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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료기관 동의입원제' 환자기본권 침해? "치료 기회 부여"
'정신의료기관 동의입원제' 환자기본권 침해? "치료 기회 부여"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21.06.0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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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보건복지부에 전면 재검토 권고...의협 "환자, 위험에 빠뜨릴 수도..."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제42조 동의입원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의협신문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제42조 동의입원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의료계는 지적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강화하고, 가족의 동의 입원을 제한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는 지적장애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의협신문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정신의료기관 동의입원제도(비자의 입원 허용제도)'를 전면 재검토할 것을 권고한데 대해 정신질환자의 특성상 보완책 없는 제도 폐지는 오히려 환자의 치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국가인권위는 3일 "정신의료기관의 동의입원은 정신질환자의 신체의 자유 및 거주·이전의 자유 등 기본권 침해 소지가 높고, 입법 목적을 훼손하고 있다"며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는 "정신질환자는 자신의 위생이나 건강관리에 취약하고, 치료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기 어려워 입원치료를 직접 호소하는 것도 쉽지 않다"면서 "지적장애인이 입원치료 받을 수 있는 입원시설이나 보호 및 치료기관이 없는 상황에서 동의입원을 제한하라는 국가인권위의 결정은 치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동의입원은 '정신건강복지법' 제42조에 근거해 정신질환자가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 정신의료기관에 입원하는 유형이다. 입원은 본인의 의사에 의하지만 보호의무자 동의 없이 퇴원을 신청하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환자의 치료 및 보호의 필요성을 인정한 경우에 한정해 72시간 동안 퇴원이 거부되고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또는 행정입원으로 전환할 수 있다.

동의입원은 강제 입원절차를 자제하고 정신질환자 스스로의 선택을 존중해 인권을 한층 두텁게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옛 '정신보건법'이 '정신건강복지법'으로 전면 개정되면서 신설됐다.

인권위에 따르면 제도 시행 초기인 지난 2017년 12월 30일 기준으로 전체 입원유형에서 16.2%를 차지했고, 2018년 19.8%, 2019년 21.2%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인권위는 지난 3일 "정신질환자가 보호자의 동의 없이는 퇴원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점은  '당사자 의사 존중 '이라는 동의입원의 입법 목적과 모순되며, 동의입원 환자의 퇴원거부 기준인  '보호 및 치료의 필요성 '이 비자의 입원(보호의무자 및 행정 입원)의 퇴원거부 기준인  '자·타해 위험 '보다 더 광범위한 기준으로 당사자의 의사보다 보호의무자의 요구에 의해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하며 보건복지부에 동의입원제 전면 재검토할 것을 권고했다.

특히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건강복지법)' 제42조에 근거한 정신의료기관의 동의입원은 정신질환자의 신체의 자유 및 거주·이전의 자유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높으며, 실행하는 과정에서도 입법 목적이 훼손되고 있다는 것이 인권위 진정과 직권조사를 통해서도 확인되므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인권위 진정사건 및 직권조사에서 엄격한 계속입원절차를 회피할 목적으로 의사소통이 어렵거나 입원 유형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지적장애인이나 정신질환자들을  동의입원으로 조치한 것이 확인됐다"고 부연했다.

제도 시행 절차에 대해서도 "정신질환자가 가족과 동행해 입원절차를 진행하게 될 경우 입·퇴원 결정 권한이 가족에게 있고, 현행 자의·동의 입원신청서가 한 장의 양식에 자의·동의 여부를 선택 체크하도록 하고 있으며, 신청서 상에 두 개의 입원유형에 대한 안내문구 또는 입원절차에 대해 안내해 줄 수 있는 절차보조인 등이 없는 상황에서 정신의료기관에서 입원유형을 설명한다고 하더라도 자의·동의입원의 퇴원절차의 차이까지를 정확하고 상세하게 안내하리라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동의입원은 자의입원으로 분류되어 현행 국가 입·퇴원관리시스템에 등록대상이 되지 않고 있으며, 동의입원 환자 중 본인 의사에 의해 퇴원한 인원 수나, 퇴원이 거부돼 비자의 입원으로 전환되는 인원이 몇 명인지 정확한 통계를 알 수 없어서 동의입원이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증진하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 자체가 불가능하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의료계의 견해는 달랐다.

인권위의 보건복지부 권고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정신질환자의 특성 이해와 현행 동의입원 제도의 실효성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제도의 취지를 달성할 수 있는 선제적 보완책을 마련·시행하지 않으면 제도 폐지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송성용 의협 의무이사는 "동의입원의 대상이 정확하지 않고, 본인의 의사표명의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점은 현장에서의 시행 시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비자의 입원의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 환자의 경우 지속된 치료가 요구될 상황에서 활용될 수 있는 제도 이기도 하다"고 전제했다.

이어 "인권위는 지적장애인이 동의입원이 갖는 정확한 의미를 이해했다고 보기 어려우며, 입·퇴원의 결정 권한이 가족에게 있으며, 가족의 정서적·경제적 지원이 요구되기에 가족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어 진실한 의사가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는데, 이는 지적장애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오는 판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지적장애인은 타인에 대한 위협보다는 자신의 위생이나 건강관리에 취약하고, 경제적 자립이 어렵고 일상의 생활에서 가족에게 의지해 살아 가야 하는 환자가 많이 있다. 이는 환자가 지적능력이 부족해 발생하는 것"이라며 "가족 내에서 이루어지는 환자와 가족 간의 갈등과 이를 충분히 도와 주지 못하는 가족의 상황은 환자를 더욱 위험에 빠뜨릴 수 있기도 하다"고 우려했다.

나아가 "지적장애인은 타해의 위험으로 비자의 입원이 발생하는 경우도 적으며, 환자가 입원치료를 직접 호소하는 경우도 쉽지 않다"면서 "인권위에서 표명하는 지적장애인에 대한 동의입원의 부당성은 이들이 입원치료 받을 수 있는 합법적 사법입원이나 이들을 입원시설과 같은 충분한 보호 및 치료기관의 대안이 없이는 자칫 환자의 치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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