암·폐암·흑색종·위장관기질종양·담관암·충수암·유방암·췌장암 등이 이에 속한다. 

비트락비는 TRK 억제제 가운데서는 처음으로 지난 2018년 FDA의 승인을 받았으며, 국내에서는 지난해 5월 비트락비액과 비트락비 캡슐 100mg, 25mg 등 3개 품목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시판 허가를 획득했다. 

허가된 효능·효과는 '알려진 획득 내성 돌연변이가 없는 NTRK 유전자 융합을 보유한 성인 및 소아 환자 중 국소진행성, 전이성 또는 수술적 절제 시 중증 이환의 가능성이 높으며 기존 치료제(혹은 치료 요법) 이후 진행됐거나 현재 이용 가능한 치료제가 없는 고형암 환자의 치료'다.

총 15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연구의 유효성 평가결과에 따르면, 비트락비로 치료받은 환자의 객관적 반응률(ORR, Objective response rate)은 79%, 완전 반응률(CR, Complete response rate)은 16%, 부분 반응률(PR, Partial response rate)은 63%를 기록했다.

"실제 임상 현장서 사용해보니..."

ⓒ의협신문
오도연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종양내과)

13일 열린 비트락비 미디어 세미나에서는 오도연 서울의대 교수(서울대학교병원 종양내과)가 실제 비트락비 치료경험을 공유해 관심을 끌었다.

오 교수는 '네비게이트(NAVIGATE)'연구에 초기부터 참여했다. 성인 및 12세 이상 소아 NTRK 유전자 융합 진행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비트락비 임상연구 중 하나다. 

당시 오 교수가 진료한 환자는 6세 갑상선 환자. 해당 소아환자는 갑상선암 진단을 받고 수차례 수술과 방사선 치료를 했음에도 병이 진행되어 폐전이가 일어난 상태였으나, 비트락비 투여 후 호전을 보였다. 비트락비 투여는 계속되고 있으며, 다음달이면 투약 4년이 된다.

오 교수는 "처음 만날 때 6세였던 아이가 어느덧 자라나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다. 아이가 약을 먹으면서 성장해 나가는것을 보면서, 정말 굉장한 약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소아라 부작용을 걱정했지만 특별한 이벤트는 없었다. 환자가 주관적으로 얘기하는 이상반응도 별로 없다"고 치료 경험을 전했다. 

"우수한 반응률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고 강조한 오 교수는 "고형암 환자에 대해서는 빠르게 검사를 진행해 NTRK 유전자 융합 여부를 확인하고, 치료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표준 치료법에 더해 또 다른 치료옵션이자 무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비트락비가 각 암종에서 일관된 효과를 나타내는지, 또 각 암종의 표준치료법에 비교해 더 나은 치료 혜택을 보이는지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오 교수는 "임상 연구에 참여한 환자의 숫자가 적어 암종에 따른 반응률 차이 등을 확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시간이 지나 데이터가 쌓이면 각 암종별 차등 여부 등이 확인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암종 불문 항암제 급여, 첫 깃발 꼽을까

암종 불문 항암제 가운데 아직 급여 등재된 의약품은 없다. 비트락비가 지난 5월 급여 첫 관문을 넘으며, 급여권에 가장 가깝게 진입한 상태다. 

문제는 가격이다. 비트락비는 하루 2회 매일 복용해야 하는 약이다. 해외가격 기준, 경구용 비트락비의 가격은 한달 3만 2800달러(3700만원), 연간 40만 달러(4억 5000만원)로 알려져있다. 

바이엘코리아 의학부 배주희 MA는 "현재 건강보험 급여를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보건당국과 긴밀히 협의해, 환자의 의약품 접근권 향상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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