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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해야 할 출생신고 업무, 의료기관에 떠넘기나

나라가 해야 할 출생신고 업무, 의료기관에 떠넘기나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1.06.2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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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입법 예고
대개협 "진료보다 출생신고 업무 전념할 판…탁상행정" 비판

대한개원의협의회가 의료기관이 출생신고를 의무화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해 "나라가 할 일을 의료기관에 떠넘기는 것"이라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법무부는 지난 6월 21일 분만 의료기관에서 국가기관에 출생사실을 통보하고, 국가기관은 통보된 출생정보와 실제 출생신고 내역을 대조해 누락 아동에 대한 출생신고를 신속히 이뤄지도록 하겠다며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가족등록법)을 입법예고했다.

앞서 정부는 2019년 '포용 국가 아동정책'을 통해 부모에만 의존하고 있는 출생신고시스템을 개선해 모든 출생 아동을 등록하고 보호받을 권리를 보장한다면서 병의원에 출생신고 의무를 부여하는 '출생 통보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의료기관에 출생신고 업무를 규정한 가족등록법 개정안에 대해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를 비롯한 의료계는 사실 확인이 어렵고, 개인정보 보호 등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의료계가 지적한 문제점에 대한 개선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으며, 사전 의견 수렴 절차도 없이 법률안을 입법예고, 했다.

대개협은 29일 정부의 가족등록법 개정안 입법예고에 대해 "의료기관은 의료인들이 환자 진료를 담당하는 곳이지 나라의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행정기관도, 공무원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민간 의료기관이 행정업무를 대신하는 것은 공무원법에 반하며 위헌적 요소도 다분하다고 짚었다.

대개협은 특히 "출생신고를 위해서는 많은 개인정보를 다루어야 하는데 이를 다룰 명분도 자격도 없다"면서 "출생 당시 의료인이 이런 정보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도 없고, 다분히 개인정보 보호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계는 불법 체류자·무국적자·외국인·싱글 맘 등이 아이를 출생한 경우, 의사는 산모가 알려준 정보만을 다루게 될 것이고, 이것이 사실인지 확인할 방법도 없으므로 정확한 신고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대개협은 "정부도 이미 알고 있듯이 산부인과 병의원들은 모든 출생 사실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한 달에 한번씩 청구과정을 통해 보고하고 있다"면서 "심사평가원이 자료를 갖고 있음에도 다시 중복된 자료를 요구하며 무책임하게 나라가 할 일을 민간에 떠넘기며 손쉽게 처리하고자 법을 개정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가족등록법 개정안에는 출생 7일 이내에 의료기관이 심평원에, 14일 이내에 시·읍·면장에게까지 보고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대개협은 "병의원이 환자 진료를 뒤로하고, 출생신고에 몰두해 출산 7일, 14일을 세도록 만드는 것은 대표적인 탁상행정"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생명이 위험한 응급 상황도 아니고 의료인들이 본연의 소임을 뒤로하고 법안이 요구하는 출생 7일, 14일 보고 기한 제한에 급급하게 하도록 한 이유에 대한 합당한 설명을 해야 한다"고 따졌다.

산부인과는 물론  대부분의 병의원들이 경영 악화로 생존의 기로에 서 있는 이때, 단지 손쉬운 행정을 이유로 불필요한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결국 열악한 병의원 환경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걱정했다.

대개협은 "각 의료기관에서 출생신고를 전담할 인력의 확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출생신고 대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 및 착오에 대한 책임은 물론 이로 인한 환자진료의 방해 및 차질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일으키는 문제는 의료기관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다"면서 "불필요한 중복적 행정업무만을 부담시키는 행정편의적이고, 비현실적인 법률을 만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도 없고 동의할 수도 없다"고 비판했다.

대개협은 "정부는 더 이상 행정편의 위주의 편법적인 법안이나 중복행정 일변도에서 벗어나 행정 간소화를 통해 보다 능률적이고 능동적인 업무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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