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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중단, 법에서 정한 절차 따랐다면 "적법"
연명의료중단, 법에서 정한 절차 따랐다면 "적법"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1.05.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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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인 유가족 "호전 양상 있었음에도 연명의료 중단으로 사망" 배상 청구
법원 "호전됐어도 사망 임박 상태…의료진 주의의무 위반 과실 없다" 판단
ⓒ의협신문
ⓒ의협신문

대학병원 의료진이 환자(망인)가 임종과정에 있다는 판단을 하고, 망인의 가족으로부터 연명의료중단등결정에 관한 환자의사를 확인하는 등 연명의료결정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연명의료중당등결정을 이행했다면, 과실이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은 지난 5월 12일 유가족들이 망인의 의식상태가 회복되는 등 호전 양상이 나타났음에도 병원 의료진이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을 해 사망에 이르게됐다며 제기한 약 1억 4700여만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유가족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이 사건은 환자가 증상이 다소 완화되는 소견을 보이더라도 전반적으로 활력징후나 검사소견이 불안정했다면, 연명의료중단등결정 이행을 위한 요건이 충족됨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사건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가간다. 환자 M씨(망인)는 2018년 9월 28일 K대학병원에 입원해 췌장암 진단을 받고 10월 5일 퇴원했다. 10월 10일 병원에 다시 내원해 항암치료 없이 식이요법 및 자연요법을 시행키로 했다.

그러던 중 같은해 12월 3일 호흡곤란 등으로 K대학병원 응급실에 내원해 폐렴으로 인한 패혈증, 급성신부전 등의 진단으로 인공호흡기 착용, 항생제 투여, 혈액투석 등의 치료를 받았다.

M환자를 치료하던 K대학병원 감염내과 담당의사는 2018년 12월 19일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관한법률(연명의료결정법)에서 정한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라고 판단하고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을 이행했다.

이후 M환자는 2018년 12월 21일 K대학병원에서 췌장암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했다.

그러나 M환자 자녀들은 K대학병원의 과실로 사망에 이르게 됐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고, 정신적 손해 등(장례비, 위자료, 치료비 등)에 대한 비용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재판 과정에서 자녀들은 "K대학병원에서 2018년 12월 3일 폐렴으로 인한 패혈증, 급성신부전의 진단을 받고 인공호흡기 착용, 항생제 투약, 혈액투석 등의 치료를 시행해 2018년 12월 19일까지 의식상태가 회복되는 등 호전 양상이 나타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 해당하지 않고, 급성신부전에 대한 치료 경과 및 예후 등에 대한 전문적인 판단을 위해 신장내과의 협진 내지 진단이 필요했음에도 감염내과 담당의사는 말기 암환자로서 다발성 장기부전이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을 해 진료상의 주의의무를 위반했고, 혈액투석이 중단되는 등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재판부는 대한의사협회 의료감정원의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등을 종합해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이 적법했는지를 살폈다.

재판부는 ▲M환자가 2018년 12월 10일까지 인공호흡기를 착용하고 항생제 투여로 폐렴 증상이 호전양상을 보였지만, 여전히 의식이 반혼수 상태이고, 지속적인 혈액투석에도 급성신부전 및 대사성산증이 호전되지 않았고 ▲M환자는 2018년 12월 14일경 의식이 혼미한 상태로 한 단계 호전됐으나, 그 때까지 M환자의 발열, 수축기 혈압 등에 비춰 증상 완화와 악화가 반복되는 등 활력징후 및 검사소견이 불안정했고 ▲M환자는 2018년 12월 18일경 혈색소(Hb) 수치가 정상범위에 못 미치는 7.7㎎/dl까지 감소하고 혈변 및 혈뇨 증상이 나타나며, 임종 직전 환자에게 자주 나타나는 안구 편위 증상도 확인됐고, 이후 시행된 내시경 검사에서 췌장암의 위장 및 직장 부위 전이가 발견됐고, 그로 인해 출혈이 발생한 것으로 봤다.

또 감염내과 담당의사와 전문의는 2018년 12월 19일 연명의료결정법 제16조에 따라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 판단서'를 작성했고, M환자의 자녀로부터 M환자가 충분한 기간 동안 연명의료중단등에 관한 의사를 일관해 표시했다는 내용의 '연명의료중당등결정에 대한 환자의사 확인서'를 작성 받아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을 이했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런 사실을 종합적으로 살핀결과 "연명의료중단등결정 당시 회생 가능성이 없는 전이성 췌장암의 상태에 있고, 치료에도 회복되지 않는 급성신부전, 대사성산증 및 인공호흡기 의존 상태였으며, 췌장암의 위장 침범 및 직장암에 의한 출혈 등으로 사망에 임박한 상태에 있었다"며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 기준에 부합했다"고 판단했다.

M환자 자녀들 중 일부가 K대학병원 담당의사를 상대로 연명의료결정법위반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도 무혐의 처분(2019년 9월 23일)이 내려진 점도 판결에 고려했다.

재판부는 자녀들의 신장내과의 판단이 필요했고, 혈액투석을 지속했더라면 M환자는 예휴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회복될 가능성이 낮다고 보이고, 임종과정 여부를 판단하는 데 신장내과의 판단이 필수적으로 동반됐어야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M환자가 입원한 후 치료를 통해 폐렴 증사이나 의식상태가 다소 완화되기는 했지만, 그동안에도 M환자의 활력징후나 검사소견이 불안정했고, 진료기록 감정의도 이런 수일이나 수주일 이내에 사망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에서 생명이 위중한 상태라고 밝혔다"며 "진료과정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한편, 이번 사건에서 병원 측 변호를 맡은 조진석 변호사(법무법인 세승)는 "연명의료중단등결정과정에서의 법이 정한 절차를 거쳤다면 환자가 사망하는 과정에서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법원이 이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의 경우 환자가 증상이 다소 완화되는 소견을 보이더라도 전반적으로 활력징후나 검사소견이 불안정했다면, 연명의료중단등결정 이행을 위한 요건이 충족됨을 인정했다"며 "앞으로 유사한 사건에서 참고할만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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