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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8 17:57 (목)
두 곳 정신병원, 한 곳 외래진료실 이용..."의료법 위반 아니다"
두 곳 정신병원, 한 곳 외래진료실 이용..."의료법 위반 아니다"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1.05.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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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건보법·의료급여법, 요양급여 '제한' 아닌 '실시' 규정...처분 사유 부존재"
서울행정법원, 보건복지부 92일 업무정지·건보공단 8억원 환수 처분 취소 판결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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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원 두 곳이 한 곳의 '외래진료실'과 '조제실'을 공동으로 이용했다 하더라도 국민건강보험법이나 의료급여법의 규율 대상이 아니라는 행정법원 판결이 나왔다. 국민건강보험법은 의료기관의 시설 공동이용을 제한하기 위한 행정 법률(의료법)과는 달리 국민의 질병·부상에 대한 예방·진단·치료·재활과 출산·사망 및 건강증진에 대하여 보험급여를 제공하기 위한 법률인 만큼 입법 목적과 규율대상이 다르다는 판단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3월 26일 A의료법인이 제기한 요양기관 및 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 처분 취소 및 요양급여·의료급여비용 환수 처분 취소 소송에서 "각각의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A의료법인은 1986년부터 C시에서 정신병원인 F병원을 개설해 운영했다. 지방자치단체인 N시는 1997년경 F병원과 가까운 위치에 시립정신병원인 H병원을 설립, 그 무렵부터 현재까지 A의료법인에 H병원의 운영을 위탁했다.

F병원과 H병원은 2008년 8월 1일 각 병원의 병동시설(입원실) 공동이용계약을, 2008년 9월 1일 의료장비(소독기, 임상병리, 방사선, 심전도기, 뇌파검사기 등) 공동이용계약을 체결했다.

H병원장은 2009년 4월 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계약서 사본을 제출했으며, 2009년 4월 13일 공동이용 대상인 병동시설 및 의료장비를 구체적으로 기재해 제출했다.

F병원과 H병원은 계약에 따라 시설·장비를 공동으로 이용했다.

F병원과 H병원 외래환자들은 장애인시설에서 정기적으로 승합차를 이용, 단체로 방문하는 경우가 대부분. 장애인시설에서는 F병원 환자와 H병원 환자로 나눠 각각 외래진료를 받도록 했으며, 조제약 수령 후 다시 모여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승하차 과정에서 환자 이탈이나 자해 등 사고의 우려도 높았다.

F병원과 H병원은 장애인시설 환자들이 별개의 병원을 각각 방문해 진료를 받는 것보다 한 곳에서 진료 받은 후 약을 수령해 귀가토록 하는 것이 안전하고 신속하게 진료할 수 있다고 판단, '외래진료실'과 '조제실'을 일원화하기로 했다.

A의료법인은 2009년경 F병원에 설치한 '외래진료실'과 '조제실' 사용을 중단했으며, H병원에 설치한 '외래진료실'과 '조제실'을 공동으로 이용토록 했다. H병원장은 2009년 8월경 F병원 의료인이 H병원 외래진료실 및 조제실을 H병원 의료인과 공동으로 이용하는 것에도 동의했다.

F병원 소속 의사와 약사는 2009년 8월경부터 H병원에 외래진료실 및 조제실에서 F병원 외래환자에 대한 진료 및 조제를 실시했다.

A의료법인은 외래진료실 및 조제실 공동이용에 대한 별도의 공동이용계약서 등을 심평원에 추가로 제출하지는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2017년 8월 21∼25일 F병원과 H병원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보건복지부는 외래진료실 및 조제실을 공동으로 이용하면서 '요양기관 대표자의 확인이 되어 있는 공동계약서의 사본'을 심평원에 제출(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및 요양급여기준·방법에 관한 세부사항)하지 않은 것은 의료법 제33조 제1항(의료인은 이 법에 따른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아니하고는 의료업을 할 수 없으며,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외에는 그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하여야 한다.)과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 제98조 제1항 제1호, 의료급여법 제23조 제1항, 제28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보건복지부는 F병원에 대해 "요양급여 및 의료급여는 의료법에 의해 개설된 의료기관 등에서 실시해야 하나, A의료법인은 F병원의 환자를 H병원의 외래진료실·조제실에서 진료·조제를 한 후 진찰료, 조제·복약지도료 및 약제비 등을 F병원의 요양급여비용·의료급여비용으로 청구했다"면서 국민건강보험법 제98조 제1항 제1호를 위반했다며 92일의 요양급여기관 업무정지처분(2020년 2월 19일)을, 의료급여법 제28조 제1항을 위반했다며 73일의 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처분(2020년 3월 5일)을 했다.

건보공단은 같은 이유로 A의료법인(F병원)에 대해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에 따라 6억 2255만원의 요양급여비용 환수결정(2020년 4월 23일)을, 지방자치단체인 C시장은 의료급여법 제23조에 따라 2억 911만원의 의료급여비용 환수결정(2020년 4월 28일)을 통보했다.

A의료법인은 서울행정법원에 업무정지 처분과 환수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A의료법인은 "F병원의 의료인이 의료법 제39조 제1항에 따라 H병원장의 동의 하에 H병원의 시설·장비를 이용해 진료한 것이므로, 의료법 제33조 제1항을 위반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설령 쟁점 공동이용의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A의료법인은 F병원 의료인들로 하여금 의료법에 의해 정당하게 개설된 H병원에서 요양급여와 의료급여를 제공했다"며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을 사용해 요양급여비용 또는 의료급여비용을 받았다고 볼 수 없다"고 처분의 부당함을 지적했다.

특히 "처분의 사유가 모두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A의료법인이 실제 진료행위를 하고, 그에 대한 요양급여비용 및 의료급여비용을 청구한 점, 이 사건 각 처분으로 인해 A의료법인이 사실상 폐업에 이를 위험성까지 있는 점 등에 비춰볼 때, 각 처분이 추구하는 공익에 비해 A의료법인이 입게 될 불이익이 지나치게 커 위법하다"고 항변했다.

서울행정법원은 "공동이용기관임을 증명하는 '공동이용계약서'를 심평원에 제출하지는 않았지만, A의료법인이 운영하는 F병원의 의료인이 H병원장의 동의를 받았기 때문에 의료법 제33조 제1항, 의료법 제39조 제1항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각 병원이 심평원에 공동이용에 관한 별도의 계약서를 미처 제출하지 않았더라도, F병원의 의료인이 H병원장의 동의를 받아 시설·장비를 사용한 경우에 해당한다"면서 "F병원의 의료인이 H병원의 외래진료실 및 조제실에서 실시한 요양급여와 의료급여는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에서 실시한 것에 해당하므로 각 처분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의료법과 국민건강보험법의 입법 목적과 규율대상도 다르다고 밝혔다.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의료법 제39조 제1항은 의료인이 다른 의료기관의 장의 동의를 받아 의료기관의 시설·장비를 이용해 진료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시설·장비 사용을 위한 절차·방식 등을 따로 규정하고 있지 않고, 의료법에서 시설·장비의 이용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 보건복지부령으로 위임한 바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건강보험법 제41조 제3항이 요양급여의 방법 등을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요양급여규칙 제5조 제2항과 그에 따른 세부사항 고시에서 공동이용기관임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심평원에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국민건강보험법 및 같은 법 시행규칙에서 정한 요양급여에 대한 규정은 의료법에서 정한 시설·장비의 공동이용에 관한 규정에 당연히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외래진료실과 조제실을 공동으로 이용한 것은 외래환자들에게 적합한 방식으로 진료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A의료법인이 의료기관의 시설·장비 등의 기준에 관한 규정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거나, 외래진료실·조제실을 공동으로 이용해 각 병원이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의 질이 저하됐거나, 외래환자들의 권리가 침해됐다고 볼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고 설명했다.

요양급여비용 및 의료급여비용 환수처분과 관련해서는 "A의료법인이 의료법 제33조 제1항을 위반했더라도, F병원이 H병원의 외래진료실 및 조제실에 대한 공동이용과 관련된 계약서를 심평원에 미처 제출하지 않은 상태에서 H병원의 외래진료실 및 조제실을 이용했다는 사정만으로는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 제98조 제1항 제1호, 의료급여법 제23조 제1항, 제28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을 사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국민건강보험법 및 의료급여법이 요양급여와 의료급여를 요양기관과 의료급여기관에서 실시하도록 규정한 취지는 요양기관과 의료급여기관으로 하여금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에게 적정한 요양급여를 제공하게 하려는 것이지, 의료기관의 시설 공동이용을 제한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며 구체적 판단 이유를 밝혔다.

한편, 보건복지부·건보공단·해당 지자체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관련 법령>
* 의료법 제33조 제1항 제5호
①의료인은 이 법에 따른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아니하고는 의료업을 할 수 없으며,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외에는 그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하여야 한다.
5. 그 밖에 이 법 또는 다른 법령으로 특별히 정한 경우나 환자가 있는 현장에서 진료를 하여야 하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

* 의료법 제39조 제1항
①의료인은 다른 의료기관의 장의 동의를 받아 그 의료기관의 시설ㆍ장비 및 인력 등을 이용하여 진료할 수 있다.

*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
① 공단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사람이나 보험급여 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하여 그 보험급여나 보험급여 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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