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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대리 수술' 그릇된 욕망이 불러올 파국
불법 '대리 수술' 그릇된 욕망이 불러올 파국
  • 김효상 재활의학과 전문의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1.06.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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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대리 수술…의사·환자 모두 희생양"

최근 전국에서 불법 수술 의혹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번 의혹 말고도 그동안 성형외과 등에서도 환자들에게 사전 동의를 받지 않은 쉐도우 닥터들에 의한 대리 수술이 문제가 됐으며, 유수의 대학병원에서조차 집도의가 아닌 간호사나 일반인에 의한 수술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도대체 왜 이런 참담한 일들이 일선 의료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첫째,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에 의해서 고도의 전문지식과 술기가 필요한 인체에 침습적인 수술 행위가 불법으로 이뤄지는 가장 큰 원인은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클 것이다.

불법 대리 수술은 수술에 참여하는 의료인의 수가 비용과 관계없이 정부에 의해 정해진 낮은 수가 때문에 일부 부도덕한 의료진이 수술 숫자를 늘려 매출을 올리기 위해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의 수술 참여를 지시하거나 환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다른 의료진을 수술에 참여시키는 기형적인 불법 행위라고 생각된다.

결국 정부가 의사들에게 강요한 박리다매식 저품질의 의료와 일부 경제적 이익에 눈이 먼 의사들의 참혹한 행위의 결과일 것이다.

둘째, 일부 수술과에서 자행하는 의료기구상의 수술 직접 참여는 금지해야 한다.

수술실에서 의사도 아닌 의료기구상이 환자의 환부를 소독하고 수술에 참여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은 일이 있다. 어떤 의료진은 새로운 기구를 처음 사용할 때 작동법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기구상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변한다. 이것 역시 수술 참여가 아닌 단순히 알려주는 것에 국한해야 한다.

의학이 발전하고 새로운 기구가 나오면 그것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의사들도 배워야 하고, 술기를 늘릴 기회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그것을 빌미로 기구 회사의 직원이 의사의 수술에 직접 참여하는 불법적인 행태를 용인할 수는 없다. 신기술을 배우기 위해 불법을 허용하고, 이제는 주객이 전도돼 침습적인 의료행위를 기구상에게 지시하는 것을 합리화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불법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기구 회사에서 합법적으로 의사 강사진을 고용해 술기를 교육하고, 환자의 동의하에 수술에 참여토록 하거나 카데바 워크숍·3D 모델·가상 현실 등을 활용한 대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셋째, 대한의사협회는 전국 수술 병원의 실태를 조사하고, 불법 의료행위 신고 데스크를 개설해야 하며, 제보자의 신원을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 또한 불법 의료행위에 대처하기 위해 정부 기관과 협력해야 한다.

또한 불법 의료행위를 시행한 의사에 대해서는 현재 의협이 취하고 있는 강경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동문이나 동료라고 감싸주다가는 국민의 분노에 같이 불타버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 속에 강경하고, 단호하게 대처해야 마땅하다.

또한 부도덕한 일부 의사 때문에 정부의 규제가 늘어나고 선량한 대부분의 의료진과 필수 수술까지 위축된다면 그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넷째, 보건의료인들의 업무 범위를 법으로 명확하게 규정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수술은 혼자서 할 수 없기 때문에 팀으로 진행해야 하며, 집도 의사 외에 간호사 등도 참여하고 있다. 의료법상 수술에 참여하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업무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지침을 만들어 합법의 틀을 정확하게 공고할 필요가 있다. 정상적으로 의료행위를 하는 동료들을 보호할 책임이 우리에게는 있다.

다섯째, 저수가 때문에 정상적으로 수술을 할 수가 없다면 편법과 불법으로 내모는 정부의 보건 의료정책에 강력히 항의하고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인간의 생명은 고귀하다. 헌법 정신을 들지 않더라도 국가가 필히 수호해야 할 가치다. 그리고 그 생명수호의 가치를 지키는 의사들의 의료행위가 적절한 인력과 강도로 이뤄질 수 있도록 국가에서 보장해야 이런 불법 행위를 근절할 수 있다.

당장 대형병원들부터 이런 식의 수가로는 살인적인 수술 스케줄을 감당할 수 없다고 준법 수술 투쟁을 시작해야 한다. 고위험 수술 수가를 늘리고 그 비용으로 수술전담 의사를 고용하는 정상적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러한 사실을 수술을 위해 병원을 찾는 환자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여섯째,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는 수술실 CCTV 설치의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수술실의 모습이 부도덕한 일부 의사의 불법 의료행위로 인해 국민에게 의심받고 증거 인멸의 현장으로 오인 받는 현실이 너무나 개탄스럽다.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일부 시민단체들과 인기영합주의 정치인들의 공세는 버겁기만 하다.

수술실 CCTV 설치를 우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선택할 수 있는 과감한 의료행위들이 법적 분쟁의 도구로 사용하려는 CCTV의 존재로 인해 위축될 여지가 높기 때문이다.

수술하면 그 자리에서 사망할 가능성이 높지만 생명을 위한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잡기 위해 시행하는 의료행위들이 나중에 환자나 보호자들에게 무리한 의료행위라는 표딱지가 붙어 소송이라는 결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떨쳐버릴 수 없다.

수술실 CCTV 설치는 소송의 위험성이 높은 수술은 기피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 필수의료과를 전공하려는 의료진 역시 줄어들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

왜 일부 부도덕한 영리를 추구하는 의료업자(동료라고 하고 싶지도 않다)로 인해 대다수 의료진들이 위축되고, 방어적인 진료로 내몰려야 하는지 슬프기 짝이 없다.

또한 수술실의 민감한 인체를 녹화한 영상은 유출 우려가 크다. 수술실 CCTV를 강제로 밀어붙일 경우에는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비용을 들여 설치하고 관리해야 한다. 병의원에 수정이나 삭제 권한을 주지 말아야 하며, 정부가 직접 관리하도록 법령을 정해야 한다. 해킹을 당하면 정부에게 책임을 묻어야 하며, 시민단체가 그렇게 원하는 소송의 증거로 쓰려고 할 경우에도 그들 간에 알아서 하면 어떨까 싶다.

마지막으로 너무나 당연하게도 불법적인 대리수술은 근절돼야 한다.

대한민국 의료 문제의 근본 원인이 저수가인 것도 맞고, 이를 개선하지 않는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고귀한 생명을 다루는 의사가 경영 개선 목적이나 저수가를 핑계로 불법 의료행위를 한다면 일반 국민과 같은 의료진의 입장에서도 용납하기는 어렵다.

의료현장에 있다 보면 수가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면서 불법·편법 행위를 용인하고, 정부를 탓 하면서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그렇게 불법 의료행위를 하지 않으면 의료기관이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라면 그냥 의업을 접는 게 나을 것이다.

일부 의료진은 경제적인 이득을 더 얻기 위해 불법 의료행위를 자행하고 있다. 경제적 욕구에 대한 갈망이 이 나라 의료계를 얼마나 파괴시키고, 의사와 국민의 관계를 궤멸시키고 있는지 스스로 생각해 봐야 한다.

그 결과 대부분의 의사를 옥죄는 의료 악법들과 수술실 CCTV 등 민감한 법안들을 막을 길이 사라지고 있다.  불법 의료행위의 부메랑은 의료진 전체를 옥죄는 사슬로 돌아오고 있다. 불법의료는 정상적으로 준법의료를 하는 대다수의 선량한 의료진을 욕보이는 행위이며, 정부의 또 다른 규제를 양산하고, 국민에게 도매금으로 적폐 취급을 당하는 원인이다.

의료계가 당당하게 정부의 잘못된 의료정책을 시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의료제도를 개혁해 나가려면 잘못된 관행과 썩은 살은 도려내 정상적인 의료를 향해 전진하는 수밖에 없다. 

우리는 지금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는지 기로에 서 있다. 어느 길을 가야 할지는 정해져 있다. 죽기를 각오하고 개혁하면 살 것이고, 현실을 도피하다가는 이대로 침몰하다가 죽을 것이 명확하다.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

■ 칼럼이나 기고 내용은 <의협신문>의 편집 방침과 같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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