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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수술실 CCTV 설치법 '연기'는 했지만...개운치 않은 '뒷맛'
집중취재 수술실 CCTV 설치법 '연기'는 했지만...개운치 않은 '뒷맛'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21.06.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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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겉으론 '분노' 속으론...보건복지부 입장 변화 '주목'
7월 재심사 시 '수술실 내 CCTV 설치' 집중 논의 가능성 높아
23일 보건복지부는 보건복지위 1법안소위 개정안 심사 과정에서 기존 '수술실 입구 설치 의무화, 내부 설치 자율' 입장을 바꿔 '수술실 내부 설치 의무화'를 전제로 우려되는 부작용에 대한 다양한 대안을 제시했다.[그래픽=윤세호기자] ⓒ의협신문
23일 보건복지부는 보건복지위 1법안소위 개정안 심사 과정에서 기존 '수술실 입구 설치 의무화'와 '내부 설치 자율' 입장을 바꿔 '수술실 내부 설치 의무화'를 전제로 다양한 대안을 제시했다. [그래픽=윤세호기자] ⓒ의협신문

보건복지위원회 제1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담은 의료법 일부 개정 법률안 심사를 유보했다. 하지만 개정안이 유보됐다고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6월 국회에서 개정안 통과가 무산됐지만, 7월 또는 8월 국회에서 재심사할 경우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를 전제로 의료계가 지금까지 제기한 부작용에 대한 보완책을 논의하는 방향으로 법안을 심사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런 전망이 나오고 있는 배경에는 보건복지부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6월 23일 열린 보건복지위 1법안소위 개정안 심사 과정에서 기존 '수술실 입구 설치 의무화, 내부 설치 자율' 입장을 바꿔 '수술실 내부 설치 의무화'를 전제로 우려되는 부작용에 대한 다양한 대안을 제시했다.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대안은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전제로 ▲폐쇄회로(CCTV외 네트워크 카메라 설치 불가) ▲환자 동의 시 무조건 촬영, 단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의료인 촬영·녹화 거부 인정 ▲녹음 불가 ▲녹화 보관책임규정 마련 ▲열람 가능 조건(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수사기관·법원 요청 시 및 의사·환자 간 쌍방합의 시 등) 제한 ▲소요 비용 청구 근거 마련 ▲벌칙 조항 마련 등이다.

이런 보건복지부 대안의 의미는 홍형선 보건복지위 수석전문위원의 검토안 설명에서 살펴볼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일단 '수술실 입구 설치 의무화, 내부 설치 자율' 입장을 '수술실 내부 설치 의무화'로 바꿨다. 이는 여야 의원들이 합심해 법률 개정을 추진해도 보건복지부의 동의 없이는 사실상 법 개정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간 의료계의 반대 등으로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에 유보적이던 보건복지부가 의료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입장을 바꿨기 때문에 법 개정에 신중론을 펼치던 야당도 우군을 잃은 셈이 됐다.

수술실 내 폐쇄회로(CCTV) 설치는 의무화하되 네트워크 카메라 설치는 불허한 것은 의료계의 반대를 최소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일단 수술실 내 CCTV 설치 만으로도 법 개정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에, 무리하게 네트워크 카메라 설치 의무화까지 제안해 의료계 반발의 명분을 줄 필요가 없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환자 동의 시 무조건 촬영, 단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의료인 촬영·녹화 거부 인정은 기본적으로 환자 동의에 의해서 CCTV 촬영(녹화)를 의무화하고, 의료인에게도 '정당한 사유'가 있을 시 촬영(녹화)를 거부할 수 있다는 퇴로를 열어 줌으로써 반발을 줄이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그러나 '정당한 사유'의 내용이나 범위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사실상 무조건적 강제 조항으로 작용할 소지가 다분하다.

CCTV 촬영과 별개로 수술실 내부 녹음 불가 역시 의료계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CCTV 촬영만으로도 입법 목적과 환자단체 등의 요구를 상당 부분 충족할 수 있으므로 녹음 의무화까지 꺼낼 경우 의료계에 반대의 명분을 줄 수 있고, 실제적으로 의료인의 원활한 수술과 치료에 저해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녹화 보관책임규정 마련과 열람 가능 조건(한국의료분쟁조정원·수사기관·법원 요청 시 및 의사·환자 간 쌍방합의 시 등) 제한 등은 그간 의료계의 수술실 내 CCTV 설치 부작용 우려를 반감 또는 무마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의료계는 지속해서 의료기관 종사자나 해킹 등을 통한 환자의 민감한 개인정보 유출 위험성과 환자(보호자)의 무분별한 CCTV 녹화분 열람 요구로 인한 행정 부담 증가와 소송 등을 우려했다.

소요 비용 청구 근거 마련 역시 의료계의 수술실 내 CCTV 설치·운용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 부담 주장을 고려한 대안으로 분석된다. 그간 의료계는 CCTV 설치 의무화 반대 논리로 설치 비용을 국가에서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 왔다. 하지만 기획재정부가 예산 배정에 부정적인 태도로 일관해 보건복지부는 난처한 입장에 놓였다. 확답할 수 없는 설치 비용 지원 외에 적어도 녹화·관리·열람·복사 등에 따른 비용을 정부가 부담하겠다는 것으로 선제적인 대응책을 마련한 것으로 판단된다.

벌칙 조항 마련 역시 의료계의 환자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 위한 장치로 분석된다. 구체적인 방식은 보건복지위 수석전문위원이 제시한 '촬영·녹화 영상을 목적 외에 사용하거나 개인정보 탐지·누출·훼손한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 하는 것이 유력해 보인다.

야당, 보건복지부 대안 듣고 '반대 기류' 눈에 띄게 약화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보건복지위원회 간사). ⓒ의협신문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보건복지위원회 간사). ⓒ의협신문

보건복지부의 대안을 들은 국민의힘은 의료법 개정 목적에 공감을 표함과 동시에 개정안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다만 예상되는 부작용 때문에 신중론을 펴 왔는데 보건복지부가 대안을 제시한 만큼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법안 소위 직후 브리핑에서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보건복지위원회 간사)는 "절대 야당이 (의료법 개정을) 반대하지 않는다"라며 "빠른 시간 내에 여야 간사 간 합의를 해서 정부 측의 제안 내용을 보완하고, 의료계나 환자단체와 물밑 접촉을 통해 합의안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수술실 내부든 외부든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왔다"며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강 의원은 "대리수술이나 성범죄 등 불법 의료행위를 근절하자는 데는 여야가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간 개정안 심사를 통해) 나름대로 의견을 많이 좁혔고, 빠른 시일 내에 결론을 내자는 공감대가 있다. 법 개정의 실효성에 대한 이견도 있고 의료 전문과별 요구도에 차이도 있지만, 국민 요구사항이 있다면 설치하는 쪽으로 논의하자는 의견이 모이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여당 "모든 의료기관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 변함 없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보건복지위원회). ⓒ의협신문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보건복지위원회 간사). ⓒ의협신문

여당은 이날 해당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못한 것에 아쉬움과 분노를 표했지만, 개정안 통과 불발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그간 법 개정에 유보적이던 보건복지부의 입장 변화에 오히려 고무된 듯한 모습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보건복지위원회 간사)은 법안소위 직후 브리핑에서 기존 여당의 법 개정 추진 입장에 변함이 없음을 강조하면서 "조만간 보건복지위에서 의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 의원은 먼저 "오늘 (법안소위에서) 여야 간 상당한 의견 접근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 처리하자고 강력히 요청했지만, 야당이 좀더 신중하게 논의하자고 해서 (처리가 무산됐다)"라며 개정안 보류 결정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나 "야당이 법 개정에 반대하지는 않는다면서도 6월 국회서 처리하자는 요구에는 답을 피했다. 빠른 시일 내에 다시 논의하자고만 했다. 여당이 제시한 합리적 수정대안에 반대할 명분이 없고, 국민 여론을 의식한 행동으로 판단된다"면서 "(이번 법안소위 개정안 유보 결정은) 야당에게 약간의 시간을 준 정도로 생각한다. 빨리 다시 법안소위를 열어 개정안을 처리하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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