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결정 과정과 진보성
정책 결정 과정과 진보성
  • 김현지 서울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내과 진료교수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1.05.17 06:00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건강 인센티브 제도와 국민건강증진법

지난 1월 28일, 보건복지부가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안에는 개인이 건강생활을 실천했을 때 이를 바탕으로 일정 금액을 본인 계좌로 적립해 진료비 본인부담금으로 활용하게 하는 '건강 인센티브제도'가 포함되었다. 

건강 인센티브제도는, 예를 들어 개인이 운동을 열심히 하거나 금연, 절주하는 등 건강생활 습관을 실천할 수 있는 기전을 만드는 것에 목적을 둔다. 개인이 건강한 생활 습관을 실천할 경우, 병원을 이용할 때 본인부담금을 낮춰주거나 건강한 생활 습관 실천에 따른 포인트를 준 후 포인트로 차감하는 방식 등을 사용할 수 있다. 본인부담금을 낮춰주는 재원은 건강보험료 등 건강보험이다. 

출근길에 무심결에 해당 기사를 읽다가 뭉클했다. 건강 인센티브제도에 법적인 근거를 제공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내가 비서관으로 처음으로 참여했던 법안이기 때문이었다. 

2017년 세계보건기구(WHO)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성인 중 14억 명이 신체활동 부족으로 건강에 위협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성인 35%가 운동 권장량에 미치지 못해 예방과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영국·프랑스·독일 등 선진국은 이미 국민의 신체활동을 활성화를 위해서 스포츠 쿠폰 발행, 운동회원권 제공 등 다양한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윤일규 의원실의 개정안은 국민건강증진법에 신체활동에 대한 정의를 신설하고 신체활동 장려를 위해 국가와 지자체는 관련 사업의 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했다.
  
해당 법안은 발의된 지 3년이 돼서야 제도화되어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이상한 것은 없다. 의료현장과 다르게 정책은 열심히 일한 결과물이 워낙 더디게 나온다. 새로운 정책 제안은 필연적으로 치열한 논쟁을 부른다. 이해관계자나 단체 간의 알력 다툼으로 번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우여곡절 끝에 합의에 도달하더라도, 기획재정부의 예산 심사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그래서 정책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이야기한다. 무엇이 문제인지도 알고,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도 아는데 정작 바뀌지는 않는다. 그게 너무 지치고 소모적이라고.
  
그래도 나는 그것이 정책하는 사람들이 감당해야 하는, 어쩔 수 없이 따라붙는 프로페셔널리즘이라고 생각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래도 목소리를 내면 10개 중 1개는 반드시 바뀐다. 그것이 바로 진보성(progressiveness)이다.

어떤 이상은 아무리 노력해도 실현되기 어렵지만, 이상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 자체가 곧 개선과 발전이 되는 것. 2년간 윤일규 의원실에서 발의한 법안은 모두 64개였고, 나는 비서관으로서 모든 발의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 그중 24건의 법안이 통과되었고,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은 그중의 하나였다.
  
나는 거기에 감사하고, 그 사실을 많이 기억하고자 한다. 비록 선언적인 조항에 불과했지만, 우리 의원실에서 냈던, 내가 처음으로 참여했던 개정안이 복지부 사업의 근거를 만들어주었고, 이제 그 사업은 몇 년에 거쳐 전 국민을 건강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가끔은 외롭고 지쳐도 괜찮다. 그런 기쁨이 있으니까. 남들은 모르지만 최소한 나는 알고 있으니까. 그리고, 다행히도 나의 노력을 알아주는 동료들이 있으니.

■ 칼럼과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침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