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인증 의무화'…의원급 확대 전초전?
요양병원 '인증 의무화'…의원급 확대 전초전?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1.05.04 11:39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바의연 "인증 제도 빌미로 종합병원·중소병원·의원급까지 적용 불보듯" 
장기요양서비스 질 저하·하향평준화 우려…"경쟁 없으면 차별화 없다"
저수가·사무장요양병원·장기 요양 인프라 부족 등 문제부터 해결해야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

장기요양서비스체계 붕괴를 원하나? 의원급 인증 의무화를 위한 터 다지기인가?

저수가 개선, 사무장요양병원 척결, 사회적 장기요양 인프라 구축 등에 대한 근본 해결책이 없이 추진하는 요양병원에 대한 무리한 규제는 지금도 위태롭게 유지하고 있는 장기요양시스템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결국 종합병원·중소병원는 물론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인증 올무에 가둘 것이라는 분석이다. 

요양병원 인증 의무화를 법제화하고 결과에 따라 병원 운영을 정지시키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의료계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의료기관들이 현실과 유리된 규제에 신음하고 있다. 

이 법안은 지난 4월 27일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비례)이 대표 발의했다. 

바른의료연구소(바의연)는 5월 3일 입장문을 통해 요양병원 인증 의무화는 요양병원 운영권을 정부가 몰수하는 폭압적 행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하고 이 법안의 전면 철회를 촉구했다.

먼저 법안 발의 이유로 내세운 '과다한 병상 수'에 대한 원인부터 되새겼다. 

바의연은 "국내 요양병원 병상이 OECD 평균의 두 배에 달하는 이유는 상대적인 저수가로 인해 요양원 등 일반 요양시설과 비교해 비용 차이가 크지 않고, 시설이 낙후돼 있거나 고비용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저출산·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1인 가정이 많아져 재택요양 역시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장기요양케어에 대한 사회적 준비 부족과 함께 인프라·인력이 갖춰지지 않으면서 요양병원으로 몰릴 수 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과도한 규제로 인해 경쟁이 사라지면 살아남은 병원들은 하향평준화 될 것이라는 경고도 이어갔다. 

바의연은 "경쟁 구조를 만들어야 의료기관들도 시설·인력·서비스 개선을 추구하고, 선택을 받기 위해 차별화를 시도할 것"이라며 "경쟁이 사라지면 살아남은 요양병원들은 현실에 안주하게 되고, 자발적 개선 의지는 줄어들 것이며, 정부 기준의 하한선에 맞춘 인력·시설·서비스를 제공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차별화된 장기 요양 치료를 원하는 환자들은 오히려 선택 기회를 박탈당하게 된다"며 "사무장병원이 다수 살아남게 되면 경쟁이 없음에도 의료서비스 질 저하와 과도한 비용절감 시도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문제 해결은 먼저 저수가·사무장요양병원·한방요양병원·사회적 장기 요양 인프라 부족 등에서 찾아야 한다는 판단이다.  

의료기관 현실을 제대로 반영치 못하고 있는 인증평가의 문제점도 짚었다. 

바의연은 "의료 현장에서는 인증 평가가 현실을 반영치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복잡한 인증 평가 기준을 간소화해 실효성 있게 바꾸고, 의료기관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함으로써 기본은 지키면서도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인증 획득을 못하면 페널티를 주는 방식보다, 인증 획득 땐 인센티브를 주는 포지티브 방식을 채택해 의료기관들이 스스로 인증 기준에 맞출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급여 보고 의무화 사례처럼 인증평가도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확대하는 등 정부의 의료기관 통제 정책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인식이다.

바의연은 "민간의료기관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요양병원·중소병원 병상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인증 획득을 강제화하면 정부는 강력한 무기를 손에 쥐게 된다"며 "현재는 요양병원만 대상이지만 앞으로 인증제도를 빌미로 중소병원·종합병원, 궁극적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에까지 지배력을 넓히려고 할 것이 뻔하다"고 토로했다. 

시설·인력 기준 하나만 바꿔도 의료기관을 폐업시킬 수 있는 이번 의료법 개정안은 요양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의료기관의 문제이며,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보건의료인과 종사자들의 생존권·근무환경과 관계된 문제라는 입장이다.

바의연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현실을 제대로 반영치 못한 인증 기준으로 인해 의료기관과 종사자는 고통 받게 되고, 의료 현장의 현실 왜곡은 더욱 심화된다"며 " 정부는 요양병원을 시작으로 전체 의료기관으로 규제책을 확대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이는 북한·쿠바 식 파시즘적 사회주의 의료의 완성으로 이어지게 된다"며 법안 철회를 요구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 법안에 대해 산하단체 의견조회 및 내부검토를 거쳐 입장을 정리한 후 국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향후 유관 법안 상정될 경우 해당 상임위원회 위원 및 전문위원실을 통해 의협 입장을 강력히 개진할 계획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