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울제 SSRI 처방 제한…의학적 근거 없다"
"항우울제 SSRI 처방 제한…의학적 근거 없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1.05.13 13:22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승봉 신경과학회 이사장 "비정신건강의학과 SSRI 처방 60일 제한, 우울증 치료 못해"
"조현병·양극성 장애 관련 약물도 제한 없어...처방 제한 풀면 자살률 급속히 감소할 것"

"자살로 얼마나 많은 생명이 목숨을 잃고 있는데 가장 안전한 항우울제인 SSRI(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abator·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를 왜 못 쓰게 하나?"

홍승봉 대한신경과학회 이사장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외에는 처방이 제한돼 있는 SSRI 항우울제 사용 확대를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2002년 3월 급여기준 고시 개정이후 현재까지 비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SSRI를 60일 이상 처방하지 못한다. 

홍 이사장은 "SSRI 처방 제한은 과학적·의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엉터리 규제"라고 통박했다. 

하루 38명이 자살로 사망하는 상황에서 자살률을 감소시키는 명백한 방법이 있는 데 정부가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홍 이사장은 "의사가 가장 흔한 우울증을 치료하지 못하는 나라가 세계 어디에 있나"라며 "정부가 처방을 제한하는 SSRI 항우울제는 가장 안전한 약이다. 외국에서는 SSRI 항우울제 사용량이 늘면서 자살률이 급속히 감소했다"고 강조했다. 

우울증은 낮은 비용으로 쉽게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이고, 자살률을 감소시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인데도 자살 예방 실효성이 적은 곳에 국민 혈세만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홍 이사장은 "자살률이 크게 감소한 유럽·미국·호주 등이 꼽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두 가지"라며 "안전한 SSRI 항우울제 사용량을 늘리고 위험한 TCA 항우울제 사용을 줄일 것, 일차 의료(비정신과 전문의·일반 의사)에서 우울증 치료율을 늘릴 것 등을 꼽는다"고 밝혔다. 

외국 의사들은 SSRI 처방을 제한하고, TCA 처방은 제한하지 않는 한국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전언이다.

홍 이사장은 "국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약 100만명에 이르는 난치성 우울증 환자 치료에도 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200만명으로 추산되는 중등도 우울증 환자 치료는 비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SSRI 처방 제한으로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적극적인 우울증 치료에 대한 중요성도 되짚었다.

통계에 따르면 자살자의 76%는 우울증의 여러 가지 신체증상(두통·소화장애·통증·불면증·가슴답답·성욕감퇴·두근거림·숨 가쁨·기억력 저하)을 이유로 사망 전 한 달 이내 병·의원을 방문했으며, 90%가 1년 이내 내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 이사장은 "여러 가지 신체 증상으로 병·의원을 방문하고 있는 자살 고위험군이 방치되고 있는 곳이 한국"이라며 "하루에 1만명의 환자들이 방문하는 대형병원에 자살예방 코디네이터가 단 한 명도 없다. 지역사회에 수백 개의 자살예방센터와 정신보건센터만 있으면 뭐 하나. 자살하려는 사람들은 여기를 방문하지 않는다. 병의원을 방문한다. 자살예방 예산은 자살 고위험군이 방문하는 곳에 사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자살 예방을 위한 가장 명백하고 효과적인 방법을 배제한 채 국민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자살 예방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게이트 키퍼가 의사들인데, 10만명에 이르는 비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자살예방정책에서 제외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더구나 문제는 우울증 보다 훨씬 치료가 어려운 조현병·양극성장애 등에 사용하는 약제는 오히려 처방 제한이 없다는 데 있다.
 
홍 이사장은 "한국은 우울증 치료를 받기 가장 어려운 나라다. 우울증을 숨기지 않고 쉽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더 낙인하고 숨기게 한다"며 "우울증 환자는 모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치료하고, 비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조현병·조울증을 치료하라는 상황이다. 이게 정상적인가?"라고 지적했다.

홍 이사장은 "지난 20년간 얼마나 많은 이들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었는지 모른다"며 "국민 생명과 직결된 SSRI 항우울제 처방 제한 폐지와 일차의료에서의 우울증 치료 확대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