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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9 15:21 (금)
수술실 CCTV…여론≠공론
수술실 CCTV…여론≠공론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1.06.23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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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재 의협신문 기자 ⓒ의협신문
이영재 의협신문 기자 ⓒ의협신문

우리말은 쉽지 않다. 비슷한 말도 많고 같은 말도 쓰임새를 달리하며, 때에 따라서는 전혀 다른 의미도 숨어 있다. 게다가 한자어라면 더욱 말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여론과 공론은 같은 말일까. 

여론의 사전적 의미는 '사회적인 쟁점이나 문제에 대한 대다수의 의견'이다. 

공론 역시 뜻이 갈리지 않는다. 영어로도 public opinion을 같이 쓴다. 다만 공론에는 '공정하게 의논함'이라는 뜻도 있다.

시대의 화두가 된 '공정'에서 다시 생각한다. 

'공정하게 의논'하는 공론(公論)이다. 

대다수 수적 우위를 이야기하는 여론(與論)이 아니라 공정( 公正)과 공공(公共)에 대한 이야기다. 

어떤 쟁점에 대해 100명 가운데 99명이 한쪽에, 1명이 다른 쪽일 경우가 있으며, 여론의 관점에서 수적 열위는 그대로 무시된다. 

그런데 공정과 공공의 관점이라면 단순히 숫자로 옳고 그름을 판가름할 수 있을까. 

공론은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줄이기 위한 최후의 장치가 돼야 한다. 

집단지성을 인정하는 이유는 '집단'보다는 '지성'에 있다.

수술실 CCTV. 

의료인이 아닌 이들에겐 말 붙이기조차 살천스럽다. 

'국민 80%가 찬성한다'는 여론이 창(矛)이다. 

자연인으로서의 인권도, 생명 외경에 대한 무수한 가치도, 불 보듯 드러나는 수많은 우려도 한 번에 베어낸다.

그 창은 몇 건의 자극적인 의료사고, 몇 명의 비윤리적 의사들을 방패(盾) 삼는다. 

그야말로 모순(矛盾)이다.

수많은 이들이 생명을 지킬 수 있었던 수술실은 범죄 예비의 현장이 된다. 의사로서 고된 배움의 과정에 배인 땀과 열정과 눈물은 수술실에서 스러진다. 그저 감시당하는 예비 범죄자들의 몸짓일 뿐….

'일단 설치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다시 뗀다'는 식의 접근은 훼손될 수 없는 절대 가치에 수많은 상처를 남긴다.

정제되지 않은 선전·선동은 지난한 사회적 갈등과 대립을 낳고 결국 우리 자신을 병들게 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선 절체절명의 순간, 카메라 앵글의 볼모가 돼야 하는지. 애써 지켜온 신뢰와 존경의 그루터기를 송두리째 뽑힌 채 영혼마저 저당 잡혀야 하는지.

물러날 수도, 타협할 수도 없는 문제다.

지구가 네모난 시절에 살았던 인류의 오류에 피타고라스는 홀로 둥근 가치로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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