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3-28 17:57 (목)
인터뷰 "연간 신규 환자 불과 60명, 그럼에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인터뷰 "연간 신규 환자 불과 60명, 그럼에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21.07.09 06:00
  • 댓글 1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희귀질환 '아밀로이드증' 환자 지키는 삼성서울병원 '어벤져스'
낮은 인지도 등 숙제..."국가지정센터 건립 통한 체계적 지원 염원"
ⓒ의협신문
삼성서울병원 아밀로이드증센터 의료진. 사진 뒷줄 가운데가 전은석 센터장, 사진 앞줄 왼쪽이 김다래 교수다.

2009년 다학제진료팀으로 시작해 10년 여만에 정식 센터로 성장했다. 삼성서울병원 아밀로이드증센터와 그 안에서 움직이는 20여명의 의료진과 스텝들에 관한 얘기다.

지난 10년간 이들이 만난 아밀로이드증 환자 수는 대략 580명. 과거 2∼3명에 그쳤던 연간 신규등록 환자 수가 최근에는 60명까지 늘었다. 의료진들이 적극적으로 질환을 알리고, 환자를 찾아낸 결과다.

그럼에도 아직 갈 길은 멀다. 질환에 대한 인지도가 여전히 낮은데다, 이들 환자를 관리하는 국가지정 치료센터도 존재하지 않는 탓이다.

아밀로이드증 환자가 첫 증상 발현 후 확진을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통상 23개월. 환자는 평균 5명 정도의 의사를 거친 후에야 명확한 진단을 받을 수 있었다. 

환자 관리와 지원에도 한계가 존재한다. 국가 단위의 관리시스템이 미흡하다보니, 삼성서울병원 아밀로이드증센터와 같은 민간에서 그 공백을 메우고 있다.

현재 센터에서 일하는 의료진들은 일반 진료와 센터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환자 수도 많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바쁜 시간을 쪼개어 아밀로이드증 환자 진료에 열을 쏟는 이유는 뭘까.

"심장질환을 보고 있는데 환자 중에 통상의 개념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분들이 적잖이 계셨어요. 이 분들이 무엇 때문에 고통받고 계신지 알고 싶었고, 알려드리고 싶었고, 치료하고 싶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가진 의료진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팀이 되었죠."

삼성서울병원 아밀로이드증센터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다래 교수(순환기내과)가 내놓은 우문현답이다. 

ⓒ의협신문
김다래 삼성서울병원 아밀로이드증센터 교수(순환기내과)

Q. 아밀로이드증, 생소한 질환이다.
=아밀로이드증은 국가 지정 희귀질환 중 하나로, 아밀로이드라고 하는 일종의 섬유질이 전신 장기에 침착되는 병이다. 아밀로이드가 어떤 장기에 침착되느냐, 또 유전 여부에 따라 유전성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 다발신경병증(ATTR-PN), 정상형(wide-type) 또는 유전성(hereditary)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 심근병증(ATTR-CM) 등으로 나뉜다. 

임상적으로는 비특이적인 증상이 여러 조합으로 다양한 장기에 나타난다는 점이 이 질환의 특징이다. 이를테면 아밀로이드 심근병증의 경우 동반질환인 고혈압이나 부정맥이 없는데도 심장이 두꺼워져 있고, 심장이 두꺼워져 있는데도 심전도 변이는 얕게 나오는 등 일반적인 상황과 맞지 않는 결과들이 나온다. 신경병증으로 말초의 문제와 함께 비특이적으로 설사와 변비가 자주 반복되는 경우도 있다. 통상의 인과가 맞지 않는 결과들이 나올때 질환을 의심, 추가 검사 등을 고려할 수 있다. 

Q. 국내 유병률은 얼마나 되나
=정확한 유병률은 알려지지 않았다. 삼성서울병원만 예로 보자면 2009년 다학제진료 시행 이전에는 2∼4명 정도였던 환자 수가 최근에는 연간 60명 정도로 늘었다. 환자가 늘었다기보다는 병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환자 수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해외의 사례와 비교하자면 국내 환자 수는 매우 적은 수준이다. 질환에 대한 인지도가 높지 않다보니, 여전히 숨은 환자가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Q. 연간 환자 수가 100명에도 못 미치는 희귀질환인데, 전담센터를 개설한 이유가 궁금하다.
=조기진단과 치료 효율성을 위한 것이었다. 의료진이 잘 몰라서 환자가 빨리 진단을 받지 못하고 제 때에 치료를 받지 못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컸다. 워낙 희귀질환이라 의사가 해당 질환을 알지 못하면 의심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다장기질환인 탓에 여러 진료과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한 질환이었다. 과거에 비해 여러 치료제들이 개발돼 의료진이 보다 적극적으로 환자 치료에 나설 수 있게 됐다는 점도 변화다. 의료진이 적극적으로 환자를 발굴해 치료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전은석 센터장을 필두로 해 2009년 다학제 진료팀이 꾸려졌고, 이후 꾸준한 활동을 바탕으로 센터로 발전하게 됐다. 

Q. 어떤 인력들이 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나.
=현재 병리과·신경과·진단검사의학과·혈액종양학과·심장내과·신장내과·핵의학과·안과 등 8개 진료과 20명 정도의 의료진과 스텝들이 함께 활동하고 있다. 한 달에 한번 정도 정례회의를 하고, 환자 진료 등 필요시에 수시로 모인다. 초창기 다학제진료팀부터 시작했던 멤버들이 지속적으로 함께 하고 있다.

Q. 다학제진료팀으로 활동하던 때와 센터 개설 이후 차이점이 있다면.
=전문적인 센터가 있다는 것은 환자들의 입장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를 중심으로 환자들이 모일 수 있고, 환자가 모이면 체계적인 관리와 지원이 가능해진다. 특히 유전형 아밀로이드 질환의 경우 환자 1명이 발견되면 해당 가계도의 50% 정도가 같은 진단을 받는다. 거점기관이 마련되고, 이를 통해 환자를 발굴하고 관리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다.

Q. 조기진단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진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진단 시기에 따라 환자 예후가 크게 달라진다. 장기손상이 일어나기 전에 발견해 치료를 시작하면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 이전에 비해 치료제가 많아졌다는 점도 조기진단의 중요성을 더욱 높게 한다. 아밀로이드 심근병증에 사용하는 타파미디스(제품명 빈다맥스)의 경우 위약군과 비교해 심부전 입원율을 33%,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을 30%까지 낮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다만 약값이 고가인데다 평생 먹어야 하는 약이라 환자 비용부담 등이 숙제다.

Q. 아밀로이드증 환자 지원을 위해 필요한 사회적 과제가 있다면.
=치료제 급여화 등 경제적 부담 완화를 위한 지원과 함께, 아밀로이드증 환자를 위한 국가지정 지원센터의 설립 등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국가지정 센터는 존재만으로도 환자들에게 든든한 심리적 지원군이 된다. 국가차원에서 환자의 등록과 관리가 가능해지고, 이들 환자에 대한 지원시스템을 체계화할 수 있다는 점도 기대된다. 의료진 뿐 아니라 환자 지원을 위한 행정직 등 전문인력을 운영할 수 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워낙에 희귀질환이다보니 민간차원에서는 이들 환자만을 전담할 의료진 또는 팀을 별도로 운영하기 어렵다. 국가가 해줘야 할 몫이다. 의료진과 환자 모두가 염원하는 바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