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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여론조사로 결정할 일인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여론조사로 결정할 일인가?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21.06.07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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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권익위원회, 6월 13일까지 여론조사...7일 현재 1만 3300명 참여
환자 알권리·의료사고 예방 vs 프라이버시·인권 침해...방어진료 우려
ⓒ의협신문
ⓒ의협신문

정부 부처가 의료기관의 수술실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있어 의료계의 빈축을 사고 있다.

수술실에 CCTV 설치 문제는 지난 2011년부터 입법화 논쟁이 일었다. 지난 10여 년간 환자·시민단체들은 환자의 알 권리와 의료사고 예방 차원에서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는 프라이버시와 인권을 침해하고, 방어진료를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무산됐다.

이후에도 극히 일부 성형외과 등의 대리·유령수술로 인한 의료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입법 필요성이 제기됐다. 의료사고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의료사고 방지와 사고 입증 근거 수집을 위해 CCTV를 설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극히 일부 의료인과 비의료인의 비윤리적 의료행위를 이유로 법으로 강제화하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며 반대했다.

최근 인천 21세기병원의 대리·유령수술 의혹이 불거지면서 환자·시민단체들이 입법화시도가 또 다시 거세게 일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의 반대 역시 만만치 않은 상황.

국회 보건복지위원원회도 지난 4월 국회에서 해당 의료법 개정안 3건(더불어민주당 김남국/법제사법위원회·안규백/국방위원회·신현영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을 심사했지만, '계속 심사' 즉 심사 보류 결정을 내렸다.

지난 5월 26일에는 첨예한 환자·시민단체와 의료계의 의견차를 좁히기 위해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원회 차원의 입법공청회도 열렸지만, 결론은 나지 않았다.

당시 공청회에서 환자·시민단체 대표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가 환자의 인권을 지키는 보루라고 주장했고, 의료계는 의료인의 인권을 침해하고 방어진료를 유발하는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맞섰다.

해당 개정안 심사는 6월 말에 열릴 예정인 보건복지위 1법안소위에서 다시 다룰 예정이다.

지난 10여 년간 윤리적이고 전문적인 논쟁으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쟁점 사안을 정부 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가 설문조사를 실시, 여론몰이로 입법화 하는 데 무게를 실으면서 우려를 사고 있다.

국민권익위는 지난 5월 31일부터 6월 13일까지 '수술실 CCTV 설치'에 관한 찬반여론을 조사하는 국민의견 조사를 시행 중이다. 국민권익위는 설문조사 설명을 통해 '수술실 CCTV는 최근 대리수술 의혹이 발생한 병원 사례로 인해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주제'라면서 "설치를 찬성하는 입장은 환자의 알권리와 의료사고 예방을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반대 입장은 환자와 의료기관 종사자의 사생활 침해, 의료인의 방어적 진료 가능성 등의 우려로 공익적 효과보다는 더 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설문조사에는 7일 오후 5시 30분 현재 1만 3300명 이상이 참여했다. 설문 참여자의 대부분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국민권익위원회는 6월 13일까지 '국민생각함'을 통해 '수술실 CCTV, 야간 온라인 로스쿨, 성범죄 기사 댓글 제한에 대한 국민의견 묻습니다'는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7일 현재 1만 3350명이 설문조사에 참여했다. ⓒ의협신문
국민권익위원회는 6월 13일까지 '국민생각함'을 통해 '수술실 CCTV, 야간 온라인 로스쿨, 성범죄 기사 댓글 제한에 대한 국민의견 묻습니다'는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7일 현재 1만 3350명이 설문조사에 참여했다. ⓒ의협신문

의료계는 윤리적이고 전문적인 쟁점을 단순한 설문조사로 결정하려는 시도에 대해 강한 반감을 보이고 있다.

A 지역의사회 임원은 "의료사고를 의심하는 환자와 보호자의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극히 일부인 사례를 입법으로 일반화해 강제화하는 것은 긍정적 효과보다 부작용이 클 수 있다. 그리고 그 피해는 인식하기 힘들지만 명확하게 나타날 것"이라며 "특히 정부 부처가 이런 복잡하고 난해한 문제를 단순한 여론조사를 통한 여론 밀어붙이기로 해결하려는 태도는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B 전문과의사회 임원은 "수술실 내부에 CCTV 설치를 의무화 한다고 해서 의료사고가 의심되는 상황에 대한 의혹을 명확하게 해소할 수 없다. 대리·유령 수술에 대한 우려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면 CCTV를 수술실 출입구에 설치하는 정도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환자와 의사의 관계가 갈수록 적대적이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전에 의대 신설과 의대 정원 증원 쟁점이 부상했을 때도 국민권익위에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당시 설문조사를 지켜보던 의료계에선 공무원을 동원해 '의대정원 증원 찬성' 투표를 한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어난 적이 있다"면서 "이 문제는 짧은 기간 설문조사로 결정할 사안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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