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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계 눈길 끈 헌재 결정·대법원 판결 살펴보니
보건의료계 눈길 끈 헌재 결정·대법원 판결 살펴보니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1.06.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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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정책연구소, 2019-2020년 보건의료분야 주요 판례 분석 보고서
헌재 결정 7건, 대법원 판결 19건, 하급심 판결 4건 판결 쟁점 정리
우봉식 연구소장 "의료인·의료기관 유용한 참고자료로 활용하길"
의료정책연구소가 발간한 [2019-2020 보건의료분야 주요 판례 분석] ⓒ의협신문
의료정책연구소가 발간한 [2019-2020 보건의료분야 주요 판례 분석] ⓒ의협신문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최근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등이 의료관련 사안에 대해 어떻게 판단을 내리는지를 분석한 <2019-2020년 보건의료분야 주요 판례 분석>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주요 판례 분석에 참여한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진(임지연 연구원·이얼 전문연구원·김형선 부연구위원·김계현 연구위원)은 "주요 판례 분석을 통해 불합리한 보건의료제도 관련 법령 운영의 현실과, 그에 따른 문제점을 검토해 개선방안을 제안하고, 의료인이 동일하거나 비슷한 소송 사건에 대비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임지연 연구원은 "헌법재판소 결정은 그 자체로 현실적 규범력을 갖고 대법원 판결을 통해 법률 해석의 모호한 부분이 다뤄지고 있다"면서 "법원이 법을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하는지에 대한 경향을 파악하고자 2019년 1월 1일부터 2020년 12월 31일 사이에 선고된 보건의료분야와 관련된 헌법재판소 결정과 대법원, 고등법원 판결을 비롯한 하급심 판결을 분석했다"고 연구배경을 설명했다.

보고서는 7건의 헌법재판소 결정과 19건의 대법원 판결, 4건의 하급심 판결을 분석, 법 적용 동향과 각 판결의 법리 오류 및 법 해석의 문제점을 짚었다. 아울러 합리적인 보건의료제도 관련 법령을 위한 개선방안도 제안했다.

헌법재판소 결정 중 주목할 만한 결정…'1인 1개소법'
보건의료 분야와 관련이 있는 헌법재판소 결정은 ▲자기낙태 처벌 규정(형법 제269조 제1항)과 의사가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경우를 처벌하는 규정(형법 제270조 제1항)의 위헌성 ▲비급여 진료비 할인 또는 면제하는 내용의 입간판을 제시한 행위가 의료법 제27조 제3항에 따른 기소유예처분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 ▲의료법 중복 개설·운영 금지 규정(의료법 제33조 제8항)의 위헌성 ▲비급여 의약품과 의료기기에 대한 리베이트 수수 금지 처벌조항의 위헌성 ▲라식 소비자단체 홈페이지에 인증병원 광고를 하고 미리 책정된 금액으로 광고비를 지급한 행위가 환자유인에 해당하는 지 여부 ▲응급의료종사자의 업무방해 금지를 '그 밖의 방법'으로 규정한 것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만성신부전증환자에 대한 외래 혈액투석을 정액수가로 규정한 '의료급여수가의 기준 및 일반기준' 제7조 위헌 확인 등이다.

의료정책연구소는 이 가운데 이른바 '1인 1개소법(이중개설금지법)' 합헌 결정을 가장 주목할 만한 헌재 결정으로 꼽았다.

헌재는 의료법 제33조 제8항 '운영' 부분이 명확성 원칙에 반하는지와 동 조항 처벌규정(의료법 제87조 제1항 제2호)이 과잉금지 원칙에 반해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고, 평등원칙에 반하는지 여부를 놓고 장고 끝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보고서는 헌재 결정을 통해 일정부분 '운영'의 범위가 정리됐지만, 여전히 명확하지 않아'운영의 범위'에 대한 수범자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이 밖에 비급여 의약품과 의료기기에 대한 리베이트 수수 금지 처벌 조항 합헌 결정도 비중 있게 다뤘다.

비급여대상과 급여대상을 달리 볼 이유가 없어 비급여대상인 의료기기 리베이트 수수도 급여대상과 동일하게 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게 헌재의 입장이지만, 보고서는 리베이트 수수 여부를 떠나 비급여와 급여를 동일하게 본 헌재의 입장을 지적했다.

주목할만한 대법원 판결…요양급여비용 환수·전화 진료·혈맥 약침
대법원의 2019~2020년 판결 가운데 보건의료관련 주요 사건으로 ▲감염병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한 사례 ▲감염병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 ▲감염병 관련 의료기관에 처해진 과징금 부과처분 및 손실보상금 지급거부 취소 사례 ▲성형쇼핑몰 운영자에게 진료계약 성립 대가로 수수료를 지급하는 행위가 환자유인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의료기관 중복 개설·운영 조항 위반을 이유로 요양급여비용 환수 처분 가능 여부 ▲식품위생법상 집단급식소 미신고 위반을 이유로 요양급여비용 환수 처분 가능 여부 ▲정신보건법상 정신과의원 시설기준 위반을 이유로 요양급여비용 환수 처분 가능 여부 ▲특수의료장비 설치인정기준(비전속 영상의학 전문의 인력) 위반을 이유로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가능 여부 ▲혈맥약침이 안전성·유효성에 대한 검증을 위한 신의료기술평가 대상인지 여부 ▲주취자의 뇌출혈 증세를 발견하지 못한 과실이 인정된 사례 ▲의사의 지시로 간호조무사가 전염성 연속종을 시술한 행위, 무면허의료행위 해당 여부 ▲방사선사의 초음파 관련 의료행위 시 요구되는 의사의 구체적인 지휘·감독의 정도 ▲의사의 설명의무위반 위자료 지급대상 여부 ▲심장수술 직후 척수병증이 발병되어 사지마비의 후유장애가 발생한 사안에서 위와 같은 후유증이 설명의무 대상인지 여부 ▲의사가 병원에 없는 상태에서 이전에 직접 대면해 진료한 환자에게 처방전을 교부·발행하게 한 행위, 직접 진찰 및 무면허의료행위 위반 여부 ▲초진을 대면진료 하지 않고 전화 통화만으로 처방전을 발행한 행위 '직접 진찰' 위반 여부 ▲원격지에 있는 환자를 진료한 행위가 의료법 제33조 제1항 위반인지 여부 ▲과거 진료 경력을 검토해 조영제 부작용을 방지했어야 할 주의의무 위반으로 의사의 과실이 인정된 사례 ▲의료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 추정을 위한 피해자 측의 증명책임 정도 등을 가려냈다.

대법원은 다른 개별 행정법률 위반을 이유로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 부당이득징수의 대상으로 정한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해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특히 의료법 등 다른 행정법률과 국민건강보험법은 입법목적과 규율대상이 다르므로 요양급여를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는 국민건강보험법의 취지에 따라 한 번 더 심사할 필요가 있다는 이론에 의한 것으로, 타 행정법률 위반이 있더라도 요양급여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수령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 주목을 받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보건복지부가 한시적으로 전화를 통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한 가운데, 대법원의 '직접 대면진료'와 관련한 판결도 눈길을 끌었다.

대법원은 환자를 한 번도 진료하지 않은 채 전화 통화만으로 처방전을 발행한 행위는 의료법 제17조 제1항의 직접진찰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한의사가 환자를 직접 진료하지 않고 전화로 상담한 후 한약을 제조해 택배로 배송한 사안에서는 한약 처방·제조 등을 한의원 내에서 했더라도 주요 부분인 진찰을 전화 통화로 한 이상 의료법 제33조 제1항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적지 않은 한방의료기관에서 이뤄지고 있는 한의사의 혈맥약침술을 사실상 금지하는 판례도 나왔다.

대법원은 "혈맥약침술은 약침술과 비교해 시술 목적·부위·방법 등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고, 변경의 정도가 경미하지 않아 서로 동일하거나 유사하다고 볼 수 없다"며 "비급여 항목으로 혈액약침술이 비용을 지급받으려면 신의료기술 절차를 통해 안전성·유효성에 대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대법원 판결로 한의사들은 신의료기술을 통과하지 못한 혈맥약침술을 사실상 하지 못하게 됐다.

하급심 판결…사무장병원 의심 기관 지급보류처분 위헌제청 결정
이 밖에 하급심 판결은 ▲국민건강보험법 제47조의2 제1항 요양급여비용 지급보류처분 규정에 대한 위헌제청 결정 ▲사망진단서 작성 시 의료인이 기울여야할 주의의무 정도 ▲허위 사망진단서 작성 여부 판단 ▲비의료인이 의사의 지도·감독 하에 할 수 있는 업무 범위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하급심에서 가장 의미 있는 판결로는 이른바 '사무장병원'으로 의심되는 요양기관이 청구한 요양급여비용 지급을 보류할 수 있도록 하는 국민건강보험법 제47조의2 제1항 요양급여비용 지급보류 처분 규정에 대한 위헌제청 결정이다.

이 조항은 지급보류 처분의 효력이 사법부의 확정 판결 전에 이뤄지고 있어 불이익 처분 정도가 과한 문제점과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더라도 지급보류 처분이 사법부의 판결 확정 시까지 유지되고 있어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는 등 위헌의 소지가 있는 조항으로 요양급여 지급보류 효력의 발생 시점, 발생 범위, 효력 정지 등의 입법 개선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현재 헌법재판소가 지급보류 처분 조항에 대한 위헌 여부를 심리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의료정책연구소는 "최근 증가하는 의학적 판단과 관련된 판결을 분석해 의사의 과실 판단 기준(설명의무·주의의무)과 의료과실범죄 성립요건(인과관계 성립 등)에 있어 의료의 특수성이 반영된 법 적용 필요성을 도출했다"면서 "각 판결의 쟁점을 검토해 법리 오류 및 법 해석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법률 개정 필요성과 개선방안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이번 보고서는 의료현장에서 유용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의료인과 의료기관 운영에 있어 숙지할 필요가 있는 사안을 중심으로 정리했다"며 "보고서가 의료현장에서 유용하게 활용되고, 불합리한 보건의료제도 관련 법령 개선을 위한 참고자료로 활용되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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