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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불법 의료광고 모니터링으로 막을 수 없습니다"
인터뷰 "불법 의료광고 모니터링으로 막을 수 없습니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1.07.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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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 사전심의 위축시키는 의료법 개정안 반대
모니터링 강제화·행정권 개입·처벌 조항 등 불합리
사전심의대상 전면 확대…적절한 행정조치 뒤따라야
인터뷰 - 김록권 대한의사협회 의료광고심의위원장
ⓒ의협신문 김선경기자
김록권 대한의사협회 의료광고심의위원장. ⓒ의협신문 김선경기자

대한의사협회 의료광고심의위원회는 불법·과장 의료광고와의 싸움에서 매주 격전을 치른다. 심의 건수도 한 주 평균 800∼1000건에 이른다. 

국민 건강과 회원 보호라는 두 명제는 존재 이유다. 의료의 가치가 오인되거나 훼손되지 않게 지키며, 의료광고시장의 혼란을 막고 정도로 이끄는 마지막 보루다.

그러나 최근 의료광고 자율심의 활동을 위축시키는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개정안은 심의대상 확대라는 긍정적인 접근도 있지만, 심의건수 20% 모니터링 강제화, 보건복지부 관리·감독, 최대 영업정지 1년 또는 과징금 1억원의 처벌 조항 신설 등 독소조항도 품고 있다. 

모니터링 강제화를 위한 별도의 전담기구 설치 혼란을 부추길 수 있으며, 행정기관의 자율심의 개입은 지난 2015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을 상기시킨다. 비영리 자율심의기구에 대해 '영업정지'라는 표현도 적절치 않고, 과도한 처벌기한과 과징금 규정도 이해할 수 없다.

갈수록 확대되는 의료광고시장에서 자율심의기구 활동을 위축시켜 무엇을 얻을 수 있나. 결국 피해는 무분별한 의료광고에 노출되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김록권 대한의사협회 의료광고심의위원장은 답답함을 토로했다. 

"불법·과장 의료광고는 모니터링 전담기구로 막을 수 없습니다. 의료광고 사전심의 대상을 전면 확대해야 합니다."

- 개정안은 사전심의 대상 확대, 모니터링 전담기구 설치·운영, 자율심의기구 관리·감독, 자율심의기구 행정처벌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점은 무엇인가.

불법 의료광고가 성행하는 것은 사전심의를 안 받는 사각지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루 평균 방문자 10만명 이상의 온라인 매체만 사전심의 대상에 포함되다보니 고기잡는 그물망이 너무 느슨하다. 왠만한 고기는 모두 빠져 나간다. 사전심의 대상 확대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심의건수 20% 모니터링 강제화, 모니터링 전담기구 설치, 영업정지·과징금 처벌조항 신설 등은 이해할 수 없다.

- 지난 2015년 헌법재판소는 행정권이 개입한 의료광고 사전심의제도는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개정안에는 또다시 보건복지부의 관리·감독 및 자료 제출 조항이 삽입돼 있다.

자율심의기구는 국가 행정권에 대해 자유로워야 한다. 법안을 발의한 의원실이나 보건복지부도 이에 대해 알고 있을 텐데 납득이 안간다. 개정안은 자율심의기구의 업무에 대해 지나치게 개입할 소지가 있으므로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또다시 위헌소송에서 자유로울수 없다고 생각한다. '을'입장인 우리로서는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하고 사안별로 대응과 방어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의협신문 김선경기자
ⓒ의협신문 김선경기자

- 심의건수 대비 20%이상의 모니터링을 규정하고, 처벌조항도 신설했다.  

모니터링 취지는 불법의료광고에 대한 계도·자정에 있다. 또 의료광고 사전심의는 무엇보다도 국민 건강을 우선해야 한다. 사각지대에 있는 광고 매체를 제도권안에 포함시켜, 올바른 의료광고 문화 조성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개정안 단순히 모니터링 건수만을 규정해 단속과 처벌만 강화했다. 현실적인 여건을 감안치 않은 규정이다.

- 모니터링 전담기구를 설치하면 불법 의료광고를 줄일 수 있나.

모니터링을 누가 얼마나 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합리적인 사전심의 대상 확대가 먼저다. 심의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불법이 많을 수밖에 없다. 모든 의료광고를 심의대상에 포함시키면 불법 광고를 막을 수 있다. 처벌조항 역시 모니터링전담기구를 대상으로 하는 규정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개정안에 그런 규정은 없다. 개정안이 통과된 후 자율심의기구에 적용하면 꼼짝없이 당하게 된다. 차제에 정부기관의 미흡한 행정조치도 개선해야 한다. 불법에 대해 적절한 의율조치가 뒤따르면 불법 의료광고는 없어진다. 의료광고심의위원회에서는 2차례 시정 조치에 대한 계도 후에도 개선이 없는 광고물은 관할 행정기관에 행정의뢰를 요구한다. 그런데 행정기관의 후속조치는 미비한 상황이다.  

- 개정안이 제시한 모니터링 전담기구는 제3의 기관에 의한 외부 설치를 염두에 둔 듯 하다. 어떤 영향이 있을까.

제3의 기관에 의한 모니터링 전담기구 설치에 국가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모니터링 전담기구가 무슨 기준으로 불법을 가늠할 지 의문이다. 게다가 혼란도 불보듯하다. 사전심의 기준과 모니터링 기준이 달랐을 때 의료광고시장은 혼돈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모니터링 기구가 자리잡으면 사전심의까지 넘볼 것이다. 그동안 대한의사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한의사협회 등이 각 영역에서 전문성을 갖고 유지해온 모든 심의기준이 흔들리게 된다. 누가 책임질 것인가. 3개 단체는 각 단체 내부에 모니터링 전단기구 설치를 고려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기자
ⓒ의협신문 김선경기자

- 의협 등 3개 단체는 공동 대응에 나서고 있다. 향후 계획은.

3개 단체 의료광고심의위원장은 6월말 관련 국회 의원실을 방문해 의료계의 중론을 전달했다. 추후 3개 단체는 공동으로 대안을 마련하는 등 긴밀하게 대응해 나갈 예정이다.

- 지금 의료광고심의위원회에 가장 절실한 것은 무엇인가. 

결국 전문 인력확보다. 현재 의협의 광고심의 건수는 치과의사협회·한의사협회에 비해 월등한 데 직원 숫자는 차이가 나지 않는다. 게다가 민원을 응대하는 것은 대단히 힘든 정신노동이다. 인력 충원이 절실하다. 적정한 인력이 추가되면 모니터링도 가능하다. 인터넷 광고가 대부분이어서 과거처럼 굳이 현장을 직접 찾지 않아도 된다. 의협 차원의 긍정적인 검토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 의료광고심의제도의 개선점이 있다면. 

아직도 존재하는 불법 의료광고가 가장 큰 문제다. 광고 시장은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수용과 변화의 자세가 필요하다. 다만, 광고주가 국민에게 전달하는 일방적인 메시지인 의료광고에 '과장·오인·현혹' 등 의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불법적인 요소를 배제하기 위해 중립적인 입장에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 지난 2009년 이후 일곱 차례 의료광고심의위원회 수장을 맡아 의료광고 심의 초석을 다지고, 발전을 이끌고 있다.  

심의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기준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다. 크게는 국민 건강권 보호에 있고, 또 의사 회원 보호에 대한 의미도 있다. 회원들은 심의기준을 낮춰주길 원한다. "이런 것까지 막으면 어떻게 하냐"는 원성도 많이 듣는다. 그래도 처음보다는 심의기준이 많이 완화됐다. 급격히 접근할 수는 없다.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한다. 회원들의 이해를 구한다. 시대와 환경의 변화를 감안하면서 적절하게 바꿔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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