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법 '함정'...간소화는 '잠시' 결국엔...
보험업법 '함정'...간소화는 '잠시' 결국엔...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1.06.03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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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주최 국회토론회 "문재인 정부 최대 실정될 것"
"개인정보 집적 및 유출 위험...의료민영화 단초" 비판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과 정의당 배진교 의원과 2일 공동주최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방안으로 제기된 보험업법 개정안 국회 토론회 ⓒ의협신문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과 정의당 배진교 의원이 시민단체와 공동주최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방안으로 제기된 보험업법 개정안 문제점과 대안' 주제 토론회가 2일 의원회관 348호실에서 열렸다. ⓒ의협신문 김선경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앞세워 추진하고 있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문재인 정부의 최대 실정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경고가 시민단체로부터 나왔다.

2일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과 정의당 배진교 의원이 시민단체와 함께 공동주최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방안으로 제기된 보험업법 개정안 문제점과 대안' 국회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공공적·민주적 통제 없이 도입되는 디지털 의료는 의료민영화 초래 위험성이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현재 국회에는 5건의 보험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발의됐다.

보험업법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요양기관이 실손보험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요청할 경우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증빙서류를 전자적 형태로 보험회사에 전송토록 하는 내용과 해당 업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비롯한 전문중계기관에 위탁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발제를 맡은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는 "보험업법은 보험사의 '체리 피킹(Cherry Picking)'을 위한 것"이라고 간파했다.

체리 피킹은 일반적으로 자기에게 불리한 사례나 자료를 숨기고, 유리한 자료를 보여주며 자신의 견해 또는 입장을 지켜내려는 편향적 태도를 지칭한다.

우석균 대표는 "만일 소액청구 간소화가 목적이라면, 영수증만 전송하도록 하는 등 다른 간소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며 "전자 의료정보 송부는 축적·갱신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는 다른 자료와 쉽게 연계될 수 있으며 제3자에게 쉽게 넘길 수 있고, 정보 유출의 위험성도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전자 의료정보에는 보험회사 업무와 무관한 건강보험 급여진료 내용까지 포함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한 우석균 대표는 "이는 전혀 불필요한 자료"라고 꼬집었다.

즉 현재는 특정 개인 자료에 대해 제한적인 열람으로 축적이 불가능하지만 청구 간소화를 위해 의료정보를 전자로 송부하면 소액 진료비 부담이 발생하는 진료 내용 모두를 보험사가 축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석균 대표는 "일부 이용자의 도덕적 해이가 있다 하더라도 이는 실손의료보험이 초래한 것이므로 보험상품 규제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의료정보를 전산 자료로 제공하는 것은 목적에 비해 위험성이 너무 크다. 결론적으로 개인의료 디지털 정보를 사기업에 제공하면 정보 유출, 연계, 제3자 제공의 잠재적 위험성이 크다"고 정리했다.

미국식 의료민영화로 가는 길의 마지막 관문이 바로 건강보험 개인 의료정보와 디지털 개인의료정보 접근권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우석균 대표는 "공보험은 중장기적으로 필수치료라는 부분적 의료만 보장하면서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단일 공적보험 당연지정제의 정당성은 물론 건강보험제도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보험회사에 건강관리서비스 허용을 추진하고, 건강관리서비스법 등 건강관리의 민영화 사례를 든 우석균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의 의료적폐를 청산하기는 커녕 발전·계승하려 한다"며 "의료민영화와 건강보험정보 민영화는 문재인 정부의 최대 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이번 보험업법 개정안은 본질적으로 보험사와 의료공급자 사이의 계약이 없는 보험상품에서 의료공급자와의 직접 계약에 준하는 정보교류를 민간보험에 명문화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건강보험제도에 대한 도전으로 볼 수 있다"고 짚었다.

"직접 정보교류는 공적보험의 위상을 쇠락시키고, 당연계약제의 정당성을 훼손하며, 장기적으로 민간보험이 공적보험의 경쟁적 보험이 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 정형준 위원장은 "개인건강정보에 대한 안전장치는 많을수록 좋고, 민간기업이 이를 쉽게 수취할 수 있도록 하는 행위는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형준 위원장은 "지금 중요한 것은 실손보험의 청구 편의성이 아닌 건강보험 진료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라면서 "진정한 편의성은 의료전달체계 구축과 필수의료 부분에 대한 의료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높여 비용 때문에 의료이용을 자제하는 행태를 막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찬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변호사)은 보험업법 개정안의 법률적인 문제에 집중했다.

이찬진 위원장은 "건강정보는 전자정부법 제43조의2 제1항 개인정보 보호법과 의료법에 의해 보호된다"며 "민감 정보인 건강정보 일체를 민간보험사에 귀속 가능하게 하는 것은 정보인권에 반하는 악법으로 볼 수 있다"며 "헌법상의 사생활 비밀의 보장권을 해칠 위헌의 소지가 매우 크다"고 해석했다.

"개인전자정보를 민간 보험사 등 민간에게 포괄적, 전자적으로 제공하는 제도는 폐지해야 한다"고 밝힌 이찬진 위원장은 "개인의 필요에 따라 동의 후 정보가 제공된다면 사후적으로 동의 철회와 추가적인 정보 제공 금지, 정보 삭제와 사용 중지 등 사후관리가 함께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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