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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혜영 대표 "리피토=비아트리스 아직 낯설다고요?"
인터뷰 이혜영 대표 "리피토=비아트리스 아직 낯설다고요?"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21.06.15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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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트리스 출범으로 의료진 다양한 치료 옵션 가지게 될 것"
이혜영 대표
이혜영 비아트리스코리아 대표

'리피토=비아트리스' 혹은 '비아그라=비아트리스' 공식이 아직 낯설다.

사족을 달자면 세계적인 블록버스터 '리피토'와 '비아그라'·'쎄레브렉스'는 더이상 화이자의 의약품이 아니다.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는 지난해 11월 자회사인 '화이자업존'과 글로벌 제약사 '마일란'을 합병하며 출범한 '비아트리스'에 특허만료 블록버스터를 양도했다.

의외로 화이자와 아무 상관없는 주변 지인 혹은 의사들이 리피토와 쎄레브렉스를 어디론가 떠나 보내는 것 같아 아쉽다라는 얘기를 종종 한다.

자기 약도 아닌데 서운하다니 이해 못 할  것 같다가도, 이해 못 할 바도 아니다.

때때로 함께했던 오래된 것들에 애정이 커지는 경험을 나이 들며 자주하게 된다.

우리 세대에는 감기로 열이 오른다 싶으면 무조건 '아000'을 삼켰다. 해열진통제랄 게 그 약뿐이 없던 터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한밤중 고열에 시달리면 어머니는 '아000'과 바나나 두서너 개를 사 왔다. 그 비싼 바나나를 한 손 단위로 사 먹게 되는 세상이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 하던 시절이었다.

'아000'을 보면 지금도 아픈 아들을 지켜보던 근심 어린 어머니의 표정과 고통스러웠던 그 날 밤, 그리고 고생 끝 보상으로 주어지던 바나나의 달콤함이 뒤죽박죽 섞여 추억이 돼 딸려온다.

아마 리피토가, 그리고 쎄레브렉스가 그분들에게는 각자의 추억을 소환하는 존재였나 보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분들의 '오지랖'도 이해가 된다.

화이자에서 중요한 커리어를 쌓은 이혜영 비아트리스 코리아 대표야말로 누구보다 리피토, 쎄레브렉스로 소환되는 남다른 기억이 있을 듯하다.

이혜영 대표는 25년간의 제약업계 커리어 중 특히 화이자에서 오랜 기간 일하며 두 아이를 키웠다.

그는 임상과 허가·마케팅·사업 개발 등의 부서를 거친 후 상해와 홍콩 등 13개 아태 지역에서 일했다. 싱가포르 화이자 대표이사를 역임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한국화이자업존 대표를 지냈다. 화이자업존과 마일란이 합병하며 지난해 11월에 비아트리스 코리아 초대 대표로 취임했다.

비아트리스 코리아는 '리피토'와 '비아그라' 등의 쟁쟁한 품목을 화이자로부터 넘겨받아 출범과 동시에 3800여억원 이상의 매출 규모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대략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 제약사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규모다.

화이자의 상징색은 파란색이다. 때때로 화이자의 파란색은 붉은색을 능가할 정도로 뜨겁고 열정적이다.

화이자의 푸른 기운이 '여전히' 느껴지는 이혜영 대표를 이달 초 만났다.

<일문일답>

다국적 제약사 비아트리스를 소개하자면?

비아트리스는 화이자에서 분리한 화이자업존과 마일란이 합병하며 지난해 11월 탄생했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전 세계적으로 약 20조 규모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추산된다. 비아트리스는 1400여 개의 물질(molecule)이 있다.

브랜드 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 일반의약품(OTC), 제네릭 의약품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HIV 치료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 성인의 40%, 소아의 60% HIV 환자는 비아트리스가 공급한 원료 물질/의약품으로 치료받고 있다.

비아트리스 출범이 의료진에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비아트리스 글로벌은 유럽과 미국에서 승인받은 1400여개의 물질을 바탕으로 기존 화이자가 공급하던 의약품 라인업을 뛰어넘어 더 다양한 영역에서 국내 환자가 요구하는 수요를 책임질 계획이다. 그로 인해 의료진은 더 다양한 치료 옵션을 경험할 것이다. '의약품 너머(Beyond the Pill)'라는 개념으로 질환 관리 전반에 도움을 주려고도 한다.

일례로 코로나19 팬데믹 초반 심혈관계 질환 등 기저질환자에 대한 코로나19의 위험이 얼마나 큰지, 질환 관리 가이드라인은 무엇인지에 대한 문의를 많이 받았다. 병원 방문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비아트리스는 다양한 비아트리스의 디지털 플랫폼, 특히 메디컬 커뮤니케이션 채널 '엠투엠링크 (M2MLink)' 등을 통해 최신지견을 의료진에게 전달했다.

이혜영 대표
이혜영 비아트리스코리아 대표

출범하며 리피토나 쎄레브렉스와 같은 화이자의 굵직굵직한 블록버스터를 양도받았지만, 아직 적잖은 의사들은 비아트리스를 모른다.

브랜드를 조급하게 만들기보다 내용있는 홍보를 통해 알맹이 있는 이미지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다만 비아트리스 직원이 자부심을 느끼고 자신이 속한 회사가 어떤지를 정확히 파악하도록 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비아트리스다운(Viatris Way) 문화를 직원과 함께 만드는(Co-creation) 것에 집중하고 싶다. 동시에 사회적인 기여도 확대할 것이다.

치료제 공급을 넘어 '의약품 이상(Beyond the Pill)'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이런 의미있는 활동들이 하나둘 알려지다 보면 좋은 사례가 축적돼 출범 10~20주년에는 의료계에 비아트리스의 이미지가 각인돼 있길 바란다.

한국에 연구개발 역량을 얼마나 투자하느냐도 제약기업의 사회적 기여일 수 있다고 본다. 비아트리스가 가진 품목은 특허만료된 품목들인데, 매출 대비 연구개발 비용 면에 있어서 축소되지 않겠냐는 우려가 있다.

글로벌 비아트리스는 전체 매출의 약 4%를 연구개발비로 쓰고 있다. 현재 매출 대비 얼마의 연구개발 투자가 이루어질 것이나 보다는 지속해서 발생하는 보건의료 이슈에 대응해 환자들에게 필요한 의약품을 빠르게 제공할 수 있는 접근성을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한국에 도입이 임박한 제품이 있는지?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 치료제 프리토마니드 출시를 준비할 예정이다. 결핵은 세계 10대 사망원인이지만 경제성이 낮아 새로운 치료법에 대한 개발이 더디다. 비아트리스는 TB얼라이언스라는 비영리단체와 협력해 프리토마니드를 상용화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결핵 발병률 1위, 사망률 2위, 다제내성 결핵 발병률 4위이다. 프리토마니드는 국내 환자에게 꼭 필요한 의약품이라고 생각한다. 이 외 항암과 면역 분야 등의 바이오시밀러, 호흡기 제제나 일반의약품도 도입할 필요가 있는지 논의 중이다.

한국 제네릭 시장에서 다국적 제약사가 제네릭으로 성공한 사례가 없다. 더욱이 정부는 특허만료된 약과 제네릭의 약값을 일관되게 인하하겠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비아트리스가 제네릭을 출시할 수도 있나?  

비아트리스가 보유한 1400여 개 보유 물질 중 60%는 제네릭이 아니다. 향후 3~5년은 리피토나 쎄레브렉스와 같은 양도받은 블록버스터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우선 3년 정도는 합병 과정을 마무리하고 조직 구조, 사업 계획 등을 정비해 회사를 안정 궤도에 올려놓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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