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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수술실 CCTV 설치…프라이버시·인권은 없다
집중취재수술실 CCTV 설치…프라이버시·인권은 없다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1.06.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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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설치 필요성에만 초점…의료기관 종사자 '프라이버시'·'인권' 보호 소홀
법률전문가 "종사자 사생활 불필요 노출…동의·의견 구하는 절차 미흡" 지적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의협신문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들이 법안 처리 강행 의지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가 과잉 입법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할 경우 의료인에 대한 권익 침해는 물론,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간호사·간호조무사·행정직원 등에 대한 프라이버시와 인권 문제를 소홀히 다루고 있다는 비판까지 더해지고 있다.

법률 전문가들도 법안이 발의하면서 법안이 이루고자 하는 목적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지, 정작 중요한 의료기관 종사자들의 프라이버시와 인권 침해 부분은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관련 의료법 개정안은 총 3개로, 더불어민주당 김남국(법제사법위원회)·안규백(국방위원회)·신현영 의원(보건복지위원회) 등이 각각 발의했다.

이 법률 개정안들은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원회에서 논의가 보류중에 있다.

김남국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수술실을 운영하는 의료기관의 장에게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 의무를 부여하고, 환자 또는 환자보호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해당 의료행위를 하는 장면을 영상정보처리기기로 촬영·보존하는 것을 의무화 하고 있다. 

안규백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수술실이 있는 의료기관에는 수술실에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설치토록 하고, 환자 또는 환자 보호자가 요청하는 경우 수술 장면 촬영은 물론 녹음까지할 수 있도록 했다.

신현영 의원 개정안은 ▲수술실 등 의료행위가 일어나는 공간에 CCTV 설치를 할 수 있는 근거 마련 ▲의료기관 내 CCTV 설치를 촉진하기 위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의료기관의 CCTV 설치 비용 일부 지원 ▲CCTV를 설치한 의료기관의 장에게 촬영에 따른 환자와 보호자는 물론 의료기관 종사자의 동의 요건 명시 ▲촬영한 영상 정보는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목적 외에 사용되지 않도록 규정 ▲영상정보 제공을 해야 하는 의무 요건 규정 ▲영상정보 유출 시 벌칙 부과 등의 내용을 담았다.

파놉티콘 감시 사회와 수술실 CCTV ⓒ의협신문
파놉티콘 감시 사회와 수술실 CCTV ⓒ의협신문

이 법안들에 대해 환자단체는 찬성 입장이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 대표는 지난 5월 26일 국회에서 열린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관련 의료법 개정안 공청회'에서 "무자격자 대리수술, 유령수술, 성범죄, 의료사고 은폐 등을 예방해 수술실에서의 환자 안전과 인권 보호를 위해서는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종민 의협 보험이사는 "의협은 법 개정으로 인한 이익보다 포기해야 하는 인권 문제 등 잃는 것이 더 많은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며 "법 개정으로 득이 크다는 명확한 근거가 없다"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오주형 병협 회원협력위원장도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법으로 강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다른 대안에 대한 제도적 개선 노력 없이, 수술실 내 CCTV 한 대 설치로 불법행위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행정편의주의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의료계의 반대에 더해 법률 전문가들은 의료기관 종사자의 프라이버시 및 인격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조진석 변호사(법무법인 세승)는 "수술실 CCTV와 관련해 다양한 직종이 혼재돼 협업하는 의료기관의 특성상 의사뿐만 아니라 간호사·의료기사, 그리고 원내 의료기기 유지보수 담당자 등 다양한 직종의 근로자가 수술실을 드나드는데 해당 직종 근로자들의 '동의' 내지 '의견'을 구하는 절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일반인의 초상권에 대해서도 상당한 법적 보호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데, 인격권의 일종인 초상권을 법률로 제한함에 있어 최일선에 있는 병원 종사자의 동의 내지 의견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변호사는 "수술실 CCTV는 자칫 의료기관 근로자 감시의 수단 내지 사생활 침해의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음도 감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상당수 사업장에서는 사고 방지와 범죄 예방 등의 목적으로 설치한 CCTV를 근로자 감시나 노조 활동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용도로 사용하면서 노조는 물론 시민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수술실 CCTV가 의료과오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의료과오는 본질적으로 과실인데, 과실예방에 대해 CCTV가 도움이 된다는 근거가 없어 보인다는 이유 때문.

"의료과실은 상당한 의학적 지식과 경험을 갖고 판단해야 한다"고 밝힌 조 변호사는 "단순히 CCTV를 설치하고, 의료인이 아닌 CCTV 담당자가 과실예방을 위해 적절하게 개입할 수 있을지 여부와, 그러한 개입이 환자의 안위에 도움이 될지 여부는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정혜승 변호사(법무법인 반우)도 법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 변호사는 "환자 개인별로 사생활 노출 등의 이유로 CCTV 녹화를 꺼릴 수도 있고, CCTV가 설치되면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일거수 일투족도 불필요하게 노출될 수 있으므로 신중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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