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의학교육은 어떻게 변해야 하나
우리나라 의학교육은 어떻게 변해야 하나
  • 장성구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이사장(국군수도병원 비뇨의학과)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1.06.07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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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교육 '방향' 학생 사고방식 새롭게 이해하고 인식하는 것부터
'미래 의학' 상상력·창의력·판단력·포용력·협업력 갖춘 인재 양성해야
장성구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이사장 ⓒ의협신문
장성구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이사장 ⓒ의협신문

교육제도의 변화나 교육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어렵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국가의 미래가 달려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뜻과 미래를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에 새로운 교육 시스템이나 방향을 설계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이다. 백년대계(百年大計)라고 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하는 것은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과거 어느 시기에 몇몇 교육계 인사들이 주도해서 들불같이 타오르던 소위 '열린 교육'의 허상이 떠오른다.
 
그러나 오늘의 교육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있기 때문에 지금 변해야 한다. 우리 교육 체계를 아주 자조적으로 표현한 말이 "19세기 방법으로, 20세기에 태어난 선생님들이, 21세기를 살아갈 사람들을 교육시킨다"이다. 교육 철학의 퇴보를 꼬집는 단편적인 말이지만 많은 뜻이 포함되어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의 소용돌이와 코로나의 엄습으로 나라 전체가 멈춰서기 일보 직전의 공황(panic) 상태에 빠지면서 미래 의학교육은 어떻게 변해야 할지 식자들 간에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대통령과 산업체의 맹장들이 미국을 방문해 코로나19 백신을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소위 CMO(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OEM이라고 일종의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방식과 동일한 것)를 체결했다. 많은 국민들이 환호하는 것은 코로나19의 공포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은 두려움의 방증이다. 

그러나 의생명과학을 공부한 교육자의 입장은 참으로 미묘하다. 우리의 생명공학 기술이 CMO를 통해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른 것은 다행이라는 자위적인 심정과 우리가 백신(vaccine)을 직접 생산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자괴적인 마음이 교차하기 때문이다. 바이러스 감염에는 어떤 '천하의 묘약(silver bullet)'도 없으며 오로지 희망은 백신뿐이다. 이것은. 불행하게도 지금까지 임상의학의 '중심원리(central dogma)'에 해당하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스스로가 백신을 생산하지 못하게 된 이유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존재하지만, 백신 생산이라는 새로운 혁명적 도전에 취약한 이유는 다름 아니라 우리 세대 그리고 우리의 자식 세대가 지난 세월의 교육 과정에 '창의적인 사고'와는 거리가 먼 주입식 교육을 받아 왔다는 것이 중요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교육학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필자는 이렇게 호소하고 싶다. 

미래 의학은 '근거중심 의학(evidence based medicine)'에서 '예측 의학(predictive medicine)'으로 발전할 것이고, 그 저변에는 예방 의학(preventive medicine)·개인 맞춤형 의료(personalized medicine)·참여 의학(participatory medicine)·정밀 의학(precisional medicine)이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의학교육도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변화해야 한다.
미래 의학은 '근거중심 의학(evidence based medicine)'에서 '예측 의학(predictive medicine)'으로 발전할 것이고, 그 저변에는 예방 의학(preventive medicine)·개인 맞춤형 의료(personalized medicine)·참여 의학(participatory medicine)·정밀 의학(precisional medicine)이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의학교육도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변화해야 한다.

의학교육의 변화는 우리나라 전체 대학교육의 변화와 궤를 맞춰야 한다. 의학교육의 변화는 미래가 아니라 당장 시작해야 한다. 의학교육은 제4차 산업혁명의 창조물인 인공지능이 교육의 중심에 자리 잡아야 한다. 의학교육은 순수한 의학 교육의 범주를 뛰어넘어 현실적으로 직면하게 되는 사회적 어려움을 극복하여 국가 사회와 국민들을 위기에서 구해 낼 수 있고, 의학과 의료를 지켜낼 수 있는  지적 다양성을 교육해야 한다.
 
필자의 이런 주장에 대하여 의학계의 대 원로 중에는 과격한 주장이라고 우려하는 분들이 계시다. 우려하시는 바가 무엇인지 이해한다. 그러나 교육이라는 보수성에 매달려 주저주저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향후 100년간은 인공지능에서 앞선 나라가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는 주장은 이제 일반론이 되었다. 의학과 의료의 중심에 인공지능의 역할은 가공할 위력과 효능을 발휘할 것이며 이에 뒤지면 첨단 임상의학의 발전에서 낙오하는 것이다.

한편, 대학교육의 방향은 교육을 받을 젊은이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하여야 한다. 그런 의미로 설문조사를 통하여 적시된 몇 가지 현실적인 문제를 살펴본다.

향후 대학교육은 어떻게 가야 할까 하는 것은 국가의 명운이 달린 문제이다. 우리는 코로나19가 창궐한 지난 1년 반 동안 비대면 교육을 준비한다고 온갖 난리를 쳤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교는 '온라인 공개 수업(Massive Open Online Course:MOOC)' 등과 정보통신기술(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ICT)을 활용하는 교육을 통해 가장 혁신을 이룬 대학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미 지난 10년 이상의 교육 혁신을 통해 성취한 것으로 대면과 비대면 교육의 통합형식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이처럼 대학교육은 ICT를 통한 교육 그리고 창의적인 능력을 배양하는 교육이어야 한다. 

대학교육은 학생들의 사고방식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요즘 대학생들의 생각은 기성세대들의 우려와는 달리 매우 바람직하고 성실하다. 언론사의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젊은 사람들의 생각은 획기적이다. 그들은 인생의 성공이 지역사회나 공동체와 함께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공존·공생·배려·공정·환경 등의 사회적 가치의 실현을 성공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직장의 업무를 수행함에 '재미'를 중시한다.

학생들은 MOOC 등의 수단을 통해서 명시적인 지식을 스스로 습득하기 때문에 교수들의 역할은 오랜 경험과 상호작용 속에서 축적된 숨겨진 지식을 충실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인공지능 교육이 대학의 전체 교육과정에 스며들어야 하고, 학생들 미래의 다양한 직업 선택과 적응을 위하여 '배우는 방법(How to learn)'을 교육하는 가운데 학생들이 '나는 어떤 목표를 추구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을 양성해야 한다.

2018년 10월 1조 1000억 원을 들여 'Schwarzman College of Computing'을 설립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는 MIT를 유심히 관찰하여야 한다. MIT는 이 세상에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AI) 이라는 말을 처음 만들어낸 대학이다. 이 말이 생긴 지 50년 만에 인공지능 대학을 설립한 것이다. 여기에 Blackstone의 CEO인 Schwarzman은 MIT 출신이 아니면서도 3억 5000만 달러를 기부했다. 참 부러운 문화다. 개교기념식에서 총장은 "인공지능이라고 하면 의학이나 공학 등의 발전을 생각하는데 결코 그렇지만은 않고 인문사회학의 발전에 근간을 이루어 나아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대학교육의 전체적 변화 속에 의학교육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우선 미래 의학의 방향성을 분석해 보면 미래 의학은 지금까지 주종을 이룬 '근거중심 의학(evidence based medicine)'에서 '예측 의학(predictive medicine)'으로 발전할 것이고, 그 저변에는 예방 의학(preventive medicine)·개인 맞춤형 의료(personalized medicine)·참여 의학(participatory medicine)·정밀 의학(precisional medicine)이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제4차 산업혁명의 결과에 따른 지적 기반의 성취에 따른 것이다.

의학교육은 앞으로 상상력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질문할 수 있는 인재,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사람, 내가 틀릴 수 있다는 포용력, 인간 중심의 협업(cooperation)을 중시하는 homo cooperatio 의사, 현실사회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적응 내지는 지도자의 자질을 갖춘 의사를 교육해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의학교육은 앞으로 상상력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질문할 수 있는 인재,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사람, 내가 틀릴 수 있다는 포용력, 인간 중심의 협업(cooperation)을 중시하는 homo cooperatio 의사, 현실사회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적응 내지는 지도자의 자질을 갖춘 의사를 교육해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우리나라 의료계의 원로 6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97%라는 절대다수가 "산업혁명과 첨단기술이 의료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대답했다. 예상외로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생각을 갖고 계셨다.

여기서 우리는 미래 의학이 직면할 문제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즉 미래 의학에는 인공지능과의 협업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바이러스에 의한 유행성 감염질환은 더욱더 거세지고 빈번해질 것이다. 인구의 절벽과 고령사회 문제는 현재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여 사회윤리와 정의조차 변화시킬 것이다. 인권 의식의 증대로 필요 이상의 의료분쟁이 사회문제화될 것이며, 의사 스스로가 의료사고(malpractice)가 아님을 증명해야 한다.

이렇게 미래 의학의 학문적 방향의 변화와 미래 의학이 직면하게 될 문제들을 고려해 의학교육의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의과대학생들에게 어떻게 격물적(格物的) 인지를 제공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고, 인간의 삶이 알고리즘으로 변화되어 가는 것을 인식시키면서 교육의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절대적인 방향성은 이미 전술한 바 있고 좀 더 구체적인 교육 목표를 언급하면 첫째, 상상력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질문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둘째,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사람으로 교육해야 한다. 셋째, 내가 틀릴 수 있다는 포용력을 키워야 한다. 넷째, 인간 중심의 협업(cooperation)을 중시하는 homo cooperatio 의사를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순수한 의학만을 교육하는 성직자적 의학교육(필자의 자의적 표현)을 뛰어넘어 현실사회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적응 내지는 지도자의 자질을 갖춘 의사를 교육해야 한다.

교육의 미래를 정확하게 예단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현실을 고려하고 예측 가능한 미래 사회 변화를 유추하여 의학교육의 방향에 대하여 간략한 소회를 밝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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