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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이상반응을 한의사가 진단한다?

코로나19 백신 이상반응을 한의사가 진단한다?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1.07.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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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보고서' 성명란에 한의사 포함 논란
접종 후 이상반응 상당한 전문지식 요구...위험 사례 발생 우려
염호기 의협 코로나19 대책 전문위원장 "건의했지만 반영 안돼"

국가에서 제공하는 '백신 이상반응 보고서'에 한의사 성명란이 포함돼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A의사는 최근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이상증세로 내원한 환자를 진료했다. 그런데, 정부 지침에 따라 이상반응 보고서를 작성하던 중 이상한 부분을 발견했다.

신고서 말미에 '진단(한)의사 성명란'이 있었던 것. 마침 환자는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이 생기자 한의원을 먼저 방문했던 차였다.

A의사는 "고령 환자분으로, 고혈압·고지혈증 등 기저질환을 앓고 있었다. 평소 한의원을 선호하셨기에 그쪽(한의원)을 찾으셨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60대 환자는 6월 10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차 접종을 마친 뒤 6월 19일 오른쪽 무릎에 멍이 들기 시작했다. 이후 6월 20일 한의원을 방문했다.

A의사는 "환자분 말에 따르면, 해당 한의원에서 '백신때문이 아니라 피가 잘 안 돌아서 그런다'는 말을 했다고 들었다"면서 "처방 받은 한약을 복용했지만, 차도가 없어 방문하게 됐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이 환자는 한약을 먹고도 멍이 점점 퍼지자, 7월 5일 결국 해당 의료기관을 찾게 됐다.

A의사는 "백신 접종 후, 진단이 시급한 상황이 있을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 백신접종의 경우, 국가에서 전력을 기울이는 분야"라면서 "이상반응에 대한 진단을 전문분야를 다루지 않는 한의사에게 열어두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코로나19 백신접종이 시작되면서 부작용이나 이상반응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는 높다.

이 때문에 정부는 백신 이상반응에 대한 보상을 확대하고, 의료기관에는 이상반응 신고를 철저히 해달라고 거듭 당부하고 있다. 이상반응 이슈는 백신접종률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

그런데 철저히 관리돼야 할 이상반응 신고서를 한의사가 작성할 수 있도록 한 양식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발생신고(보고)서 양식 (출처=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별지 제2호서식) ⓒ의협신문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발생신고(보고)서 양식 (출처=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별지 제2호서식) ⓒ의협신문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는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발생신고(보고)서' 양식이 게재돼 있다.

양식에는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이 있는 사람의 인적사항과 예방접종을 진행한 의료기관 및 제품에 대한 정보를 적게 돼 있다. 이외 이상반응 종류, 진행 상황 등 관련 경과에 대한 부분도 종류에 따라 상세히 구분돼 있다.

문제가 된 부분은 가장 하단에 서명·날인 부분이다. 여기에는 요양기관 지정번호와 함께 진단(한)의사의 성명과 면허번호를 적시하게 돼 있다.

조승국 전 대한의사협회 공보이사(내과전문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예방접종에 대한 이상반응은 상당한 전문적 식견을 필요로 한다"며 "안이한 대처로 인해 늦어지게 되면 위험한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상반응 관련 사항 목록을 보면 림프선염, 아나필락시스, 전신파종성 비씨지감염증, 혈소판 감소 자반증 등 의학적 전문성이 필요한 판단 기준들이 나열돼 있다.

조승국 전 이사는 "A의사 사례는 멍으로 끝나면 다행이지만 심부출혈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으로 판단된다"며 "이런 사례들이 모여 진단이 늦어지는 일이 많아지면 결국 피해는 환자들에게 돌아간다.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그런데 백신 접종 이상반응 보고서에 한의사 성명이 포함된 문제는 의료계에서 백신접종 초기 정부에 이미 건의했던 사안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해당 문제를 인식했지만 개선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염호기 의협 코로나19 대책 전문위원장은 "해당 사안은 이미 백신접종 초기에 건의했던 사안"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의사가 다루지 않는 영역이 포함된 서류에 서명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크다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정부 측은 한의사도 의료인에 포함돼 있는 부분, 서류가 하나로 통일된 부분을 언급하더라"고 전했다.

염호기 위원장은 "한의사는 한의사가 할 수 있는 분야를 적용해 '한의사용' 보고서 양식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국가 문서가 의사와 한의사를 따로 만들지 않는 것이 보통이라며 어쩔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인 입장에서 볼 때 국가 문서이기 때문에 더욱 더 이 부분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할 수 없는 부분과 할 수 있는 부분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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