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신간]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1.06.15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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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돈반·캐런 주커 지음/강병철 옮김/꿈꿀자유 펴냄/4만원

폭력과 학대, 착취와 소외, 희생과 비극, 시행착오…. 

1943년 미국 존스홉킨스대학병원 소아정신과 의사였던 레오 카너가 처음 보고한 자폐증에 대한 인식은 80년동안 억압과 편견의 굴레 속에서도 조금씩 진보했다. 자폐의 역사에 배어든 잔인함과 무관심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이젠 '다름'이란 '열등함'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정신적 특성이라는 명징한 규범으로 이어지고 있다.  

돈 존반 미국 <ABC> '나이트라인' 앵커와 캐런 주커 <ABC> 저널리스트 겸 PD가 함께 쓴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가 출간됐다.

우리는 '어딘지 다른 사람'과 얼만큼 세상을 공유하고 있을까.

이 책에는 '어딘지 다른 사람'이 살아갈 자리를 만들기 위한 노력들이 옮겨진다.

'어딘지 다른 사람이 살아야 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편견에 맞서 생존권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 '어딘지 다른 사람이 배울 수 있는가'라는 편견에 맞서 교육권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 '어딘지 다른 사람은 열등한 존재가 아닌가'라는 편견에 맞서 신경다양성을 이해시키기 위한 노력 등이다.

그 노력들은 '다르다'는 것이 모자르거나 부족한 게 아니라는 데 이르게 했다.

자폐의 역사는 인간이 자기를 옭아맨 편견과 차별의 굴레를 벗어 던지고 스스로를 해방시킨 인간의 역사가 됐다.   

자폐증은 처음부터 수수께끼였다. 그렇기에 사회와 과학은 많은 실수를 저질렀다. 자폐인은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사회에 부담만 주는 쓸모없는 존재로 치부해 영원히 격리하거나, 심지어 2차대전 중 독일에서는 국가권력이 조직적으로 살해에 가담했다. '냉장고 엄마'(자폐증은 엄마가 자녀를 충분히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생긴다)라는 이론으로 엄마를 비난했고, 자폐인은 교육시킬 수 없다는 선입견에 사로잡혀 공립교육에서도 배제했다. 

수많은 사이비들이 이윤을 위해, 명성을 위해, 때로는 인도주의적 명분에 취해 자폐인과 가족을 이용하고 착취하고 소외시켰다. 

지금도 자폐증은 수수께끼다. 그러나 지난 80년간 사회는 자폐인의 살아갈 권리는 물론 교육권을 보장하고, 엄마를 탓하는 문화를 떨쳐냈다. 수많은 이론의 폭력성과 비과학성을 극복하고 자폐성향이 인간 정신에 내재된 특성이며, 인간은 모든 측면에서 '스펙트럼'으로 존재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리고 마침내 과거 같으면 괴짜나 얼간이 취급을 받았을 자폐인 스스로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고, 설명하고, 축복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변화는 저절로 이뤄지지 않았다. 수많은 이들이 각자의 몫만큼 역사의 수레바퀴를 굴렸다. 꿈쩍도 않던 수레바퀴가 마침내 진창을 빠져나와 구르기 시작했고, 점점 속도가 붙고 있다. 

과학자·의사·심리학자·언어학자·공학자·작가·변호사·영화제작자·언론인·교육자·기업가·정치인이 재능과 열정과 시간과 노력과 영향력을 아낌없이 바친 결과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힘을 발휘한 사람은, 자폐인을 끔찍한 수용기관에서 해방시키고, 교육받을 권리를 쟁취한 사람, 이 세상에 '어딘지 다른 사람'이 살아갈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모두를 설득한 사람은 자폐인과 가족, 그리고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인 이름 없는 보통 사람들이었다. 

이 책은 그들의 간절한 염원과 비범한 용기와 지극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이 책을 번역한 강병철은 서울의대를 졸업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다. 현재 캐나다 밴쿠버에 거주하며 번역가이자 출판인으로 살고 있다. 그동안 <툭하면 아픈 아이, 흔들리지 않고 키우기> <성소수자> <서민과 닥터 강이 똑똑한 처방전을 드립니다> 등을 썼고,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 <사랑하는 사람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을 때> <뉴로트라이브> <암 치료의 혁신, 면역항암제가 온다> <아무도 죽지 않는 세상> <코로나 시대에 아이 키우기>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070-8226-1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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