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감·불편함 탓 환자 거절에도, 10명 중 7명 효과 믿고 재권유
의사 10명 중 9명은 진료 중인 당뇨병 환자에게 주사제 치료를 권했다가 거절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중 74.6%는 환자의 거절에도 주사 치료를 재권유했다고 답했는데, 타 치료제에 비해 주사제의 혈당 조절효과가 좋은데다 국내외 진료지침에서도 이를 권고하기 있어 환자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의협신문]은 자체 설문조사시스템인 닥터서베이를 통해 최근 '당뇨병 주사치료 처방 현황 및 의료진 인식도 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에는 총 291명의 의사가 참여했으며, 내용 분석은 이 중 제2형 당뇨병 환자 치료경험이 있는 의사 270명의 답변을 기반으로 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의협신문]과 한국 릴리가 공동 기획했다.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7.3%는 진료 중인 당뇨병 환자에게 주사제(인슐린 및 GLP-1 유사체/ 경구 당뇨병 치료제와 주사제 병용 포함) 권했다가, 환자로부터 거절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험의 빈도도 함께 물었는데, 환자 10명에 주사제 치료를 권했다고 가정했을 때 이를 거부한 환자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 가량(47.8%)는 '10명 중 7명 이상'이라고 답했으며, '10명 중 4∼6명'이라고 답한 의사도 18.9%에 달했다.
환자들이 주사제 사용을 거절한 이유(복수응답)는 무엇이었을까?
의사들은 '주사 바늘 또는 통증에 대한 공포감(30.4%)'과 '주사 투여 방법의 불편함(28.5%)'를 환자가 주사 치료를 거부하는 주된 이유로 꼽았다.
'경구제에 대한 강력한 선호(17.3%)'와 '일상 및 사회생활에 대한 제약 우려(11.7%)'로 환자가 주사 치료를 거부한 것으로 생각된다는 답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국내 당뇨병 주사 치료제 사용률이 미국 등 해외 사례와 비교해 낮은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의사 응답자의 다수가 환자의 사용거부(38.4%)와 주사 투여방법의 불편(25.7%)를 꼽은 것도 유사한 맥락이다.
그럼에도 환자에게 주사치료 권유를 거절당했던 의사 중 74.6%는, 해당 환자에게 다시 주사치료를 권했던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환자 관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환자의 거부의사에도 불구하고 주사치료를 다시 권유했던 이유(복수응답)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해당 의사 중 39.1%는 '타 치료제 대비 높은 혈당 조절 효과'를 꼽았다.
'국내외 진료지침 권고사항을 고려했다'는 답이 22.2%, 환자의 심혈관질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치료제 혜택을 고려했다는 답이 12.1%로 뒤를 이었다.
같은 이유로 아직은 척박한 진료환경에도 불구, 의사 10명 중 7명은 당뇨 주사제가 국내 당뇨환자 치료의 새로운 주역으로 기지개를 켜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사 치료에 대한 환자의 막연한 거부감과 공포감은 넘어야 할 산이지만, 이런 주사 치료의 혜택이 이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내분비대사내과 목지오 교수(대한당뇨병학회 언론홍보이사)는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 5명 중 1명은 당화혈색소가 8.0 이상인 적극적인 혈당 치료가 필요한 환자군이지만, 처음부터 주사 치료를 선택하고 받아들이는 환자는 매우 제한적"이라며 "당뇨병 치료제와 연구 수준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으나, 주사제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며 성공적인 혈당 관리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혈당 관리가 적절히 되지 않는 환자들에서 주사 치료에 대한 선입견과 오해를 극복하는 것이 의료진들의 숙제"라고 강조한 목 교수는 "이를 위한 정부와 이해관계자들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자료 분석= 김학준 기자 72kim@km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